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300 PROJECT/100권의 책_전문 지식을 쌓는다

book_012. 모두가 디자인하는 시대.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 입문서

by '오지연' 2016. 11. 12.
반응형

 

 

모두가 디자인하는 시대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 입문서

 

 

에치오 만치니 지음

조은지 옮김

출판사 : 안그라픽스

초판 발행 : 2016년 5월 27

2쇄 발행 : 2016년 9월 9일

 

지은이 : 에치오 만치니 

 

[소속]

밀라노공과대학 (명예교수)

[경력사항]

중국 지앙난대학교 초빙교수

중국 통지대학교 초빙교수

영국 런던예술대학교 석좌교수

이탈리아 밀라노공과대학 명예교수

이탈리아 밀라노공과대학 서비스디자인센터 코디네이터

이탈리아 밀라노공과대학 지속가능성을 위한 디자인혁신연구실

이탈리아 밀라노공과대학 디자인과 교수

 

2009              데시스 네트워크 설립

 

[수상내역]

2016년 황금콤파스상

[도서]

 

 

[지은이 소개]

에치오 만치니 (Ezio Manzini)

 

지속가능성을 위한 디자인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2009년에 사회혁신 디자인을 주제로 한 디자인 대학들의 네트워크인

데시스네트워크(DESIS Network)를 설립해 세계 곳곳의 디자인 대학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사회혁신 디자인에 관한 담론을 활성화하는데 기여했다.

오랫동안 이탈리아 밀라노공과대학(Politecnico di Milano) 디자인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지속가능성을 위한 디자인 연구를 진행했다.

또한 전략 디자인, 서비스 디자인 등 새로운 디자인 전공을 개설하며

디자인 교육의 영역을 넓혔다.

밀라노공과대학에서 '지속가능성을 위한 디자인 혁신(Design Innovation for Sustainability, DIS)' 연구실을 이끌었고, 디자인 전공 박사학위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서비스 디자인 센터(Centro Design dei Servizi. DES)'의 코디네이터를 역임했다.

디자인 분야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탈리아 황금콤파스(Compasso d'Oro) 디자인상,

미샤 블랙 경 메달(Sir Misha Black Medal)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현재 밀라노공과대학 명예교수이자 영국 런던예술대학교(University of the Arts London)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며, 중국 통지대학과 장난대학의 초빙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www.desis-network.org 

 

[옮긴이 소개]

 

조은지

 

네덜란드 델프트공과대학(Technische Universiteit Delft)에서 인터렉션 디자인을,

이탈리아 밀라노공과대학에서 서비스 디자인과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을 공부했다.

에치오 만치니의 지도 아래 밀라노공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2014년부터 중국 후난대학 디자인학과 조교수로 일하고 있다.

 

 

**

[목차]

 

이 책의 한국어판은 원저인 영문판과 그 후 출간된 스페인어판, 중국어판 번역본에 이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해온 에치오 만치니의 경험과 시각으로 쓴 책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상황과 맞지 않거나 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디자이너의 시각에서 사회혁신을 다룬 책이 많지 않기 때문에 출간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오히려 한국에서의 사회혁신 디자인에 대한 논의를 촉발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관련 개념이나 용어 들을 한국어로 정립하는 일이 이 분야의 담론을 활성화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작업 중 하나이겠지만, 책의 내용을 좀 더 쉽게 전달하기 위해 한국어판에서는 많은 용어를 의역했다.

 

서론

 

인류에게 주어진 자원과 환경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무한정 필요를 충종시키며 살던 기존의 세계와, 지구의 한계를 자각하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새로운 삶의 방식들을 시도하는 새로운 세계가 공존하며 충돌하는 세상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이 두 세계는 상당히 달라 보인다. 첫째 세계는 오늘날 여전히 지배적이며 주요한 사회 경제적 구조들을 형성해왔고, 지금까지 보여준 성공의 역사로 미루어볼 때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반면, 둘째 세계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한 무리의 섬처럼 보인다. 이 작은 섬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단언하기 이르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 디자인과 누구나에게 잠재된 능력인 보편적 디자인, 이 두 종류의 디자인이 힘을 합치면서 둘의 관계는 발전할 것이다. 하지만 이 두 종류의 디자인이 함께해야 할 일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만약 인류에게 필요한 것이 새로운 문명이라면, 문제 해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가치와 질,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의미 체계도 문명을 구성하는 한 요소다. 그러므로 새로운 문명이 탄생하려면 이 역시 필요하다. 이것이 전문 디자인과 보편적 디자인이 함께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디자인이 전문성을 보여야 하는 부분은 '의미의 생산' 측면이다. 의미 생산의 차원은 다른 어떤 분야의 학문보다 디자인이 가장 독창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 책은 지역과 일상의 차원에서 출발한다. 일상에서 매일 여러 문제와 기회, 나아가 삶의 의미와 씨름하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출발한다. 우리는 이들이 자신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어떻게 협동의 힘을 (재)발견하고, 이런 협동의 (재)발견이 어떻게 새로운 형태의 협동적 조직, 그리고 새로운 방식의 해결책을 가능케 하는 사물을 낳는지 보게 된다. 전문 디자이너들은 이러한 재발견의 과정 속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디자이너들은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활동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 변화 속에 놓여 있기도 하고, 사회 변화를 촉진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 변화와 촉진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디자이너들은 사회 변화의 내부와 외부에서 동시에 활동하는 주역이다.

 

여기서 '지역'이라는 차원은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계에서는 특정 지역 안에서의 경험도 지구성 어딘가에서 실시간으로 영향을 받는다. 간단히 말하자면, 지역은 우리와 전 세계 사이의 인터페이스다. 지역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지점이자 행동하는 지점이다. 당연하게도 우리가 보거나 행동할 수 있는 것, 따라서 우리가 디자인할 수 있는 것은 지역이라는 이터페이스의 질에 달려 있다. 그리고 이 인터페이스는 디자인 활동의 결과물이다.

 

사회혁신을 지원해야 한다는 견해가 최근 지속되고 있다. 사회 혁신이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난제, 가령 고령화 사회, 만성질환 관리, 이민지 융합, 도시 환경 개선과 변두리의 임시 주거지 개선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사회혁신은 이보다 더 많은 것을 의미하고 있거나 의미할 수 있다. 사회혁신 사례들이 제시하는 삶의 방시과 생산 방식은 개인의 이익과 사회적 이익, 그리고 환경의 이익이 일치하게 만든다. 이런 이유 때문에 사회혁신은 지속가능성을 향한 구체적인 행보라 여겨질 수 있다. 

 

지난 10년간 인터넷, 휴대전화, 소셜미디어가 확산되고 사회혁신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세대의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었다. 이 서비스들은 사회적 난제에 대한 전례 없는 해결책을 제공할 뿐 아니라 복지 그리고 시민과 국가와의 관계에 대한 기존 관념에 도전하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과 사회혁신의 결합이라는 현상과 더불어 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현상은 생산의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제품 생산 시스템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발적인 기술 혁신은 제품 생산 단위의 최소화와 함께 분산형 시스템(distributed systems)이라는 새로운 생산과 소비 네트워크의 형성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분산형 시스템과 사회혁신의 결합은 생산 시스템에 혁신을 불러일으킬 초소형 기업들의 네트워크를 낳을 수 있다. 이런 네트워크는 지난 수십년간 지배적이었던 패러다임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지역 차원에서 제품 생산을 강화하고 제품 생산 활동과 일자리를 전 세계 각지역으로 분배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들을 가속화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디자인 연구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변화의 시기에는 사회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실험실로 보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모든 영역과 모든 차원에서 사회적 실험을 촉진하고 방향을 정하는 일이다.

