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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PROJECT/100권의 책_전문 지식을 쌓는다

book_013. 브랜드와 디자인의 힘; 브랜드 전문가 손혜원의 히트 브랜드 만들기

by '오지연' 2016.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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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와 디자인의 힘

브랜드 전문가 손혜원의 히트 브랜드 만들기

 

 

손혜원 지음

출판사 : 해냄출판사

초판 1쇄 : 2006년 11월 6

초판 5쇄 : 2008년 9월 10일

 

지은이 : 손혜원 (국회의원, 컨설턴트) 

국회의원 손혜원 이미지

 

[출생]

1955년 1월 23일

[소속]

더불어민주당(서울 마포구을, 홍보위원장), 한국나전칠기박물관(관장)

 

[학력사항]

~1981                           홍익대학교 대학원 시각디자인학 석사

~1977                           홍익대학교 응용미술학 학사

숙명여자고등학교

숙명여자중학교

 

[경력사항]

2016.06 ~                     제20대 국회 전반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

2016.05 ~                     제20대 국회의원 (서울 마포구을/더불어민주당)

2015.12 ~                     더불어민주당 홍보위원장

2014.11 ~                     한국나전칠기박물관 관장

2005.03 ~ 2008.02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교수

 서울디자인센터 이사

1986.11 ~ 2016.05        크로스포인트인터내셔널 대표

 

[수상내역]

2003년 홍콩디자인협회 아시아 디자인상

[도서]

 

 

 

 

[지은이 소개]

손 혜 원 (현 국회의원, 컨설턴트)

 

브랜드 아이덴티티(BI) 디자이너.

홍익대 미술대학과 동대학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으며, '현대양행', '디자인 포커스'를 거쳐 1986년부터 크로스포인트의 창립멥버로 시작. 1990년부터 현재까지 크로스포인트 대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현재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 부교수. 서울디자인센터 이사. 노촌홍보포럼 이사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베스티벨리, 씨, 매직스, 보솜이, 식물나라, 참나무통맑은소주, 참이슬, 트롬, 키친바흐, 처음처럼, 콩(豆), 종가집김치, 레종, 딤채, 위니아, 엑스캔버스, 힐스테이트 등의 히트 브랜드를 개발했다.

sohn@crosspoint.co.kr

 

크로스포인트는 1986년에 설립된 브랜드 전문회사이다. 손혜원 대표의 브랜딩과 디자인 능력을 통한 성공 브랜드 포트폴리오는 올해로 20년째 이어져오고 있으며, 특히 최근의 '처음처럼'과 현대아파트 '힐스테이트' 사례는 없계의 화두가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 기업의 매출을 올리는 데도 크게 기여하여 올해 최고의 브랜드로 꼽히고 있다. 자연친화적인 환경의 남산 사옥에서 15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으며 2006년 11월에는 뉴욕지사를 설립했다.

www.corosspoint.co.kr

 

 

**

[목차]

추천사 시장을 감동시키는 크리에이터 손혜원의 힘
Part 1 브랜드의 본질 찾기

 

아이덴티티 작업의 시작은 언제나 현 상황의 분석에서 출발한다. 특히 잘나가던 제품의 아이덴티티를 리뉴얼하는 경우 결정적인 해답은 언제나 기존 제품의 뿌리에서 찾을 수 있다. 브랜드 리뉴얼은 새로운 것들을 다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현존하는 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다. 

나아진다는 것은, 장점을 강조하고 단점은 바로잡아가는 것일 뿐 모든 것을 바꿔버리는 것은 아니다.

단, 그 브랜드가 갖고 있는 본질을 먼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참이슬

 

* 브랜드를 이루는 요소들

- 브랜드 네임

- 브랜드 심벌

- 브랜드 로고 타입

- 브랜드 색상

- 브랜드 광고

(품목에 따라 제품 디자인, 패키지 디자인이 추가)

 

* 아이덴티티 작업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현존하는 가치를 측정, 판단하는 일이다. 쉽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장점들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지 못하고는 효과적인 브랜드 리뉴얼을 할 수 없다.


청풍무구

 

* 브랜드를 리뉴얼 하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가치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러한 판단을 위해서는 직관과 객관이 함께 필요하다. 본 브로젝트의 경우 '청풍'이라는 브랜드 네임과 구멍이 뚫려 있는 기존 제품 디자인이 장점이자 단점으로 분류되었다.

 

[브랜딩의 기준 세우기]

브랜딩의 기준은 브랜드의 종류, 품목 및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다. 공산품과 식품, 여성용과 남성용,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다양한 분류 기준이 있다. 같은 품목, 같은 시장 안에서도 각 브랜드별로 목표가 다를 수밖에 없다. 효율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브랜딩 기준이 우선되어야 한다.

 

* 시장에서 일등을 하고 있는 제품의 브랜드 리뉴얼을 할 때마다 느끼는 중요한 사실은,

일등제품이 되기까지 해온 많은 노력과 세월이 귀한 보물이 되어 그 브랜드의 단단한 기초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오히려 기업 내부에서는 그런 가치를 제대로 느끼거나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오래된 기업으로 2대나 3대로 세습된 기업일 경우 더욱 그러하다.

 

[어휘의 발견]

브랜딩 작업을 할 때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을 때 필자는 잠시 작업에서 떠난다. 추리 소설이나 만화책에 빠지기도 하고 신문을 보거나 정원에 물을 주기도 한다. 쇼핑을 하거나 산책을 할 때도 있다. 머릿속에 입력된 브랜딩 기준은 이렇게 전혀 상관 없는 일에 몰두하면서 더욱 숙성되어 언어를 초월한 무형의 이미지로 전환된다. 그리고 그 이미지를 담을 그릇을 찾는 작업으로 이어진다. 그때부터 사전을 펼친다. '무구'는 브랜딩 기준에 있는 '맑은 공기' 관련 단어를 찾던 중 '청정'에서 발견한 단어이다.


우리珍

 

[왜 BI를 새롭게 도입해야 하나?]

브랜드가 소비의 중심에 자리하게 되면서 소비자가 직접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브랜드 네임이나 브랜드 관련 디자인은 당연히 판매를 도와야 하므로 굿 디자인이란 잘 팔릴 수 있는 장치를 갖춘 디자인을 뜻한다. 굿 디자인에 대한 판단이 점점 쉬워지고 있다.

 

* 모든 아이덴티티 작업의 목표 대상은 언제나 인간이다.

 

* 브랜드 리뉴얼 관련 일들을 할 때 필자가 늘 강조하는 것은 다시 새로워지기 위한 근거를 언제나 현존하는 가치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브랜드 네이밍의 노하우]

브랜드 네임을 잘 만드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참眞이슬露', '청풍무구', '처음처럼' 및 'TROMM' 같은 성공 브랜드들을 살펴보면 이들 사이에 어떠한 비슷한 얼개도 찾을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각 브랜드마다 창의적이고 새로운 얼개를 만들어서 사용할 수 있어야함ㄴ 브랜드 네임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우리 珍'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울진'의 한자를 보는 순간 바로 '우리珍'을 떠올렸을 뿐이다. 지금까지 경험에 의한 브랜딩 노하우가 있다면 그것은 좋은 이름을 곧바로 알아볼 수 있고, 누구에게나 설득할 수 있는 느력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브자리

 

* 유능한 브랜드 전문가라면 브랜드를 새로 만들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 안에 잠재해 있는 가치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브랜드의 본질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 실행할 수 있어야 진정한 브랜드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브랜드 이미지의 고급화]

필자의 경우, 고급스럽게 만드는 디자인과 대중적인 디자인 중 대중적인 디자인이 훨씬 어렵다. 특정 소수보다는 불특정 다수를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표현 방법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프레젠테이션 노하우]

프레젠테이션에 노하우는 없다. 얼마나 충실하게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는지가 바로 노하우이다. 내용 없는 설명의 기술은 무의미하다. 모든 브랜드의 개발 과정이 다르듯, 모든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도 다르다. 이러한 사실을 알아가는 것이 노하우이다.  