ⓑ 두 번째로 할 일은 훌륭한 사회혁신 사례들을 재생산하고 연결하는 것이다. 사회혁신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일과 재생산하는 일은 상호 보완적인 과정이다. 변화의 시기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해보고,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보강해 최선의 아이디어를 재생산할 필요가 있다. 

ⓒ 마지막으로는 재생산된 아이디어들을 연결함으로써 여러 작은 움직임이 합쳐져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실험, 재생산, 연결이라는 세 가지 활동은 디자인 전문가의 능력뿐 아니라 비전문가에게 잠재된 보편적 디자인 능력도 모두 필요로 한다. 이들이 합쳐져 오픈 디자인 실험(open-design experimenting)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디자인 프로젝트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이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안 여러 프로젝트를 포괄하고 조율할 수 있다. 

 

이 책은 디지안 문화에 기여하려는 책이다. 디자인 문화는 모든 사회적 주체가 그 성장에 기여할 수 있지만, 디자인 전문가가 주요 생산자가 되어야 하는 문화다.        


1부 사회혁신과 디자인

1. 혁신, 새로운 문명을 향하여
사회혁신

 

ex) '아이농휘'라는 사회적 기업 설립

2005년 중국 광시성 류저우에 사는 주민 일부는 일반 시장에서는 질 좋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찾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도심에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외딴 시골 마을에서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을 발견한 이들은 적은 수입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시골 농부를 돕는 한편 도시에서 안정적으로 유기농 먹을 거리를 공급받을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기 위해 '아이농휘'라는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게 된다.

 

이 사례의 핵심은 시골 농부와 도시민사이의 새로운 관계다. 전통 농업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연마하고 있는 농부들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유기농 먹을거리 네트워크에 대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접한(그리고 디자인 능력과 기업가적 능력도 지닌) 도시민들은 서로가 지닌 능력과 필요가 상호 보완적인 성격을 띠고 있음을 인식하고, 양쪽 모두에게 유익한 해결책을 만들어내기 위해 그들 사이에 존재하던 문화적 간극을 메우고 서로에 대한 편견을 극복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는 건강한 유기농 먹을거리에 대한 수요와 농업 문제를 해결하려는 프로젝트들의 훌륭한 사례다. 아이농휘 사례에서 살펴본 것 처럼, 세계 곳곳에서 늘고 있는 이러한 프로젝트들이 제안하는 것은 새로운 방식의 먹을거리 소비뿐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생산, 생산과 소비의 새로운 관계, 그리고 도시와 주변 농촌의 새로운 관계다.

 

위 사례는 협동적 서비스에 대한 사례로, 아이농휘는 평범한 시민과 농부 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해결책을 고안하고 실행한 사회혁신의 훌륭한 사례이다.

 

** 우리 사회를 유심히 살펴보면, 먹을거리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흥미로운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 일상생활에서 경제적, 환경적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이웃 간에 새로운 형태의 유대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서비스를 공유하기로  결심한 사람들(공동주고, 물건 혹은 서비스 공유, 품앗이)

ⓑ 간단한 물물교환에서부터 타임뱅크(time bank)나 지역 화폐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방식의 물물교환, 젊은이와 노인이 서로 도우며 새로운 개념의 복지를 촉진하느 서비스(협동적 사회 서비스)

ⓒ 도심의 환경과 도시민 간의 관계를 개선해주는, 시민들이 만들고 가꾸는 공공 텃밭(게릴라가든, 공동체 텃밭, 옥상 텃밭)

ⓓ 자가용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대안적 교통수단(카셰어링, 카풀, 자전거)

ⓔ 지역 내 자원과 공동체에 기반한 새로운 생산 모델(사회적 기업)

ⓕ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공정하고 직접적인 거래(공정 무역 운동) 등.

 

이런 프로젝트들이 지닌 가장 두드러진 공통점은 이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미 존재하는 자원들을 (사회적 자본에서부터 역사적 유산, 전통적인 수공예 기술에서 부터 최첨단 기술에 이르기까지) 창조적으로 재결합하는 데서 생겨난다는 점이다. 이러한 공통점은 사회혁신이 무엇이고 왜 생겨나는지에 대한 중요한 정의를 제공해준다.

 

**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는 새로운 아이디어

"우리는 사회혁신이란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새로운 사회 관계 혹은 협동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아이디어(제품, 서비스, 모델)라고 정의합니다. 즉 사회혁신은 사회에 도움이 되는 동시에 사회의 문제 해결 능력을 강화시키는 혁신입니다." 

 

이러한 정의에 비추어볼 때, 사회혁신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해왔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사회혁신은 여러 이유에서 전례가 없는 모습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 한편에는 정보통신 기술의 확산과 그로 인해 가능해진 사람들 간의 새로운 관계가 있고, 다른 한편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오늘날 (전통적으로 부유했던) 많은 서방 국가가 겪고 있는 경제 위기 탓에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소비를 줄이고 좋은 삶(그리고 좋은 일)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리는 동시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가능하면 어떻게 잘살지를 배워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한편, 경제가 급성장하는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전통적인 사회경제 환경으로부터 '근대적modern'이라고 불리느 새로운 환경으로 급격하게 변화하도록 내몰리고 있다.

삶의 방식, 그리고 잘산다는 것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한편 또 다른 수백만의 사람들은 가난, 전쟁, 환경, 재앙 등의 이유로 시골 마을을 떠나 도시로, 혹은 더 안전하고 안락한 삶에 대한 희망을 안고 모국을 떠나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모든 문제가 특정 지역에서 전 세계적 차원에 이르기까기 사회 전체와 정부 기관들이 직면한 과제다. 이 문제들 모두 전통적인 경제 모델이나 하향식(top-down) 접근법(이런 방식 역시 꼭 필요하긴 하지만)에서는 해결책을 찾알 수 없는 광범위하고 전 세계적인 사회 문제다. 비영리단체와 시민사회단체의 역할, 가장 중요하게는 시민 개개인, 가족, 그리고 공동체의 적극적이고 협동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이것이 사회혁신이 보탬이 될 수 있는 지점이다. 물론 정해진 길은  없지만, 분명한 것은 전 세계 모든 곳에서 매일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삶의 방식(그리고 나아가 사고방식과 좋은 삶의 의미)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혁신은 사회기술 시스템 전체에 변화를 가져올 강한 동력이 될 수 있다.

 

** 난제에 대한 해결책

최근 몇 년 사이 사회혁신은 여러 정부의 정치적 의제, 그리고 공공 담론의 핵심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 예전에는 해결하기 매우 어렵다고 여겨졌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사회혁신이 유용하기 때문이다.  