Part 2 차별화 포인트의 발견

 

브랜드나 아이덴팉, 또는 광고 등 크리에이티비티 관련 마케팅 책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차별화'라는 용어는 경우에 따라 그 의미에 대한 이해나 사용의 한계가 전혀 달라진다.

언제, 어느 때나 차별화만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일등의 힘이 막강할 경우, 반드시 일등의 이미지를 따라야 할 것인가? 일등의 이미지 중 어떤 요소들을 선택 수용할 것인가? 그래도 일등과 다르게 갈 때는 어떤 경우, 어떤 이유에서 인가? '다르다'는 것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처음처럼

 

* '처음처럼'은 불특정 다수, 다양한 타깃을 겨낭한 브랜드이다. 남녀노소, 빈부 상관 없이 모두 만족하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하여 기존 소주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창출했다. '처음처럼'이라는 말과 글씨는 모두 성공회대학교 신용복 교수의 작품이다.

 

[기획서 작성 노하우]

기획서는 짧을수록 좋다. 그러나 필요한 내용은 꼭 담아야 한다. 브랜드가 놓여 있는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면 정확한 해법이 담긴 기획서를 작성할 수 있다. 그러한 기획서는 크리에이티브에도 큰 도움이 된다.

 

[다양한 언어를 이용한 BI]

이 세상의 모든 브랜드는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 새로운 브랜드 네임을 개발한다는 것은 기존에 있던 단어를 사용하거나 조어를 활용할수도 있고 영어를 비롯한 모든 외래어에서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브랜드 네임이 그 제품에 적절한가이다.


이니스프리 스킨케어

 

* '이니스프리' 브랜드가 탄생한 것은 1995년 이래 폭발적으로 성장한 대형할인점 덕분이다. 방문판매와 시판, 그리고 백화점 들의 다양한 유통채널별 제품 기획을 통해 부동의 일등을 유지하고 있던 태평양에게 새로운 유통 형태인 대형 할인점의 대두는 기존 유통망이나 제품들의 가격체계를 위협하는 대단히 새로운 도전이었다.

 

또한, 우리나라 굴지의 유통 대기업들이 속속 대형할인점 사업에 참여하면서 세를 넓혀감에 따라 대형할인점이 우리나라 유통의 대세로 자리 잡을 조짐이 보였다. 태평양은 당시로서는 아주 위험했찌만 피할 수 없는 결심을 한다. 기존 유통의 제품들을 지키기 위해서 할인점 전문 브랜드를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실제로 불가피한 사안이었다.  하지만 필자가 풀어야 할 과제는 이니스프리가 유통 문제를 떠나 필연적이고 특별한 컨셉의 브랜드로 보이게 하는 일이었다. '이니스프리'라는 브랜드 네임은 이미 태평양에서 수년 전부터 출원, 등록해 놓고 있었던 브랜드였다. 가상의 섬 '이니스프리'는 자연주의 화장품을 표방하는 신제품의 컨셉에도 잘 맞을뿐더러 모든 화장품의 기본 목표인 '보습'의 이미지도 잘 갖추고 있었다.

 

필자는 여러 가지 후보 이름을 놓고 고심하는 마케팅 팀원들에게 '이니스프리'의 장점들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면서 자신 있게 결정할 수 있도록 거들었다. '이니스프리'는 낭만주의와 자연주의를 함께 표방할 수 있는 훌륭한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설득했다.

 

'이니스프리'는 특별해야만 했다. 대형할인점의 번잡함 속에서도 차별화된 브랜드 컨셉이 극명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모든 면에서 기존의 화장품들과는 달라야 했다.

 

화장품은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어루러져 소비자에게 각인된다.

<화장품 브랜드를 이루는 요소>

-브랜드 네임

- 브랜드 로고 디자인

- 용기 디자인

- 색상 체계

- 패키지 디자인

- 매장 아이덴티티

- 디스플레이

- 광고

 

BI 작업에서 필자가 하는 역할은 브랜드 네임 및 그래픽디자인 관련 분야이다. 하지만 화장품 BI에서 위의 요소들 중 소비자에게 가장 강력하게 어필하는 분야는 용기의 형태, 재질 및 색상이다. 언제나 평면보다는 입체가 더 강하게 화장품의 첫인상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니스프리는 자연 지향, 환경친화적이고 개성이 뚜렷한 삶을 추구해 가는 소비자들의 트렌드와 잠재적인 욕구를 파악하고 새로운 유통시장에서의 가능성을 예견하여, 오랜 준비와 노력 끝에 탄생한 브랜드이며 조화하기 힘들다고 생각되었던 자연과 과학, 그리고 내추럴리즘을 반영한 제품이다.

 

한국 여성의 피부를 연구하고 고객의 제품에 대한 니즈를 파악, 수렴하여 만들어낸 '피부 맞춤법' 컨셉과, 내추럴 라이프 지향의 소비자 패턴을 반영한 '자연주의' 컨셉이 결합되어 '피부 맞춤의 자연주의 화장품 이니스프리'가 탄생한 것이다. 

 

[BI와 트렌드]

소비자의 세계에서는 트렌드가 중요하겠지만 CI, BI의 경우 트렌드를 따른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부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가 여전하고 남과 다르고 유니크한 것이 발 훌륭한 아이덴티티이다. 

 

★★[마케팅의 고수]

필자는 디자이너들보다 마케팅에 종사하는 친구들이 더 많다. 그 안에는 베테랑도 있고 햇병아리들도 있다. 그들이 꿈꾸는 마케팅 고수는 어떤 능력을 갖춘 사람일까? 

오랫동안 마케팅 분야에서 일했다고 해서 그들을 마케팅 고수라고 부를 수는 없다. 마케팅 고수라면 적어도 자기의 힘으로 시장을 직접 움직여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야 할 것이다.

마케팅 이론은 책에 다 나온다. 누가 먼저 최신 이론을 찾아내서 가장 먼저 입에 올렸다고 해서 그 이론이 자기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그 이론들을 달달 외워서 마케팅 전문가로 행세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마케팅의 고수는 어떤 사람들일까?

필자가 생각하기에 우리나라 최고의 마케팅 곳는 고 이병철 회장이나 정주영 회장 같은 사업가들로서 시장의 움직임을 볼 줄 알고 소비자를 한 발 앞서 리드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마케팅 고수는 외로운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하며 확신한 일에 대해서 흔들림 없는 추진력으로 짧은 시간 안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이다. 또한 그런 경험이 많은 사람이다.

 

브랜드를 개발하다 보면 마케팅에 뛰어난 전문가들을 만날 기회가 가끔 있다. 트롬의 성완석 부사장, 위니아딤채의 김일태 대표, 태평양의 이해선 부사장 같은 분들은 진정 무림의 고수들이다. 현대건설의 이종수 대표, 두산 주류의 한기선 대표, 그리고 한국타이어의 조현범 부사장과 종가집의 위규성 상무도 빼놓을 수 없는 마케팅 고수들이다. 마케팅 전문가의 진면목은 이론보다는 실제에, 시장에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니스프리 바디케어
Part 3 일등 브랜드의 자리 굳히기

 

일등도 때로는 힘들다.

언제나 남들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때로는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또한 언제나 의연한 모범생의 모습을 지키고 있어야 하며 여러모로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일등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극복해야 한다.

 

종가집 김치

 

[일등 브랜드의 특징]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브랜드의 대부분은 처음으로 대부분 시장을 개척한 브랜드들이다. 그러나 시장이 확대되고 경쟁 브랜드 들이 속속 출현하게 되면 일등은 또다시 외롭고 힘든 길을 떠나야 한다. 엄격한 자기 기준만이 스스로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패키지 디자인의 필요성]

패키지 시스템 디자인은 이런 경우에 필요하다. 한 제품만을 위한 패키지 디자인이 아니라 관련 있는 모든 제품들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럴 경우의 디자인은 패키지의 큰 틀을 구축하는 작업이다.