로빈 머리 (Robin Murray), 줄리 콜리어그라이스(Julie Caulier-Grice), 제프 멀건(Geoff Mulgan)이 함께 쓴 글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우리 시대의 가장 시급한 현안들 중 일부는 현재의 체계나 정책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

이들이 말하는 현안들은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는 만성질환(가령 비만, 당뇨병 - 옮긴이), 불평등의 확산, 고령화 사회, 다문화 사회 속 사회 통합 같은 문제들이다. 이들은 이런 문제들을 사회적 난제(intractable social problems)라 일컫는다. 그들에 따르면 이것은 '정부 정책을 통한 해결이나 시장의 힘에 맡긴 해결 모두 부적합한 것으로 판명났다.' 이 난제에 직면할 때 사회혁신이 중요해지는 이유는, 실현 가능한 해결 방안들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경제 모델의 틀을 깨고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해결 방안들은 다양한 사회 주체가 지닌 동기와 기대를 바탕으로 작동한다.

 

ⓑ 새롭고 복잡한 이런 모델들은 공익 대 사익, 지역 대 세계, 소비자 대 생산자, 필요 대 소망 같은 관습적인 이분법을 넘어서는 모델을 제시한다.

런 모델은 지역적(특정 장소에 뿌리를 둔)인 동시에 세계적(비슷한 모델이 세계적으로 연결된)이다. 생산자와 사용자 모두 적극적으로 생산에 참여하기 때문에 생산자와 사용자의 역할을 구분짓기 어려운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이런 해결 방안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마음에 들기 때문에 참여하므로,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이 일치하게 된다.

지역이나 상황에 따라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 중 하나가 상대적으로 더 중요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사례에서 드러난 사실은, 사람들의 필요와 필요를 충족시키려는 의지가 공존할 때, 즉 필요와 바람이 적절히 균형을 이룰 때에만 사회혁신이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 근본적으로 새로운 해결 방식

사회혁신이 하는 일은 새로운 기능과 의미를 만들어내기 위해 이미 존재하는 자원과 사람들의 능력을 재해석하고 재조합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회혁신은 그 지역에서 '정상적'이라고 여겨지는 익숙한 사고방식 및 생활 방식과의 단절을 보여주는 새로운 사고방식과 문제 해결 전략을 제시한다.

ex) 단절의 지역성

현재의 존재 방식 및 생활 방식과 단절을 일으킨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일반적으로, 이는 기존의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른 새로운 행동 방식을 제안함으로써 늘 해오던 관례를 깨뜨리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사회혁신의 맥락에서 '근본적으로 새롭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 먼저, 가장 분명한 점은 이에 대한 보편적인 정의를 내릴 수 없다는 사실이다.

동일한 아이디어라도 그것이 얼마나 새로운 아이디어인가는 맥락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

ex) 이웃끼리의 품앗이

품앗이라는 아이디어는 전통적으로 품앗이가 삶의 일부인 인도 라자스탄 마을에서라면 새로울 것 없는 흔한 아이디어지만, 런던이나 밀라노의 중산층 거주 지역에서는 매우 새로운 아이디어 일 수 있다.

ex) 아프리카의 농부가 마을 시장에서 자신이 수확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은 그 지역 먹을거리 및 농업 시스템이 지닌 일상적인 모습이지만, 뉴욕 유니언스퀘어 농부시장에서 자신이 키운 채소와 과일을 파는 농부들에게는 미국의 통상적인 먹을거리 및 농업 시스템에 비추어볼 때 매우 혁신적이라 할 수 있다.

 

가령, 노령 인구의 증가라는 문제를 생각해볼 때,

"이 모든 노령인구를 어떻게 돌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고도로 산업화된 사회의 경우, 주류를 이루는 답변은 "전문화된 별도의 사회복지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근본적으로 다른 답변은 "노인들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로도 생각해보라. 노인들의 역량과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지원하고, 그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적절하게 활용하라."이다. 노인들을 보살핌이 필요한 대상이 아니라 그들이 가진 능력과 의지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이런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은 다양한 사회적 해결책과 개선안을 만들어내고 있다.

 

즉, 근본적인 혁신은 주어진 질문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해답을 만들어낸다.

 

 

** 사회적 경제의 실제

이런 혁신들의 기반이 되는 경제 모델 속에는 사회적인 관심과 환경적인 관심이 통합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런 모델들을 연구한 결과 학자들은 이것이 '사회적 경제'라는 새로운 경제가 발현된 것이라 여기게 되었다. 로빈 머리는 사회적 경제에는 네 가지 하위 경제(시장, 국가, 기부, 가계 경제)가 공존하고, 여기에 상호 협력, 교환, 자선, 그 외 공익 활동(머리는 이를 가꼐 경제의 일부로 포함시킨다.)이 함께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는 '상품의 생산과 소비에 기반한 경제와는 매우 다른 특징들이 섞여 있기 때문에 나는 이를 '사회적 경제'라고 묘사한다. 

 

** 사회적 경제의 주요 특징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포함된다.

ⓐ 관계를 유지하고 관리하기 위한 분산형 네트워크(distributed networks)의 활용(인터넷, 모바일, 그리고 기타 통신 수단의 보조).

ⓑ 생산과 소비의 불분명한 경계.

ⓒ 일회성 소비보다는 협업과 지속적인 상호작용, 보살핌, 유지 관리에 대한 강조. 

ⓓ 가치와 사명의 강력한 역할. 

 

** 정부가 사회혁신을 정치적 의제로 도입한 주요 이유

여전히 비주류이긴 하지만 여러 국가(특히 최근 경제 위기로 심한 타격을 받고 있는 국가)에서 사회혁신이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받는 이유는 바로 이 새로운 사회 모델과 경제 모델 덕부닝다. 다시 말해, "적은 비용으로 실질적 성과를 얻을 수 있고, 경기 불황이 가져올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서둘러 시도하고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점차 늘고 있다."

 

사실 여러 정부가 사회혁신을 정치적 의제로 도입한 주요 이유가 적은 비용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실질적 성과를 얻고자 하는 희망 때문이라는 사실은 명백해 보인다.

ⓐ 이러한 현상의 긍정적인 측면이라면, 정부의 의도가 민감한 이슈들을 건드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사회혁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 반면 우려스러운 점은 (원래 국가가 책임지던 사회복지 문제를 이제는 시민사회가 나서 맡아야 한다는 가정 아래) 정부가 사회복지 예산을 삭감하는 명분으로 사회혁신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사회혁신의 잠재력, 그리고 협동적 조직들이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가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상당히 바람직하지 못한 시각이다.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런 종류의 혁신은 정부와 시민간의 새로운 협약에 기반한 "차세대 사회 서비스"를 낳을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정부의 역할은 축소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정부는 시민, 사회 단체들과 더불어 사회혁신의 적극적이고 영향력 있는 파트너가 되는 셈이다. 이런 관점은 특정 사회 문제를 넘어서 좀 더 넓은 차원으로 논의의 폭을 넓혀준다. 사회혁신을 촉발하는 문제들(그리고 사회혁신이 해결하고자 애쓰는 문제들)은 사실 지금까지 언급한 구체적인 문제들보다 훨씬 광범위한 차원의 문제들이다. 거기에는 웰빙, 일, 그리고 현재의 생산 모델에 대해 우리가 지금까지 갖고 있던 익숙한 생각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 포함된다. 이 위기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필요로 할 뿐 아니라 새로운(바라건대 더 현명한) 문명을 필요로 한다.

 

** 사회기술 시스템과 혁신

어떤 종류의 인간 사회에도 기술이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인간 사회와 관련된 모든 변화는 사회적이면서 동시에 기술적인 변화이다. 따라서 사회혁신이라는 표현은 단순화된 용어인 셈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회혁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사회적 변화로 촉발된 사회기술 시스템의 혁신에 대해 논해야 한다. 즉, 이는 현존하는 기술을 활용하되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고 결합하는 새로운 사회적 형태를 도입함으로써 기술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을 의미한다.