 

* 잘 팔리고 있는 종가집김치 디자인을 수정하려는 데에는 디자인의 완성도를 더 높이려는 의도와는 별도로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압도적인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종가집김치 안에서도 김치 제품의 종류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맛김치, 포기김치로 시작한 제품군은 총각김치, 백김치, 갓김치, 고들빼기김치 등 총 12종으로 확대되었고 종가집 내의 여러 김치들 간에도 경쟁이 일어나고 있었다. 고정되어 있는 초록색 가로띠 안에 개별 김치 이름이 검정색으로 적용된 기존 포장 디자인에서는 각 김치별 장점들을 나타내기가 쉽지 않았고 가독성마저도 심각하게 떨어지는 상황ㅇ이었다. 전체적인 레이아웃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종가집'브랜드를 중심으로 각 요소들 간의 관계 설정도 필요했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요소는 당연히 '종가집' 로고 디자인이었는데 '종가집' 로고에 손을 댄다는 것은 마치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같이 위험한 일이었다.

 

우선 기존 포장 디자인 안에서 꼭 있어야 하는 요소와 없애도 좋을 요소, 유지해야 하는 요소와 수정, 보완해야 하는 요소들을 분리했다. 디자인 요소들에 대한 이러한 판단 또는 지금까지 '종가집'을 일궈온 내부 직원들과 쉽게 공유하기 힘들었다. 관련 직원들에게는 눈에 익숙한 요소들은 모두 유익하고 필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깊이 박혀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필자가 디자인으로 설득해야 하는 대상과 종가집 직원들이 바라보는 목표가 동일하다면 그 설득 과정의 어려움은 어차피 극복해야 할 작은 언덕일 뿐,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프로젝트의 본질을 꿰뚫고 나가야 하는 험난한 등산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 리뉴얼 디자인의 성공은,

현존하는 이미지의 분석 여부에 달려 있다. 장점과 단점을 정확히 판단하면 리뉴얼의 방향은 저절로 떠오른다.

 

* 브랜드 리뉴얼이란,

원래 잘 되고 있던 브랜드를 더욱 잘 되게 하기 위한 작업이다. 일등제품의 경우에는 브랜드가 출시된 지 오랜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시장 상황이 변하거나 또는 기존 디자인이 진부해 질 때, 그리고 경쟁제품의 추격이 심각해졌을 때 브랜드 리뉴얼을 생각하게 된다. 일등제품이 아닌 경우의 브랜드들도 새로운 기능이나 컨셉을 장착했을 때, 그리고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브랜드 리뉴얼을 기획한다. 어느 경우든지 브랜드 리뉴얼은 시장 상황을 제대로 이해한 후 시작되어야 한다. 또한 기존 제품이나 경쟁제품의 장단점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분석된 장점에 대해서 새로운 관점을 가져야만 새로워질 수 있다. 이 경우 새로운 관점이란 누구나가 다 공감하는 객관성, 보편타당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신선하고 특별한 관점을 의미한다.

 

식품 디자인을 특별히 잘 하는 디자이너는 식품 이외의 다른 품목의 디자인도 큰 무리 없이 잘 해낼 수 있다 식품 관련 디자인을 통해 자신의 스타일을 내세우기보다는 제품을 먼저 생각하고 제품의 본질을 제대로 보려고 노력해 본 사람은 어떤 제품을 다루더라도 소비자에 대해 겸손한 자세를 갖게 된다. 자기가 늘 옳다고 생각하는 오만한 태도로는 절대 남을 설득할 수 없다. 이 또한 생산자나 디자이너 모두에게 공통되는 일일 것이다.  


종가'집' 김치

 

[브랜드 네임과 디자인의 관계]

BI 프로젝트에 있어서 브랜드 네임과 디자인은 서로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하면서 시너지를 창출한다. 브랜드 네임을 새로 개발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브랜드 네임과 디자인의 완벽한 조화를 끌어낼 수 있다면 BI는 성공한다.

 

*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 앞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주체가 되는 디자이너가 한없이 겸손해져야 된다.


딤채

 

*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논란이 되었던 것은 '김치냉장고'로 한정된 '딤채'의 이미지였다. '김치'를 상상하게 만드는 '딤채'의 한계 때문이었는데 영문 'dimchae'를 개발하면서 얻어진 'd˚' 심벌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아이콘이 되었다. 위의 사진은 실제의 제품이 아니라 필자가 컴퓨터 그래픽으로 '딤채'의 제품에 'd˚' 심벌을 적용해 본 것이다. 물론 'dimchae'가 같이 보이고 있지만 'd˚' 심벌은 '딤채'의 장점만을 취한 전략적 심벌이라 할 수 있다.  


삼일제약 안과 제품
Part 4 새로운 시장 만들기

 

철저한 조사를 통해서도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 제품을 직관적 판단만으로 시장에 출시할 수 있는 용기는 어디에서 올까? 시장을 꿰뚫는 동물적인 직관과 인간의 행동을 예견하는 능력을 지닌 사람을 우리는 타고난 마케터라고 부른다. 마케팅 책들을 달달 외워서 얻은 지식으로는 움직이는 시장을 꿰뚫지 못한다.


트롬

 

[시장 창출에 있어서 BI의 역할]

브랜드 네임이나 디자인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제품력과 마케팅 능력에 큰 차이가 없다면 전략적 BI의 역할을 기대해도 좋다.

(BI란, 심볼, 로고, 상품에 적용된 모습 등을 의미한다.)

 

*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며 크게 히트한 제품들을 분석해 보면, 어느 경우에나 마치 소비자가 기다리고 있었다고 느껴질 만큼 꼭 필요한 제품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치냉장고나 공기청정기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드럼세탁기는 기존의 와류식 세탁기를 전면적으로 대체시킨 제품이다. 미래의 시장뿐만 아니라 소비자 행동까지도 예측하는 이러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최고경영자야말로 마케팅 고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TROMM'개발의 주역이었던 성완석 부사장(2000년 당시)이야말로 탁월한 영업적 감각과 더불어, 시장을 예측하는 직관과 추진력으로 무장된 필자가 만난 최고의 CEO였다.

 

* 브랜드와 식물

필자는 자주 브랜드를 식물에 비교한다. 동물처럼 자리를 이동하거나 자신의 요구사항을 스스로 펴현하지는 못하지만 만족스러운 환경에서는 잘자라고 꽃피우며 열매 맺는다. 그 반대의 경우도 한 마디 의사표시도 못한채 그대로 시들어서 죽어버린다. 집에서 키우는 식물들은 사람의 발소리를 듣고 자라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또한 브랜드가 식물과 무척 흡사한 면이다.

 

식물은 종자에 따라 장미도 되고 백합도 되며, 코도 되고 보리도 된다. 브랜드를 결정 짓는 중요한 종자는 브랜드 네임이다. 브랜드 네임을 짓는 일은 종자를 선택하는 일과 같다. 콩을 원한다면 콩이 열리는 브랜드 네임을 선택해야 하며 장미를 줄기려면 장미나무를 심어야 한다. 

이것이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순리이다. 


토다코사

 

* 누가먼저 사용하기 시작했는지는 몰라도 '화장품 할인코너'는 우리나라 화장품 유통의 가장 중심적인 시판(시중판매의 약자)을 일컫는 명칭이었다. '할인'이 들어간 명칭도 그랬지만 제 값을 받기 어려운 분위기의 외관과, 덤핑 물건처럼 무질서하게 쌓아놓은 화장품 매대에서는 실제로 저렴한 가격만이 경쟁력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시판 유통의 브랜드화를 꿈꾸는 앞선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명동의류를 운영하던 심진호 대표였다. 명동의류 외에도 명동 내에 다수의 화장품 점포를 경영하고 있던 심대표는 무차별한 가격경쟁보다는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매장과 서비스를 해줄 수 있는 좀 다른 형태의 화장품 매장을 원하고 있었다.

 

새로운 화장품 유통을 위한 브랜드 네임으로 채택 된 'TODA COSA'는 스페인어로서 '모든 것(everything)' 이라는 뜻이다. 화장품의 패션성을 보여주면서도 다양한 제품들을 다루는 매장의 성격에 맞는 의미를 담았으며 읽은 즐거움을 주도록 했다. 그러나 'TODACOSA'의 'to'와 'co'를 앞자로 하는 'total cosmetics'라는 슬로건을 추가했더니 아무도 'TODACOSA'의 원래 뜻을 묻지 않았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total cosmetics'와 비슷한 뜻이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브랜드 네임을 만들다 보면 처음 의도와는 전혀 다른 쪽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영어 'BOSOM(품, 가슴)'에서 나온 단어지만 '보송보송'의 뜻도 나쁘지 않기에 굳이 원래 뜻을 설명하지 않았던 '보솜이' 같은 경우와 마찬가지이다.

 


닥터자르트

 

* 코스메슈티컬 화장품에 대해서 큰 관심이 있었던 필자에게 흥미로운 일이었기에 조건 없이 새로운 브랜드 개발을 돕기로 약속한 것이 닥터자르트이다.  (코스메슈티컬 cosmeceutical : 화장품의 효과가 있는 의약품)

필자로서는 다른 마케팅 활동 없이 브랜드 네임과 디자인의 힘으로만 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지 실험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코스메슈티컬 시장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테스트해 보고 싶었다.

 

닥터자르트(Dr. Jart)의 'Jart'는 강남역 소프터치피부과 정성재 선생의 '정'을 'J'로, 정 선생이 만드는 화장품을 'art'로 하여 합성한 브랜드 네임이다. 그러나 얼핏 보면 독일 의사의 이름같이 보이도록 하였다. 브랜드의 어원이 어찌 되었든 소비자들은 그저 쉽고 단순하게 주관적으로만 이해할 뿐이다. 

 

닥터자르트 제품들을 다른 피부과의 제품들과 차별화하기 위해서 메탈 느낌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튜브 용기를 주로 사용하였다. 그리고 로고나 표기사항들도 가장 간결한 형태와 색상, 그리고 레이아웃으로 마무리하였다. 코스메슈티컬 화장품의 특징은 피부과 의사가 관여돼 있다는 점이고 이것을 소비자 관점에서 바라보면 '기능성'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가격 대비 질이 좋을 것이라는 점과 의사가 관여되어 있따는 장점을 표현하기에는 가장 단순하고 절제된 디자인이 답이었다. 

 

처음에 5종류의 제품으로 시작한 닥터자르트는 순식간에 15종으로 늘어났고, 일부 시판 유통과 온라인망을 타고 소리 없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또한 동종업계의 브랜드나 디자인 중에서 가장 전문성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고 있다.    

 


Part 5 소비자 언어로 소통하기

 

* 주관이 강한 생산자 언어로는 자기의 이익에 충실한 소비자들과 소통하기 힘들다. 디자이너는 생산자 언어를 소비자 언어로 전환시키는 기술자다. 언어 전환을 통한 소통은 시장에서의 설득력으로 이어진다. 설득력의 차이는 디자이너 역량의 차이이다.

 

보솜이
미녀는석류를좋아해

 

* 브랜드 네임을 만들때 일부러, 또는 어쩔 수 없이 긴 이름을 제안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원래의 이름이 길더라도 소비자는 절대로 그 이름 전체를 다 불러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줄여 부르게 되는데 그 줄인 이름이 억지스럽거나 불편하면 만드는 측에서 아무리 유도해도 쉽게 따라 부르지 않는다. 줄인 이름은 자연스럽게 도출될 수 있는 발음이나 구조, 의미여야 한다. 생산자가 의도한 대로 쉽게 소비자를 따라오게 하는 역할은 당연히 디자인의 몫이다. 

 

'미녀는석류를좋아해'의 경우, 캐릭터를 사용하는 것과, 원래의 브랜드 네임을 사용하되 '미녀석류'로 보이게 하는 것이 중요한 디자인 전략 이었다. 이렇게 중요한 전략들을 미리 결정하고 디자인을 시작하게 되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다. 

 

성공하는 브랜드에는 언제나 확실한 역할을 하는 주역이 있다. 

 

[디자인 전략 세우기의 실례]

BI 또는 패키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필자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브랜드 요소들 간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강조할 것과 버릴 것, 그리고 강조할 필요까지는 없으나 꼭 넣어야 하는 필수 표기 사항들을 정리한다. 그 다음 할 일은 우선순위의 브랜드 요소를 강조하는 방법에 대하여 연구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 특별한 방법이나 노하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치 있는 요소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능력은 필요하다.  

 


하늘보리

 

* 이름은 누구나 지을 수 있고 무엇이든 이름으로 붙일 수 있다. 그러나 잘 팔리기 위한 브랜드 네임은 아무나 지을 수 있는게 아니다. 단어 한 개, 글자 한 자도 이유나 명분이 뚜렷해야 서로 합성을 하든지 차용을 할 수 있다. 

 

* 경쟁력 있는 브랜드 네임을 만드는 전문가라면 기존 브랜드 네임의 장단점을 판단해서 대안을 낼 수 있어야 한다. 그 대안이라 함은 새롭게 이름을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창의적인 방법론을 제시하는 것도 포함된다. 필자가 디자인과 브랜딩을 함께 아루르며 작업할 수 있어서 얻는 장점 역시 브랜드 전반의 문제점을 브랜드 네임과 디자인, 두 방향에서 서로 보완하며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늘보리'라는 브랜드 네임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제대로 간파하고 있다면 제품의 아이덴티티 개선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마치 원인 모를 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의사가 정확한 진료 결과를 알려주며 그 병을 고쳐주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할 수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알고 보면 아주 단순한 방법으로 심각한 문제점들을 쉽게 해결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특히 포장 디자인의 경우 제한된 공간에서 제한된 요소 몇 가지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문제점을 찾기도 쉽고 해결하기도 쉽다.

 

[브랜드 쇼크란?]

브랜드 이미지가 급격히 바뀌었을 경우 기존 소비자들이 받는 이질감. 일등제품 브랜드 리뉴얼의 경우 언제나 브랜드 쇼크를 주의해야 한다.   


V=B 프로그램

 

★★

* 브랜드의 핵심은 언제나 브랜드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본질이다. 그러나 브랜드의 본질이라는 것이 각 브랜드마다 너무나 다양하고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변별력 있는 BI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정교하게 브랜드의 현존하는 가치를 분석해야 한다. 

 

기업에서는 제품 하나를 출시하기 위해서 오랫동안 심도 있게 분석하며 연구하지만 소비자들은 단순하게 선택한다. 이렇게 단순한 소비자의 언어를 헤아리는 것이 아이덴티티 작업의 핵심이다.

물건을 사는 소비자 입장의 쉽고 단순함과 물건을 팔아야 하는 어렵고 복잡함에 대해 동시에 고민하는 일, 평소에 전혀 관심도 없었던 남의 물건을 잘 팔리게 해야 하는 이 어려운 일이 브랜드 아이덴티티 작업이다.

 

★★

* 2002년 태평양에서 생산, 판매하는 건강식품의 BI 의뢰를 받았다. 키토산, 비타민 등 주로 여성들을 위한 제품들로 유통 채널은 화장품과 동일한 방문판매였다. 태평양의 건강식품에는 개별 브랜드만 크게 강조되어 있을 뿐 '태평양'은 그저 제조원 정도로 한구석에 조그맣게 표시되어 있었다. 필자에게 주어진 과제는 태평양의 건강식품을 위한 통합 브랜드 네임 개발을 포함한 BI 및 패키지 시스템을 개발하는 일이었다. 