 

기술 시스템이 사회 깊숙히 파고들면 들수록(즉 기술과 사회 사이의 인터페이스가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을수록)기술 시스템이 사회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빠르고 광범위하다. 더구나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기술 시스템에 노출되어 있을수록, 그 기술을 처음 발명한 개발자들은 생각하지도 않았던 용도로 사람들이 그 기술을 이용하거나 변형시킬 가능성과 능력이 높아진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정보통신 기술이다.

 

정보통신 기술은 빠르게 사회 속으로 스며들어 단시간에 일상적인 것으로 자리 잡았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많은 사람에게 정보통신 기술은 일상, 나아가 인생을 꾸려가는 플랫폼이 되었다. 더욱이 많은 사람이 정보통신 기술을 자신의 필요에 따라 변형시켜 사용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제는 이런 것들이 너무 명백해져서 많은 제품이 아예 미완성인 채(베타 버전)로 대중들에게 제공되어 사용자들이 제안한 개선 사항이나 추가 기능이 제품을 완성시키는 데 반영되고 있다.(따라서 사용자들은 공동 디자이너가 된다.)

 

이렇듯 점점 더 많은 사례에서 기술적 혁신과 사회적 혁신을 구분하기 어려워졌다. 계속 커져가고 있는 사회기술적 혁신의 영역에서 기술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 중 어느 것이 먼저인지를 따지는 일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따지는 일과 비슷해 보인다.  

 

 
분산화되고 회복력 있는 시스템

 

분산형 시스템은 물론 기술적 혁신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분산된 구조라는 본질은 기술적 측면이 사회적 측면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는 좀 더 복잡하고 혁신적인 과정 속에서 탄생한다.

다시 말해, 사회적 혁신 없이 실행될 수 있는 분산형 시스템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 재생 가능한 에너지의 소규모 생산과 소비(예를 들어 각 가정마다 태양열 전지판을 설치해 생산한 전기를 마을 단위로 모아 활용하는 방식 - 옮긴이)

ⓑ 지역화된 먹을거리 생산과 소비 네트워크

ⓒ 소규모 제품 제작 공장 같은 분산형 시스템 방식의 솔루션들

이는 여러 사람들이 그 솔루션을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시행에 참여하기로 결정해야만 작동할 수 있다.

 

** 분산형 시스템이 어떻게 등장하고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게 된 것일까?

ⓐ 다른 혁신들의 기술적 토대가 된 것으로, 정보 시스템이 기존의 계층적 구조에서 네트워크 구조로 전환되면서 일어났다.(예를 들어, 분산형 지능)

 

그 결과 분산된 형태의 지식과 의사결정이 보편화되면서 산업화 사회에서 지배적이던 경직된 수직적 모델이 수평적이고 유연한 모델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러한 혁신은 너무나 성공적이어서 이제는 네트워크 구조가 거의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노트북과 인터넷이 등장하기 이전 정보 시스템은 거대한 메인프레임 컴퓨터와 수직적 구조에 기반하고 있었다. 

 

ⓑ 분산형 발전 시스템은 강력히 진행 중인 '녹색 기술green technology' 추세 속에서 투자와 경쟁이 집중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이런 기술들이 전체 에너지 시스템에 강한 영향을 미치고, 결국에는 에너지 시스템 역시 정보 시스템이 중앙 집중형 구조에서 분산형으로 진화한 것과 비슷한 행보로 진화할 것이라는 생각은 일리가 있는 추론이다.

 

 

** 분산형 제품 생산

오늘날 보편화된 생산과 소비의 국제화에 도전한다. 

이 흐름은 생산 영역에서의 혁신(작고 효율적인 생산 기기의 등장)과 소셜 네트워크(디자이너, 제조업자, 사용자를 한데 모을 수 있는 전례 없는 가능성)가 융합되는 데서 생겨난다. 그 결과 최신 기술을 이용해 누구나 제품을 디자인하고 소규모로 생산하는 시스템이 세계 곳곳에서 실험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은 팹랩(Fab Labs)이나 메이커스무브먼트(makers movement)에서 볼 수 있듯이 새로운 형태의 오픈 디자인과 네트워크화된 소규모 공장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한 가지 덧붙일 점은 분산형 제품 생산이라는 아이디어가 첨단 기술의 영역에서 전통적인 수공예, 그리고 중소기업의 영역으로 옮겨가면서 새로운 활기를 불어놓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찌만 앞으로 이런 추세가 더욱 강화될 것이고, '사용될 지역에서 가능한 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제품을 생산한다'는 원칙에 따라 디자인과 생산 과정이 정해지는 방향으로 생산 시스템 전체가 바뀔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더 중요한 점은 분사화라는 속성 덕분에 이런 시스템이 제품 생산 관련 일자리가 존재하지 않던 지역 혹은 제조업의 쇠퇴와 더불어 관련 일자리가 사라져버린 지역에 제품 생산 관련 일자리와 활동이 생겨나게 할 잠재력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어떤 제품을 수요에 따라 적시적지(특정 고객에게 제품이 필요할 때, 필요한 장소 혹은 가장 가까운 장소)에서 생산할 수 있는 분산형 시스템은 다른 어떤 생산 시스템보다 유연하고 단순한 생산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분산형 먹을거리 네트워크가 등장하게 된 배경과 비슷하다. 자본과 의사결정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기업으로부터의 자율성 추구, 그리고 우리의 삶과 생산,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는 사회기술 시스템을 자급자족 가능하고 회복력 있게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 린 생산 방식(lean production)

분산형 제품 생산이라는 흐름이 생겨난 이유는 다양하다. 그 중 하나는 분산형 제품 생산을 린 생산 방식(과잉 생산과 재고, 제품 하자를 막기 위해 품질 관리, 소량 생산, 인력 관리 등을 통해 제품 생산의 모든 과정에서 낭비를 줄여 효율성을 높이는 생산 방식. 적량의 적정 부품을 적시, 적소에 제공함으로써 낭비를 줄인 도요타의 생산 방식이 기존의 대량생산 방식보다 적은 자원으로 동일한 성과를 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 옮긴이)이 진화한 모델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린 생산 방식은 지난 30년간 산업 부문의 혁신을 지배한 제조 모델이다)

 

 

** 분산형 경제

"네트워크 패러디임으로의 전환은 체제의 중심부와 주변부의 관계를 변화시킬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분산형 시스템은 복잡성을 다룰 때 중앙 중심의 균일화나 단순화의 방법이 아니라 시스템 말단 (각 세대와 서비스 사용자, 그리고 직장의 경우 지역 매니저와 근로자)까지 복잡성을 분산시키는 방법으로 해결한다. 시스템 말단에 위치한 사람들은 시스템 중앙에서 파악할 수 없는 구체적인 지식 (예를 들면 시간, 장소, 어떤 사항의 특수성, 소비자 혹은 시민의 사례, 그들의 필요와 바람)을 확보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이런 잠재력이 존재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종류의 사용자 참여, 새로운 관계 정립, 새로운 형태의 고용과 보상이 필요하다. (로빈 머리는 상품의 생산과 소비에 기반한 기존의 경제와는 다른 새로운 종류의 경제가 21세기 초반에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보았다. 그는 이를 '사회적 경제'라고 묘사하면서 주요 특징으로는 분산화된 네트워크의 활용, 생산과 소비의 불분명한 경계 등을 꼽았다. - 옮긴이)

 

** 회복력 있는 시스템

미래 사회가 어떤 모습이든 '위험 사회risk society'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지는 이미 오래다. 위험사회란 자연재해부터 전쟁, 테러, 경제 및 금융 위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심각한 사건에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이 높은 사회다. 그러므로 지속가능한 사회의 필수 조건은 회복력, 즉 한 사회가 노출되어 있는 위험 요소들과 이 때문에 불가피하게 발생할 스트레스, 분열을 극복하는 능력이라는 것 역시 오래전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제 위험사회는 미래에 벌어질지도 모르는 일이 아니다. 이는 세계 곳곳 우리의 일상 생활 속에서 이미 명백해지고 있는 현상이다. 따라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회복력이라는 개념을 이야기하고 있고, 이제는 정책 입안자의 의제, 그리고 디자인 활동에 조속히 포함시키는 것이 현명한 일일 것이다.