 

건강식품 전체를 위한 브랜드를 새로 개발하려는 이유는 화장품 이미지가 강한 '태평양'과 건강식품 사이의 괴리 때문이었다. 새로 개발해야 할 브랜드는 당연히 건강식품의 판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효율적인 브랜드여야 했는데 필자의 생각으로는 '태평양'과 건강식품 간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일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아무 건강식품에나 다 통용되는 그런 브랜드가 아니라 정확하게 태평양을 위해서 만들어진, 태평양이기에 딱 어울리는 브랜드를 만들어내야 했다. 브랜딩 컨셉의 뿌리를 구축하는 일 자체가 태평양의 현존하는 가치로부터 출발했다. 화장품 분야에만 한정되어 있었던 태평양의 이미지를 확대시키기 위해서 '화장품(Cosmetics)'이라는 주관적으고 한정적 이미지 대신, 보다 확장된 의미의 '아름다움(Beauty)'이라는 단어를 대표 이미지로 채택했다. 그리고 '내적인 아픔다움(Inner Beauty)'과 '외적인 아름다움(Outer Beauty)'으로 태평양의 사업활동을 분리했다.

 

물론 새로운 브랜드의 명분을 위해 가상으로 정의한 것이다. 기존의 화장품 사업을 아우터뷰티, 즉 외적인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새로 시작할 건강식품 사업은 이너뷰티, 즉 내적의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진정한 의미의 'Beauty'란 'Vitality'까지도 포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태평양 건강식품의 새로운 브랜드 'V=B 프로그램'은 Vitality is just Beauty 의 줄임말이다. Beauty를 다루는 회사에서 Beauty의 또 다른 표현인 Vitality까지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V=B 프로그램'은 '태평양'과 '건강식품' 사이의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하면서 기업의 활동범위까지 확대시켜 준 효율적인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 통합 브랜드 네임 개발

통합(패밀리) 브랜드는 개별 브랜드와는 달리 제품군 전체를 커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이미지 수용의 폭이 커야 하며 활용이 편리해야 한다. 어떤 개별 브랜드와 함께 적용되어도 통합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Part 6 디자인의 힘

 

* 언어 이상의 내용을 전달하고 싶을 때 우리는 디자인을 한다. 디자이너는 언어가 갈 수 없는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디자인으로 소통하는 세상은 아름답고 풍요로우며 더욱 강하다.

 

엑스캔버스

 

* 프로젝션 TV 시장 분석

'엑스캔버스' 브랜드가 출시될 당시 삼성전자의 대표 브랜드는 '파브'였다. '파브'는 당시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었던 프로젝션 TV를 위주로 커뮤니케이션을 펴치고 있었으나 '엑스캔버스'는 PDP 제품위주로 광고를 시작했다. 물론 PDP 시장이 형성되기 전이었으며, '엑스캔버스'의 PDP 광고 효과는 '엑스캔버스' 프로젝션 TV의 판매로 이어졌다.

 

* 브랜드 네임의 효과적 활용

BI를 이루고 있는 요소들 중 가장 적극적인 활동이 가능한 것이 브랜드 네임이다. 브랜드 네임을 새로 개발하는 경우는 물론, 기존의 브랜드 네임을 활용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엑스캔버스' '이브자리' 그리고 '종가집김치'의 경우는 기존의 브랜드 네임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디자인만 업그레이드시킨 예이다.

 

[부끄럽지 않은 다지안을 위한 과제]

디자인은 아날로그다. 어제는 좋게 보였던 디자인이 오늘 전혀 다르게 보일 수도 있고 어제는 하찮게 보이던 디자인이 오늘은 괜찮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디자인은 오랫동안 숙성시키며 작업해야 하고 그렇게 하기 ㅜ이해서는 언제나 그에 합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필요한 만큼의 시간을 갖지 못하거나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결과물로 인해 부끄러웠던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물론 필자도 그런 경험을 수도 없이 갖고 있다. 오죽하면 크로스포인트에는 1990년 이래 브로슈어가 없을까. 남들이 아무리 칭찬하는 결과물일지라도 자꾸 눈에 걸리는 약점이나 문제점들이 다시 보이는 이유는 대부분 촉박한 시간 안에 디자인을 끝내느라 충분히 숙성시키지 못한 탓이다. 늘 이런 문제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충분한 작업 시간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이는 근본적으로 디자인 용역비를 상향조정해야만 풀릴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적어도 디자이너들의 인건비 상승폭만큼이라도 해마다 올릴 수 있어야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다. 디자인의 질을 추구하려면 당연히 그렇게 일할 만한 제반 여건들이 갖춰져야 한다.

 

우리나라 디자인계의 발전을 위해서 누군가가 나서서 이 일을 해결해야 한다면 필자는 언제든지 앞장설 용의가 있다. 실제로 해마다 디자인 용역비를 조금씩 인상하고 있는데 크로스포인트 직원 모두가 열심히 일한 만큼 그 일이 아직까지 자연스럽게 실현되고 있다.

 

 

레종

 

* 감성적인 제품의 BI

브랜드의 컨셉이 강력한 경우에는 BI가 컨셉의 범주를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나 브랜드별 특징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 감성적인 제품에서는 브랜드 네임이나 디자인이 쉽게 부랜드의 성격을 만들어낼 수 있다.

 

레종 리뉴얼

 

* 필자는 어떤 제품이든 소비자를 앞서서 리드하는 제품만이 살아남는다고 생각한다. 특히 감성적인 제품의 경우 더욱 그러할 것이다.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춘다는 의미는 소비자와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현재 물건이 잘 팔리고 있다는 것이 지금의 디자인을 소비자가 반드시 좋아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디자인이 화제가 되어 히트상품이 된 경우를 살펴보면 소비자들은 상상도 못 할 파격적인 디자인 전략으로 소비자를 장악하며 리드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애플 컴퓨터가 그렇고 말보로가 그렇다.

 

담배는 소주와는 달리 브랜드 네임과 대표 이미지만 해치지 않는다면 다양하고 앞선 디자인이 얼마든지 가능한 제품이다. 감성을 중시하는 젊은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레종'의 경우에는 더욱더 그럴 것이다.  

 

화요

 

* BI와 타깃

소주라고 해서 브랜딩이나 디자인 과정이 다 같은 것은 아니다. 도수도 다르고 가격도 다르다. 또한 가격이 달라지면 타깃도 달라진다. 이에 따라 작업 방법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 BI를 위해 자료 찾는 노하우

브랜딩을 위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자료는 곳곳에 많이 있다. 다만 아무나 알아보지 못하는 것 뿐이다. 같은 사전, 같은 단어를 보더라도 느낌은 각자 다르다. 필자는 가장 기본적인 단어들을 찾아 미처 지각하지 못했던 깊은 뜻을 찾아내는 걸 즐긴다. 

 

* '화요'는 언제나 그 깊은 뜻을 실어서 전달해야만 브랜드 이미지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브랜드였으므로 더 쉽게 브랜드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다. 그런 역할에는 언제나 디자인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필자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정확한 브랜드 전략에 의해서 브랜드를 만들었다면 그 과정에서 해결한 문제점들을 활용하여 소비자들과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브랜드의 의미와 장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은 브랜드를 만들어낸 과정에서 저절로 생성된다.

 

화요라는 브랜드는 언어의 확장선상에서 얻어진 브랜드가 아니라 상상력으로 개발된 브랜다이다. 상상력이란 나무를 보고 숲을 생각하는 능력이 아니라, 나무를 보고 바다를 떠올릴 수 있는 능력이다.  

 

 


Part 7 컨셉이 보이는 브랜드 만들기

 

* 컨셉이나 제품력이 특별히 두드러질 경우,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그 컨셉이나 제품력을 적극 수용하게 된다. 단, 그 컨셉이 유행에 좌우되지 않아야 하고 완전히 소비자 언어로 전환되어야 한다. 컨셉이 보이는 브랜드는 마케팅 비용을 줄여준다.