 

사실 회복력 강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현재 (지속가능하고 취약한) 조직의 점진적이고 온건적인 변화를 일컫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스템적 변화, 즉 수직적 구조의 시스템에서 분산형 시스템으로의 전환이다. 이런 전환이 일어나려면 사회기술적 차원의 변화뿐 아니라 문화적 차원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퀄리티

 

** 복잡성과 규모

사회혁신이 만들어내는 해법들은 전통적인 해결책들에 비해 복잡한 대신 규모가 작다. 일반적으로 소규모 조직들은 대규모 조직들에 비해 파악하기 쉽고 투명하기 때문에 지역 공동체와 비슷하다. 또한 많은 경우 소규모 단체들은 비슷한 부류의 다른 단체들 혹은 상호 보완적인 다른 조직들과 연결되어 있다. 소규모 조직들은 이런식으로 다른 조직들과 함께 하나의 큰 분산형 시스템을 형성함으로써 세계화(golbalization)의 새로운 개념(생산, 유통, 소비 각 과정에서의 의사결정, 노하우, 경제적 가치가 지역 공동체의 손에 남아 있는 분산형 세계화)를 보여준다.

 

협동적 조직들이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 소규모 조직이 복잡한 사회기술 시스템을 민주적이고 열린 방식으로 이해하고 운영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

ⓑ 규모가 작은 덕에 구성원들이 인간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신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바람직한 미래를 꿈꾸는 활동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일과 협동

질적으로 풍부한 복잡성과 작은 규모는 인간의 활동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직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준다. 이 새로운 상황의 중심에는 인간의 주요한 자기표현 수단인 일work에 대한 (재)평가가 있다.

참여자와 지지자 양쪽 모두 이 방향으로 나아가는 듯 보인다. 그들은 인간이란 자신의 삶의 환경을 형성하고, 실현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의미 있는 활동을 해나가는 존재라는 관점에서 일의 의미를 재평가한다. 따라서 이들은 인간을 단지 소비자, 사용자,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만든 쇼를 구경하는 관람객 정도로 여기는 주류시스템과 정반대의 입장을 취한다. 또한 그들은 몸으로 하는 일에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기존에는 일이라고 여겨지지 않던 다양한 종류의 활동을 일로 인식하면서 일의 의미를 확장시키기 때문에, 일에 대한 기존의 관념에 도전하고 있다. 

ⓐ 누군가를 돌보는 일

ⓑ 마을을 관리하는 일

ⓒ 공동체를 형성하는 일

등등 즉,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 문제들을 해결하고 삶의 질에서 기본이 되는 토대를 형상할 수 있게 하는 활동들이 포함된다.

 

이런 틀은 '의미 있는 일'이라는 개념을 낳는다.

 

일의 개념을 재평가 및 재정의하는 과정에서 협동의 힘과 가치가 다시 등장한다. 이는 어떤 일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이 선택한 미래를 건설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드는 필수 조건이다. 이런 혁신적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솔루션의 대부분은 협동에 기반하고 있다. 그들은 어떤 일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연계하기로 결정한 개인들의 집단이다. 그들은 비슷한 관심을 가진 타인들과 연결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자신들의 개성 일부분을 기꺼이 포기한다.

 

협동의 사례들을 보면,

ⓐ 함께 일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현실적 효과

ⓑ 아이디어와 프로젝트를 공유하는 데서 오는 문화적 가치가 섞여 있다.

전통적인 공동체에서는 구성원 간의 협동이 의무적이었다면, 이러한 형태의 협동에서는 참여자들의 자발적인 선택으로 언제든 자유롭게 참여하거나 그만둘 수 있다.

 

자발적 협동은 두 종류의 흐름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 고도로 산업화된 사회에서 팽배하던 극도의 개인주의로부터 협동의 힘을 (재)발견하는 방향으로 가는 흐름

ⓑ 산업화 이전 사회의 전통적 공동체에서 좀 더 유연한 형태의 선택적 협동으로 가는 변화

 

** 관계와 시간

* 사회적 조직

이들 조직의 뼈대를 이루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 그리고 사람과 장소 및 사물 간 상호작용의 체계이다. 이런 상호작용이야말로 이런 조직의 특징이다.

 

지지자와 참여자들은 이러한 상호작용, 그리고 복잡하고 깊은 인간관계에 민감한 듯하다. 사실 많은 경우 사람들의 행동을 특정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바로 인간관계의 질에 대한 관심이다.

물리적 사물보다 보이지 않는 상호작용에 더 중점을 두는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제품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서비스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한 데서 볼 수 있듯이 이런 변화는 이미 오늘날의 생산과 소비 시스템에서도 일어났지만, 종종 진정한 상호작용보다는 피상적인 체험(가령 인새을 일종의 리얼리티쇼처럼, 생활 환경을 놀이공원처럼 제시하는 식)을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와는 반대로, 협동 조직들은 진정한 관계를 담은 솔루션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참여자들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은 바로 이러한 관계이다.

이런 관계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시간(관계를 쌓아가기 위해 필요한 시간)에 대한 새로운 가치 평가와 해석, 경험이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시간은 다양한 사람들과 장소, 물건을 한데 연결하고 여러겹의 의미가 쌓아가기 위해 필요한 시간을 의미한다. 현대사회의 가속화된 시간과 달리 여기서 느림(slowness)은 좀 더 심화된 질을 만들어 내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여겨진다. 물론 느림의 발견이란 것이 지난 세기를 거쳐 오늘날까지 지배적인 '빠른 시간'을 단순히 '느린 시간'으로 바꾼다는 의미가 아니다.

복잡서으이 시간은 여러 종류과 성격, 그리고 여러 속도가 공존하는 '시간들의 생태계'이다.


새로운 문명의 등장?

2. 네트워크 시대의 디자인
관습과 디자인

 

** 관심적 방식

"늘 이런 식으로 해왔으니까 이렇게 한다." 라고 말하는 것이 관습적 방식이다. 다시 말해, 무엇을 할지 그리고 어떻게 할지(그리고 왜 해야 하는지)를 결정할 때 관심을 따른다면 우리는 관습적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활동의 관련자들 모두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사회적 관습에 비추어 예상할 수 있고, 모든 사람들이 예상하는 바대로 일이 진행될 때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식의 방식에는 나름의 지혜가 담겨 있다. 관습을 따르면 오랜 세월에 걸친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축적된 지식을 활용해 원하는 결과물을 빠르게 얻을 수 있다. 관습은 설명이나 규칙이 따로 필요 없는 간편한 지식이다. 일은 '표준대로' 해야 하고, 같은 사회 문화권에 있느 사람이라면 누구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다. 따라서 이런 지식은 다른 사람에게 명확하게 전달하기가 어렵다. 이는 거장이 일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함으로써, 그리고 직접 해봄으로써 배울 수 있는, 함축적이고 경험적인 지식이다.