 

사랑초

 

* 필자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남들이 특히 어려워하는 힘든 상황의 일을 즐기는 편이다. 그러나 그런 성향만으로 브랜드를 성공시킬 수는 없다. 특히 어떤 제품의 시장이 급격히 형성되어 여러 회사에서 동시에 거의 비슷한 제품들을 출시했다면 각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차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전문가 실력의 차이이며, 실력에 대한 판단은 소비자가 직접 내리게 된다. 

 

이런 경우 기존 포트폴리오의 화려함 따위는 아무 소용이 없다. 단지 지금 맡고 있는 브랜드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당면한 과제와 부담만 머릿속에 꽉 차 있을 뿐이다.

 

'사랑초'와 '미초미초'의 최종 시안이 결정되고, 타깃별로 구분하여 간략한 시장조사를 실시하였다. 시장조사 결과로는 '미초미초'가 압도족으로 우세하였으나 너무 젋은 여성 취향으로 치우치게 되면 건강 식초로서의 시장을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남녀노소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사랑초'를 최종안으로 결정하였다.

 

'사랑초' 브랜드의 전체적인 느낌은 서정적으로 전달되면서도 '초'를 사용하여 식초음료임을 쉽게 인지할 수 있게 하고, '사랑'은 은유 및 중의적 표현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용이하게 이끌어갈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제품의 기본 속성인 '흑초'를 알리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디자인의 힘을 빌리는 것이었다. 물론 '흑초'라고 표기는 했지만 부분적으로 과감하게 검정색을 도입함으로써 느낌만으로도 '흑초'임을 전달하게 했다.

 

예상대로 식초음료의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다. 과연 어떤 브랜드가 살아남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사랑초'가 가장 맛있다는 소식은 다시 한 번 필자를 기쁘게 한다. 아무리 훌륭한 BI도 제대로 제품력을 갖추지 못하면 성공 브랜드가 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필자는 운을 타고난 것일지도 모른다.

 

 

한미 全두유

 

* 새로운 제품을 위한 BI 개발 프로젝트를 의뢰받았을 때 가장 궁금한 것이 바로 그 제품의 본질과 속성, 그리고 그것이 갖는 시장에서의 경쟁력이다. 제품의 본질이나 속성 자체에 경쟁력이 없으면 아무리 훌륭한 브랜드 네임이나 디자인이라도 제 힘을 발휘할 수 없다. 한미식품의 '全두유'는 그런 관점에서 아주 반가운 프로젝트였다.

 

중견 제약회사인 한미약품의 자회사였던 한미식품(현재 한미FT)에서는 음료사업을 준비하면서 일반 두유와는 달리 비지를 빼지 않고 콩 전부(100퍼센트)를 사용하여 더 맛있고 더 영양가 있는 '전두유'기술을 개발하였다. 음료시장의 경험이 별로 없고 마케팅 비용도 많이 쓸 수 없는 상황에서 개발된 신제품이었기에 전문회사에 의뢰한 디자인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컸다. 게다가 두유 시장 자체가 정체되어 있었고, 기존의 두유 전문회사 두 곳에서 시장을 독과점한 상태였기 때문에 시장 진입 자체가 그리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언제나 시장 안에 있다. 경쟁이 될 제품들을 살펴보니 일등제품의 용기는 별다른 특징 없이 상하로 길기만 한 형태로 그다지 호감이 가지 않는 모양의 유리병이었고, 또 다른 제품은 일등제품의 특징적인 요소를 피하려고 그랬는지 종이팩으로 된 제품만을 생산 판매하고 있었다. 한참 편의점이 늘어나고 있는 시점이니 젊은이들을 공략하려면 유리병으로, 그것도 제품의 속성을 반영한 특별한 디자인의 유리병으로 승부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 브랜드나 디자인 결과물의 첫 번째 프레젠테이션에서 최고경영자와 여러 담당자들이 쉽게 공감하고 좋은 평가를 받은 디자인은 시장에 나가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콩豆' 프로젝트는 최고경영진의 빠른 결정과 내부 디자인팀의 일사불란한 협조로 단 2개월 만에 완성되었다. 또한 편의점을 중심으로 시장에 나갔을 때의 반응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랐다. '全두유'라는 특별한 컨셉이 주효했고 디자인에 대한 반응도 대단히 고무적이었다. '콩全'의 병 디자인은 소리 없이 판촉사원 노릇을 톡톡히 해주었음은 물론, 우리나라 음료의 병 디자인들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 병 행태와 일러스트레이션, 그리고 레이아웃도 모두 그대로 둔 채 브랜드 네임만 '콩을 통째로 갈아만든 全두유'라고 교체했다. 교체 후 2개월도 지나지 않아 매출이 2배, 3배로 뛰어올랐다. '全두유' 컨셉의 직접적인 브랜드화가 적중한 것이다.

 

 

미래와희망

 

* 진정한 프로란 소비자의 비위를 맞추며 다가가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의 길을 우직하게 지켜나감으로써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사람이다. 이승재 원장은 그런 의사고 '미래와희망'은 그런 병원이다.

 

 

모새골

 

위니아딤채

 

* 브랜드 네임의 중요성

브랜드의 본질을 효율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브랜드 네임과 디자인이 활용된다.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은 브랜드 네임의 몫이다. 브랜드 네임의 선정에 오류가 있다면 아무리 훌륭한 디자인도 그 오류를 커버할 수 없다.

 

 

Part 8 브랜드 업그레이드

 

* 여기서 말하는 '브랜드 업그레이드'란 제품력이나 서비스의 개선보다는 브랜딩과 디자인을 통한 업그레이드 방법이다. 아이덴티티 작업의 가장 큰 동기와 역할은 바로 업그레이드다. 본질을 뿌리로 하여 업그레이드된 아이덴티티는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힐스테이트

 

* 필자가 해야 할 일은 큰 틀에서 전체를 다시 조망하면서 좋은 브랜드를 만들어내고 또 그 브랜드에 대해서 모두가 확신을 갖도록 하는 일이었다.

 

* '현대건설' '현대아파트'라는 차별화되고 강력한 무기를 갖고도 전쟁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훌륭한 전사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필자의 역할은 오래되어서 자칫 낡아 보이지만 본질이 잘 갖춰진 훌륭한 무기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손보는 일이었다. 취약한 성능을 가리느라 외장만 그럴듯하게 포장한 기존 업체의 무기들과는 다른 내공을 뿜어낼 수 있도록 강한 뿌리를 두드러지게 하는 일이 필자가 맡은 일이었다.

 

또한 현대건설의 담당 임직원들이 새로운 브랜드를 개발하는 과정에 참여하여 세부적인 단계를 깊이 경험하도록 하여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애정과 확신을 갖도록 합리적으로 리드하는 것도 또 하나의 큰 역할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순창고추장

 

[소비자 언어]

소비자 언어는 쉽고 단순하다. 소비자 언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쉽고 단순한 언어를 어렵게 해석하기 때문이다. '설득'의 핵심은 '배려'와 '사랑'이다. 소비자를 배려하고 사랑하는 제품은 제품만으로도 쉽게 소통된다. 소비자 언어는 시장의 언어이다.

 

* 시장을 이루는 중요한 양대 요소인 생산자와 소비자는 언제나 다른 용어를 사용한다. 마케팅 관련 서적에서는 소비자의 언어가 따로 전재하며, 마케터나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는 그 언어를 정확히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한다. 하지만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시장 상황에 부딪혔을 때에는 마케팅 전문가들조차도 시장의 문제나 급격히 바뀌는 소비자의 언어를 해독하기 어려울 것이다.

 

* 이 작업의 핵심은 '순창'의 변별력은 높이면서 '태양초'는 일반화시키는 데에 있었다. 이를 위해 기존 포장 디자인의 '청정원'은 신뢰의 상징으로만 보이게 하고 '순창'이 대표로 읽히면서 나머지 요소들을 리드하도록 했다.