 

관습적인 방식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전제조건이 있다.

ⓐ 늘 하던 방식을 주어진 과제에도 적용할 수 있어야 하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야 한다.

ⓑ 관습적 방식은 해결할 문제나 상황이 과거에도 일어난 적 있는 반복적인 일이거나 이미 예전에 제기된 문제여서 해결 방법을 알고 있을 때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새로운 문제일지라도 관습적인 방식을 일단 적용해보고 시행착오를 거쳐 경험적 지식을 습득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도출해내는 과정을 거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관습적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는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그런 시도를 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경험해본 적 없는 새로운 상황에 놓이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빨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다급한 상황이라면 전통적 노하우, 나아가 전통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다.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에 따르면 전통이 약해질수록 개인들은 여러 선택지와 참조 대상 중에서 어떤 생활 방식을 택할지 스스로 따져보고 선택하게 된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전통이 약해질수록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삶을 디자인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고 많은 일들을 관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어떻게 다룰지 스스로 디자인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 디자인적 방식

디자인적 방식(design mode)은 인간이 지닌 세 가지 능력이 결합된 산물이다.

ⓐ 비판적 감각 (현실을 바라보는 능력, 그리고 용인할 수 없는 것 혹은 용인해서는 안되는 것을 인식하는 능력)

ⓑ 창의력(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

ⓒ 현실 감각(무언가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현실적인 방법을 인식하는 능력)

이 세 가지 능력이 합쳐지면, 아직 존재하지 않더라도 만약 적절한 행동들이 뒷받침되면 생겨날 수 있는 무언가를 상상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디자인적 방식은 인간 고유의 능력에 기반한 행동 방식이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고, 누구나 잠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하지만 인간이 지닌 다른 모든 능력들처럼, 이런 능력은 활성화되고 계발되어야만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디자인 능력이 있는가 없는가, 디자인 능력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는 그 주체가 (개인이든 집단이든) 얼마만큼 그 능력을 활성화하고 지원하느냐 혹은 반대로 차단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개발하느냐에 달려 있다.

 

관습적 방식과 디자인적 방식은 항상 공존해왔찌만 시대에 따라 둘 중 한쪽이 더 중요하게 두드러졌다.

유럽의 역사를 돌아보다면, 관습적 방식은 중세 전반에 걸쳐 지배적이었음을 볼 수 있다.

시골 오두막집부터 대성당까지 모든 것이 당사자 혹은 전문가인 장인의 노하우에 의존해 진정한 의미의 디자인 없이 만들어졌다. 르네상스 시대와 과학혁명이 시작되면서 상황은 변했는데, 이 시기 이후로 사회 문화적, 경제적, 그리고 기술적 변화의 속도에 필적할 만큼 빠르게 디자인적 방식이 자리를 잡고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두 번의 산업혁명(특히 20세기 초반에 일어난 2차 산업혁명)은 이런 변화를 가속했고, 오늘날 인터넷과 디지털 미디어의 확산으로 연결성이 높아지면서 디자인적 방식은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고, 관습적인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은 전통적인 형태의 조직들과 함께 사라져가고 있다.

 

** 인류의 진화?

디자인적 방식의 확산은 상상력과 디자인 능력이라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인류의 진화를 향해 나아가는 하나의 길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디자인적 방식의 확산은 사람들이 스스로 무엇을 원하고 어떤 존재가 되고자 하는지 성찰하게 만드는, 더 많은 사람이 스스로 삶의 목적을 정의한다는 시나리오에 잘 부합한다. 

 

 

문제 해결과 의미 생산

 

** 디자인이라는 개념

하버트 사이먼(Herbett Simon)이 저서 <인공과학 The Sciences of the Artificial>에서 내린 디자인의 정의는 디자인이 "원하는 목표를 성취하고 제대로 작동하게 만들기 위한 이상적인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에 관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 문장의 가장 일반적인 해석은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문제 해결'이라는 행위와 연결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디자인을 일상 생활의 차원에서부터 지구적 차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차원에서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본다.  

 

** 문제 해결로서의 디자인과 의미 생산으로서의 디자인은 공존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지만, 자율적으로 존재한다.

우리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식으로 말할 수 없다.

형태와 기능은 경우에 따라 다른,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다. 디자인의 진정한 목적은 바로 이 복잡한 상호작용 속에서 발견된다. 디자인은 사물의 기능에만 관여하는 것도 아니고, 형태에만 관여하는 것도 아니다. 디자인은 이 둘이 독립적이지만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양쪽 모두에 관여한다.

 

전통적으로 물질적 사물에 적용되었던 이런 생각들은 오늘날 디자인이 다루고 있는 새로운 사물들(서비스나 전략처럼 물리적 형태가 없는 디자인 결과물 - 옮긴이) 로 확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디자인의 주요 영역과 관심사가 제품에서 관계(인터렉션, 서비스,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에서 그러하듯이)로 확장되면서 디자인은 사회기술적 조직을 만들게 되었다. 따라서 이는 물질적 사물뿐 아니라 관계 시스템의 기능과 형태, 유용성과 미에 대한 논의를 가능하게 할 언어를 정립하는 문제다.

 

** "우리는 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하길 기대하는가?" 즉, "디자이너는 어떤 동기를 가지고 일하고, 디자인의 잠재적 수혜자들은 무얼 기대하는가?"

디자인 담론이나 프로젝트 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여러 이슈에서 디자인이 기여할 수 있는 바에 대해 서로 다른 기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가령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경우라면,

ⓐ '당뇨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

ⓑ "물이 부족한 아프리카의 외딴 마을에 사는 주민들에게 어떻게 깨끗한 물을 공급할 것인가?" 

처럼 명확히 규정할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다.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하는 긴급한 문제이며, 기술적인 측면에서 이 문제들을 다룬다(여기서 중요한 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았을 때 이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느냐 마느냐이다)는 공통점이 있다.

 

[의미 생산]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어떻게 하면 사물을 좀 더 매력적이고 흥미롭고 만족스럽게 만들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다.

ⓐ 개발도상국의 신흥 중산층 소비자들을 위한 가구 디자인

ⓑ 유럽의 공동 주택 프로젝트에서 거주민들이 공유하는 공공장소 디자인에 관한 질문들

; 문화적 퀄리티(사용자들이 디자인 결과물을 좋아할 것인가 아닌가.)에 초점이 놓여 있다.  

 

 

보편적 디자인과 전문적 디자인

 

** 전문적 디자인(expert design)

누구나 디자인 능력을 갖고 있지만 모두 디자인을 잘하는 것은 아니며, 극히 일부만 전문 디자이너가 된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디자인하는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정의할 수 있다.

보편적 디자인(diffuse design): 비전문가들이 인간의 본능적 디자인 능력을 활용

ⓑ 전문적 디자인(expert design) : 전문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훈련받고 디자인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이 수행

 

 

** 새로운 디자인 지식

디자인 지식은 일련의 도구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특정한 문화를 포함한다. 디자인 전문가들은 문제를 분석하고, 초기 디자인 콘셉트부터 최종 결과물을 생산해내는 디자인과정 전반에 그 도구들을 활용한다. 