 

 

삼일제약

 

* 디지털과 달리 아날로그 작업은 논리나 계산만으로는 완성할 수 없다. 지시야 머리가 하지만 직접 그려서 계속 눈으로 판단하면서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것이 디자인이다. 불꽃까지 마음에 들게 완성되었는데 횃불이 문제였다. 자칫 하면 성냥불같이 되곤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횃불 손잡이의 위아래 두께를 조절하는 답을 얻기까지, 또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 언어를 뛰어넘어 '입'을 통하지 않고 '가슴'으로 직접 전달케 하는 디자인의 힘. 

 

 

Power interview 히트 브랜드 메이커 손혜원을 말한다

 

 

* 손 대표는 홍익대학교를 졸업한 후 1977년 현대양행(현 한라그룹) 기획실에서 디자이너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1984년 '디자인 포커스'라는 디자인 전문 회사에서 본격적으로 당시 한국에 막 정착하던 기업이미지 통합(CI)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86년 아이덴티티 디자인 전문회사 '크로스포인트'의 창립 멤버로 나섰으며 크로스포인트를 인수하던 1990년부터 브랜드 아이덴티티 분야 한우물만 파며, 브랜드 가치가 전면에 부각되던 1990년대 후반부터 명성을 날린다.

 

1990년대 한국 디자인계의 큰 변화를 겪는다. 기업이미지 통합의 열기가 식고 브랜드 이미지 통합(BI)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매할 때 기업보다 매장에서 만나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는 의미이다. 삼성의 지펠이나 파브, LG의 휘센, 만도의 딤채 같은 전문브랜드가 생겨난 것도 이런 이유다. 또 다른 변화는 대형할인점의 등장과 함께 모든 브랜드들이 한 장소에서 경쟁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월마트의 조사에 따르면 할인매장 한 곳에는 10만 개가 넘는 브랜드가 있다고 한다. 상품들이 바로 옆에 있는 경쟁상품보다 자신을 집어달라고 소리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러한 매장의 변화가 브랜드 네임 및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가치와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이처럼 브랜드 경쟁이 치열한 상황 속에서 디자인이 브랜드의 무기가 된 시대환경은 브랜딩이라는 한우물을 파온 손 대표에게 좋은 기회였다. 

 

그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성공의 비결이 감각적이고 화려한 디자인에서가 아니라 브랜드의 명확한 본지을 찾는 노력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그를 찾아오는 클라이언트들은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달라고 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브랜드를 시대에 맞게 새롭게 리뉴얼해 달라고 요구한다.

 

이런 리뉴얼 프로젝트에 임할 때 경험이 적은 디자이너들은 자칫 새로운 변신을 꾀하려고 과욕을 부리는 경우가 있따. 그러나 그 변신으로 브랜드가 원래 갖고 있던 본질적 가치가 사라지거나 변질된다면 오히려 소비자에게서 외면당하게 된다는 것이 손 대표의 철학이다.

 

"본질에 충실할 때 변화가 가치를 낳는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손 대표는 리뉴얼을 할 때도 브랜드의 본질을 찾지 못한다면 아무리 독특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선보여도 더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지 못한다고 역설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본질에 다가갈 것인가. 마케팅 공부를 하고 수십 쪽짜리 보고서를 만드는 일보다 중요한 게 있다. 그는 그 비결을 바로 '디자이너의 직관과 객관적인 판단력, 그리고 해달 브랜드에 대한 깊은 지식과 열정, 그리고 상상력'이라고 말한다.

 

상품이 놓인 판매대를 분석하고 구매 시점에서 중요한 여러 요소들을 면밀히 관찰한 후 소비자행동의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나서는 디자인을 하게 되면 객관성에 준거한 설득력있는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브랜드가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현장에 충실하면 디자인에 설득력이 생기고 소비자의 마지막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드럼세탁기용 세제인 비트드럼의 리뉴얼이 이러한 사례이다. 기존 제품이 드럼세탁기 전용 고급 세제이면서도 그런 본질적 가치를 드러내지 못했던 것에 반해 비트드럼은 패키지 형태와 색상 등 매우 단순하면서도 간단한, 몇 가지 요소만 바꾸면서 매출이 크게 향상되었다. 생산자는 '비트'가 중요하지만 소비자에게는 '드럼'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간파한 것이다. 그가 성공작을 많이 만들어낸다는 것은 소비자와 소통하는 언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손 대표는 디자인을 아름답고 멋지게 장식하는 것으로만 이해하고 있는 이들에게 디자인이란 '순리에 따라 세련되고 아름답게 설득하는 힘'이라는 본질을 깨닫게 했다. 그리고 그 힘으로 브랜드 경쟁에서 승률을 높이는 전략가임을 올해 최대의 히트 브랜드 '처음처럼'으로 다시 입증하고 있다. 

 

[브랜드 리뉴얼 프로젝트를 많이 했는데, 리뉴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브랜드 리뉴얼은 새로운 것을 다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현존하는 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한 다양한 로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나아진다는 것은, 장점은 강조하고 단점은 바로 잡아간다는 것이지 모든 것을 바꿔버리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리뉴얼에서는 먼저 그 브랜드가 갖고 있는 본질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과거에 우리 회사 직원들이 모두 나같이 일하고 생각하며 나처럼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지금은 그들의 개성을 인정하고, 그들의 장점이 더 두드러지도록 유도한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브랜드에는 장단점이 있고 이들을 철저히 분석하는 것이 리뉴얼의 시작이며, 분석된 장점과 단점을 리포지셔닝해 브랜드를 거듭나게 하는 새로운 아이덴티티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리뉴얼이다.

 

[리뉴얼이 새로 디자인하는 것보다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그 대상인 소비자를 설득시킨다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는 한, 신제품이나 리뉴얼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다만 리뉴얼의 경우 좀 더 나아지거나 새로워져야 하는 반면 다루어야 할 브랜드의 본질은 거의 같으므로 변화의 내용이나 범위를 선택하는 일이 쉽지 않다. 

브랜드 리뉴얼의 중요한 포인트는 리뉴얼의 빌미가 된 이미 노출된 문제점들에 대한 정확한 분석에 있다. 오래된 브랜드의 문제점들을 분석해 보면 브랜드의 본질이 왜곡되어 있거나 표현 방법 등이 진부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워질 수 있는 핵심의 본질을 파악하는 직관이 필요하다. 또한 브랜드가 성장한 역사와 브랜드가 놓인 상황, 그리고 브랜드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기존 자료들의 '행간'을 읽을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리뉴얼 프로젝트에서 브랜드의 본지은 어떻게 찾는가?]

'본질'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것이 지니고 있는 가장 중요한 근본적인 성질이나 요소'이다. 오랫동안 전성기를 구가해 오던 빅 브랜드뿐만 아니라 시장에 나와서 팔리는 모든 브랜드에는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특성이나 요소가 존재한다.

 

브랜드 리뉴얼의 핵심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었던 가치들 중에서 닷 ㅣ살릴 만한 것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브랜드를 리뉴얼하는 이유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소통이 이전만큼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생산자와 시장, 그리고 소비자를 있는 그대로 파악,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조사를 통해 부분적인 사소한 것들을 확인할 수는 있겠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는 데는 역시 직관과 통찰력만한 게 없다. 그러나 전문가이기 때문에 갖게 될 수 있는 오만이나 편견은 언제나 조심해야 한다. 

 

* 브랜드는 성장하는 생명체와 같다. 때문에 잘못된 것을 한꺼번에 고치기란 쉽지 않다. 늘 애정으로 지켜보면서 문제점을 초기에 발견하며 조금씩 환경을 개선해 주는 것이 좋다. 

 

* 잘 알지고 못하는 대상까지도 헤아릴 줄 아는 능력은 디자이너로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능력이다.

 

★★[디자이너에게 왜 마케팅 능력이 필요한가?]

마케팅 능력은 아이덴티티 디자이너의 생존에 꼭 필요하다. 마케팅과 디자인은 별개로 나눌 수 있는 두 개의 사안이 아니다. 디자인의 모든 과정에 마케팅 감각이 개입되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마케팅적 직관을 갖춘 디자이너는 흔치 않다. 