 

** 디자인 지식에서 문화란?

ⓐ 현재의 상황, 문제에 대한 비판적인 사고

ⓑ 새로운 대안을 상상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줄 가치와 비전을 제안하는 건설적인 태도

이 두가지를 키워준다.

 

디자인 지식은, 지식이 생산되는 방식과 전수되는 방식의 관점에서도 설명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로서의 디자인(design-as-research)'과 '디자인 연구(design research)'라는 개념을 소개할 필요가 있다.

 

** 서비스 디자인

루시 킴벨(Lucy Kimbel)은 서비스 디자이너가 하는 일이 '구성주의적 탐구(constructivist enquiry)'에 가깝고, 그렇기 때문에 서비스 디자인을 '사회적, 물리적 구조 속에서 다양한 주체들 간에 새로운 가치관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탐색적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서비스 디자인 뿐 아니라 모든 디자인 영역에 해당한다. 복잡하면서도 전례 없는 문제들을 다룰 때 디자인은 탐색적 과정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연구로서의 디자인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디자인과 연구의 관계를 부분적으로만 다루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디자인 연구'라는 형태를 띠는 디자인 방식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디자인 연구는 디자인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지식, 즉 디자인 지식을 생산할 수 있는 활동이다.

 

디자인을 이런 방향으로 이끄는 이유(새로운 종류의 디자인 지식, 그리고 이런 지식을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디자인 연구가 필요해진 이유)

ⓐ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이 점점 더 크고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

그 결과 많은 경우 디자인 팀이 매 프로젝트에 필요한 디자인 지식을 전통적인 '연구로서의 디자인'방식으로 생산할 수 없다. 그러므로 디자인 지식이 필요할 때 바로 찾아보고 빨리 적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 지식의 창고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 디자인 과정의 변화 : 요즘처럼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상에서 디자인 프로세스는 점차 문화, 동기, 전문 능력이 제각기 다른 다양한 주체에게 배분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디자인 전문가들의 내면에 쌓여 있는 전통적 디자인 지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너무 많은 주체들이 디자인 과정에 관여하고 있고, 그들 중 너무 많은 이들이 다른 장소에서 디자인에 참여한다. 그러므로 필요한 지식은(누가 생산했던) 누구나 알기 쉽게 분명한 방식으로 설명되어야 하고, 그럼으로써 다른 연구자들이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지식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디자인 연구가 생산해야 하는 지식은 명확하고 토론할 수 있으며 전달과 축적이 가능한 지식이다.

 

 

** 디자인 연구

비전과 계획을 생산하는 연구들은 대부분 디자이너 고유의 문화와 업무에 적합한 기술과 도구를 사용한 독창적인 방법론을 채택한다. 우리는 이를 가리켜 '디자인을 통한 연구(reserch through design)'라고 한다.

이 경우 연구 방식은 전통적인 과학적 연구 방식과 상당히 다르다. 디자인을 통한 연구는 과학적 연구의 전통에서는 용인되지 않는 주관성을 어느 정도 활용한다. 

 

그럼에도 디자인을 통한 연구는 전적으로 주관적인 차원에 치우친 '예술적 연구(artistic research)'와는 다르다. 디자인은 창의력과 주관성이 어느 정도의 성찰 및 토론과 결합된 학문이다. 

거기에 덧붙여, '디자인을 통한 연구'가 생산해내는 지식은 디자인 속에 암묵적으로 녹아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히 설명되고 논의할 수 있고 타인에게 전수 가능하며 다른 지식과 혼합 가능한 지식이어야 한다. 

 

디자인적 방식 지도

 

** 풀뿌리 조직(보편적 디자인/문제 해결)

지역 차원의 문제

ⓐ 지역 내 녹지 부족

ⓑ 유기농 먹을 거리 확보의 어려움

ⓒ 자가용을 대체할 친환경적 교통수단의 필요 등

를 해결하기 위해 몇몇 사람이 모여 해결책을 고안할 때 사용되는 것이 이 디자인 방식이다.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만, 이런 활동들은 종종 이념적이거나 정치적인 동기에서 시작된다.

최근 몇 년간 이 영역에서 커다란 양적, 질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 양적 측면 : 이런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가 급증했다. 양적인 변화와 함께 참여의 성격도 달라졌는데, 초창기에는 이념적 신념에 기반한 소규모 그룹의 성격을 지녔다면 점차 다양한 사람이 합류하면서 일종의 네트워크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여러 요인이 결합되어 일어난 결과다. 

ⓐ 일부 국가를 덮친 극심한 경제적, 사회적 위기처럼, 일상생활에서 직면하게 된 전례 없던 문제들이 시급한 해결을 필요로 하고 있다.

ⓑ 이런 문제에 대한 인식이 증가했다.

ⓒ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공유 덕분에 이런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있는 방안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 동시에 인터넷과 디지털 매체들이 이런 해결 방안들을 좀 더 효과적으로 유연하고 열린 형태로 만들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에 더 많은 사회 구성원이 쉽게 참여하게 되었다.

그 결과, 종종 이념을 공유하는 소규모 집단으로 존재해왔던 풀뿌리 조직들이 다양한 관심사를 지닌 사람들로 이루어진 좀 더 열린 형태의 유연한 조직, 즉 협동적 조직으로 진화하고 있다.

따라서 더 많은 사람이 잠재된 디자인 능력을 계발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점점 디자인 능력을 갖추게 되고 있다.

즉, 이들은 보편적이면서도 역량 있는 디자인(diffused and competent design)이라고 정의될 수 있는 디자인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 문화 운동가들 (보편적 디자인/ 의미 생산)

자신들의 관심사를 홍보하거나 전시, 발표, 토론 행사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등 문화 활동(전문적인 것과 아마추어적인 것을 모두 포함한 문화 활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이 이 디자인적 방식이다.

 

영화 포럼에서부터 거리 예술, 독서회부터 록밴드, 지역 라디오 방송에서 자율적으로 경영되는 친목 모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이 이에 속한다.

대채로 이런 문화활동은 도시에서 활동하는 젊은이들이 주체가 되어 이루어진다. 이들에게 도시는 창의력을 자극하는 자극제이자 아이디어를 펼쳐 보이는 무대이다.

이 디자인적 방식은 수적으로는 많지 않지만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주목할 만한 소수의 사람이 발휘해왔는데, 최근 변화하여 이제는 상당한 규모의 사회적 그룹을 형성하고 있으며, 특히 소셜미디어의 확산은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관심사를 키워나가고 문화적 예쑬적 재능을 펼쳐 보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문화 운동가의 모습을 바꾸어 놓고 있다.

 

** 디자인과 커뮤니케이션 에이전시(전문적 디자인/의미 생산)

여기에 해당하는 것은 전문 디자이너들이 디자인 지식과 도구를 활용해 새로운 제품, 서비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을 개발할 때 사용되는 디자인적 방식이다.