 

마케터는 숫자와 언어를 사용한다. 디자이너는 그림을 사용한다. 하지만 마케팅 감각이 내재된 디자이너는 언어와 그림을 혼합하여 전혀 새로운 기호를 만들어낸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효율적인 기호체계의 총체인 것이다. 

 

[디자이너면서도 네이밍을 잘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네이밍은 여러 나라 언어를 많이 알고 있다고 잘하는 것이 아니다. 언어의 확장성을 터득하고 있어야 잘 할 수 있다. 언어는 기호, 기호는 곧 그림이므로 디자인과 네이밍은 항상 같은 공간 안에서 숨쉬고 있다.

 

[30년 가까이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진리는 무엇인가?]

디자인은 예체능 과목이 아닌 과학이나 철학이라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심리학이나 수학일지도 모르겠다. 분석적이고 논리적이어야 함은 물론 섬세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디자인은 아주 넓고 깊은 의미의 아트(ART)이다. 

 

* 좋은 세상에 태어난 후배들은 우리 세대보다 더 짧은 시간에 우리가 했던 것들을 성취할 수 있을 테니 우리보다 더 나은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고도 말해 주고 싶다. 그리고 남다른 언어 체계로 특별한 설득력을 갖춘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일생을 바쳐 일해 볼만한 직업이라는 것도 꼭 알려주고 싶다. 

 

 

 

 

 

 

 

** [이 책을 읽은 이유 및 전체적인 서평]

고3까지 나는 꿈이 없었다. 하지만 대학에 가기 위해 꿈 비스무리 한 것이라도 정해야만 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는 중학생때부터 패션에 민감했고 돈은 없었지만 남들과는 다른 옷을, 다시 말해 튀는 옷을 입고 싶어 했었다. 용돈을 쪼개서 예쁘면서도 특이한 옷을 입으려고 중고시장, 동대문, 명동 등등 찾아다니며 구매했었다.

그리고 패션디자인의 '유쾌함'이 좋았었다. 인터넷으로 하나의 신발을 봤었다. 갑피는 고무신처럼 생겼는데 그 위에 누군가가 발가락 모양을 그려놓은 것이 아닌다.

신발을 신었는데 발가락모양이 보이게 해 놓다니..! 순간 충격과 쾌감 그리고 재미를 느낀것 같다. 그래서 평생 옷과 관련된 일을 한다면 질리지는 않겠구나 하고 패션디자인과를 고3때 목표로 정했다.

공부도 못했으면서 예체능 계열 꿈을 너무 늦게 정했다.

 

결국 공부도 못하는데 미술까지 안보는 비실기 전형 디자인과를 모조리 쓰게 되었고 패션은 높은 경쟁률도 다 떨어지고 생전 처음 들어본 '시각디자인과'라는 곳에 가게 된 것이다.

가고 보니 컴퓨터를 이용해 디자인을 하는 거였다. 컴퓨터를 싫어하던 나였는데, 그때는 맥컴퓨터가 뭔지도 모르고 강의실에 있길래 막 다루면서 썼다. 여러가지 디자인 관련 프로그램도 너무 어려웠다. 특히 웹디자인을 배울 때 웹사이트를 만드는 과정이 사람 돌아버리게 했다.

지금와서 코딩이 뜰 줄 알았으면 좀 참고 해볼 걸 생각도 된다.

 

그래도 디자인 공부는 재미있었다. 하지만 패션디자인에 미련이 있던 나는 결국 편입학을 통해 패션디자인과에 들어갔고 그렇게 편입미술 준비기간까지 합치면 적어도 5년동안은 패션만 봤다. 20대 초반, 꽃다운 나이, 의심없이 그 길만 봤다. 하지만 대학교 4학년,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졸업작품이 끝나고 졸업해야 할 시기와 다른 직업을 탐색해 보고자 하는 욕구가 같이 와버렸다. 졸업유예를 걸어놓고 방송PD가 되겠다고 생고생도 해보고 그러다 너무 힘들어 다시 패션으로 돌아갔지만 디자인이 아닌 소싱쪽으로 방향을 틀었었다. 취업적령기에 1년동안 대기업에서 알바를 했다. 날 채용하지 않아도 상관 없었다. 단지 그 직무를 경험하고 알고싶었을 뿐이다.

일을 해보니 나는 꽤나 사회생활을 잘 하는 축에 속했고 상사들은 날 이뻐했다. 나에게 2번의 정규직전환 기회가 왔었지만 직무에 확신이 들지 않아 제발로 차버리고 나왔다. 그 후 연락을 끊었다. 좋지 못한 꼴도 보았지만 연락을 끊어버릴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난 그 상사들을 좋아했다. 하지만 왠지 끊어야 할 것 같았다. 내가 내발로 나온 것이 그분들의 직업을 부정하는 것이었으니까. 지금와 생각해보면 멍청한 행동이었지만..

 

어쨌든 그 이후로 기나긴 방황이 시작된 것.

항상 내 머릿속에는 '가치있는 일을 하자' 가 박혀있었다. 한번 사 입고 말 옷, 넘쳐 흐르는 사치품, 그런거 말고 진짜배기 일을 하자고. 근데 또 지루한 것은 못견디나 보다. 완전 사무직은 죽어도 못하겠더라.

답은 다시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다.

헌데 기가막힌 직무를 본 것이다. '디자인+비즈니스=디자인경영'이 그것이다. 결국 정치가 아닌 이상 가치있는 일을 하려면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완전 사무직보다는 Creative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아주 딱었다. 이 디자인경영은 마케팅과 연관이 깊었고, 그 과정에서 '브랜딩'이라는 직업을 발견했다.

소셜멘토링 '잇다'라는 사이트에 해당 고민을 올리며 자문을 구했고 어떤 멘토분이 이 책 '브랜드와 디자인의 힘'을 꼭 읽어보라고 했다. 그래서 바로 도서관 달려가 빌려 읽은 것이다.

 

일단, 상당부분 감으로만 이해했던 부분들이 이 책을 읽은 후 해소되었다. 하지만 책이 씌여진지 너무 오래되었다. 우리엄마 처녀시절 다녔던 '태평양'이 나오다니 급박한 트랜드 속 디자인을 참고해야 할 시기에 그게 웬말인가 말이다. 너무 오래된 디자인 작업들에 몰입하기는 힘들었지만, '처음처럼'이나 '참이슬'과 같은 국민브랜드를 배출해 낸 스토리는 인상깊었다.

 

결론은 나는 손혜원대표처럼 BI전문가는 별 흥미가 없다는 것이다. 너무 BI디자인 측면으로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서 다른 '브랜딩' 이나 '디자인 경영'의 세계를 다시 찾아 나서야 할 것 같다.

 

현재는 국회의원이신 이 책의 저자 '손혜원'님.

가치있는 일에 메달려 직업탐색을 할 때 나 또한 정치인을 고려했었다. 하지만 다방면으로 알아 본 결과 정치인과 UN관련 직종은 사회에서 풍부한 경험과 자기만의 무기를 갖고있는 이들을 더 환영한다는 말과 느낌 때문에 접기도 했었는데..

BI 브랜딩 시장에서 명성을 떨치고 더불어민주당 홍보위원장으로 들어간 것이 계기가 되어 국회의원까지 되신 저자 손혜원님을 보니 그 말이 영 틀린 말은 아니었구나 싶다.

 

이 책은 두껍지만, 그것은 책에 쓰인 용지가 프린팅된 색감을 잘 표현하고자 두꺼운 종이를 사용해서 그렇지 실상 내용은 한정적이고 금방 읽힌다. 

2012년 개정판이 나온걸로 알고 있는데 나는 2006년도꺼를 읽어서 너무 오래된 이야기들이라고 느꼈다. 

이 책을 시작으로 브랜딩과 마케팅, 디자인+비즈니스에 대해 더 많이 접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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