가구에서부터 호텔, 의류에서부터 가게에 이르기까지 주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전통적인 의미의 디자인 에이전시가 대부분 여기에 속한다. 그중에는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화려함만 추구하는 경우도 있고, 혹은 품질이나 가격, 환경적 측면에서(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성에 반드시 부합하지는 않더라도) 우리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낳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전통적인 배경과는 다른 새로운 양상도 볼 수 있는데,

ⓐ 지역 공동체나 도시, 혹은 지역 차원의 장소 만들기에 기여하는 전문 디자이너

ⓑ 문화적 태도나 행동에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는 디자인 운동가

ⓒ 대량 생산 시스템에 대한 대안으로 분산형 제품 생산 네트워크의 노드 역할을 하는 소규모 디자인 및 생산 업체가 그 예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전통적인 제품과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에서 점차 제품, 서비스, 커뮤니케이션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된 하이브리드 제품(인공물 전체를 가리키는 넒은 의미의 제품 - 옮긴이) 디자인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 디자인과 테크놀로지 에이전시 (전문적 디자인/ 문제해결)

이 영역은 기술적 이슈와 사회적 이슈를 연결함으로써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테크놀로지에 대한 높은 수준의 지식을 갖춘 디자인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디자인적 방식이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팀을 이뤄 함께 일하는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주로 활용되는데, 기업에서부터 공공 기관, 그리고 시민단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객의 문제를 다룬다.

 

지난 10년간 이러한 디자인적 방식은 점차 더 복잡한 사회 문제와 환경 문제를 포함한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 사용자 중심 디자인 접근법

ⓑ 공동 디자인(co-design) 방법론

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이러한 접근법은 최근 오픈 디자인과 분산형 제품 생산 분야에서도 그 가능성이 증명되었다. 이 틀 안에서 디자인 전문가의 역할은 다양한 파트너들 사이에 필요한 연합을 만듦으로써 디자인 프로세스를 촉발하고 지원하는 일이다. 또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이해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끄는 것 역시 디자인 전문가가 해야 할 역할이다.


새롭게 대두되는 디자인 문화

 

 

** 디자인과 새롭게 대두되는 퀄리티

복잡한 문제와 다양한 가능성에 직면했을 때, 문제 해결과 의미 생산을 따로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이 많은 사례를 통해 드러난다.

과거에는 이런 식의 구분이 가능한 디자인 방식들이 있었다. 

ⓐ 당뇨병 환자를 위한 제품 디자인

ⓑ 아프리카 외딴 마을 주민을 위한 정수 시스템

위 사례들 처럼, 디자인과정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작업의 의미에 대해 암묵적으로든 명시적으로든 동의할 때는 이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런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사용자 중심의 접근법을 개인 차원이 아니라 공동체의 차원에 적용해야 한다는 점이 전문 디자이너에게 시사하는 바이다.

 

** 장소 만들기로서의 디자인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디자인 전문가와 의미 창출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중 상당수가 이 두 영역의 접점으로 모여들고 있다. 이는 특정 지역에 새로운 생태계를 만듦으로써 해당 지역을 재생하고자 하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지역 혹은 지방 단위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이 경우 디자이너는 여러 기관 및 단체와 협력하는데, 이 과정에서 전문 디자인 능력을 활용해 합리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 상업이 발전한 도심과 녹지대가 발전한 도시 외곽의 장단점을 살려 도시와 외곽 지역이 상생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프로젝트

ⓑ 신도시에 자리 잡은 저소득 계층을 위한 서비스

ⓒ 지역 주민과 공동체에 뿌리를 둔 사회복지 서비스

ⓓ 지역 단위의 대안적 교통 시스템 기획

과 같은 프로젝트가 이에 속한다.

 

장소에 대한 이러한 관심은 디자인 분야의 중요한 변화를 대변한다. 과거 산업화된 제품들은 어디서 디자인하고 생산하는지, 그리고 어디서 판매하고 사용하는지 그 장소가 중요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디자인 역시 본질적으로 물리적 지역과는 무관한 활동으로 여겨져왔다. 즉 지난 세기의 디자이너에게 제품의 생산지나 소비지에 관한 문제는 중요하지 않은 이슈였다.

 

이제는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가 지역을 위해서, 그리고 지역 안에서 디자인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장소 만들기로서의 디자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장소 만들기에는 디자인의 두 차원(문제 해결과 의미 생산)이 합쳐지고, 새로운 문화와 관습이 지역 주민,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

 

** 행동주의로서의 디자인

문화 운동가, 풀뿌리 조직, 그리고 디자인 운동가는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한 즉각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제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바라보고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 (종종 역설적이거나 도발적인 방식으로) 그리고 이에 대한 관심을 촉발하기 위해서 경계를 허물고 함께 활동하고 있다. 

 

** 메이킹으로서의 디자인

전문 디자인 영역의 진화 중 흥미로운 부분은 오픈 디자인과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소규모 제품 생산이라는 개념을 토대로 한 초소형 기업들의 확산이다. 

여기서 디자인 전문가는 디자이너인 동시에 제품 생산자이며 기업가다. 이는 단순히 소규모 디자인 에이전시가 많아지는 것과는 다르다. 이러한 추세가 특별히 흥미로운 이유는 초소형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거싱 아니라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 속의 일부로 하나의 오픈 시스템을 형성하기 때문이다.(대표적 사례인 팹랩은 2016년 현재 전 세계에 퍼져 있는 565개의 랩이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 - 옮긴이)

 

최근 몇 년간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확산은 오픈 디자인이라는 아이디어가 등장하고 실험될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오늘날 3D 프린터와 같은 기술의 보급으로 소량으로도 제품을 제조할 수 있게 되어 이제는 디자인뿐 아니라 생산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그 결과, 분산형 시스템이라 불리는 새로운 방식의 생산과 소비 네트워크가 탄생한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분산형 시스템과 사회혁신이 결합된다면, 지난 세기에 지배적이었던 생산 방식(인건비와 물가가 싼 저개발국에 생산 공장을 세워 제품을 생산한 뒤 이를 전 세계 소비자에게 유통, 판매하는 방식)과는 정반대로 제품의 생산을 전 세계로 분산시키고 지역 단위의 생산을 강화함으로써 해당 도시 혹은 근교에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초소형 기업들의 네트워크가 생겨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 영역은 전통적인 의미의 제품 디자인에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는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만약 모든 물건(전체 혹은 상당 부분)이 특정 고객을 위해 사용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들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제품 디자인의 최신 기술과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 뿐만 아니라, 디자인 전 분야, 그 중에서도 특히 전략 디자인(strategic design)과 서비스 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기술적, 문화적 사고도 필요하다. 이것이 디자인과 메이킹에서 새롭게 대두되는 문화다.

 


디자인 영역에서의 사회적 혁신

 

** 공동 디자인 과정(co-design process)

오늘날 많은 사람이 필요에 따라서 혹은 자신의 '본능적'디자인 능력을 활용하려는 욕구에 따라서, 그리고 디지털 미디어와 소셜 네트워크의 확산에 힘입어 새로운 형태의 조직(창의적 공동체, 협동 조직들)을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협력하고 있다. 이런 조직들은 복잡한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나가고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의 콘텐츠 생산자가 되고 있다. 

 

잠재된 디자인 능력을 활용하는 다양한 개인과 단체가 점차 보편적 디자인에서 전문적 디자인의 영역으로 옮겨가면서, 디자인적 방식 지도의 중심부에서 흥미로운 에너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전문 디자이너가 아님에도 디자인 능력과 경험을 갖춘 개인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보편적이면서도 역량 있는 디자인적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런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자 하는 전문 디자이너들이 늘어나면서, 그들은 디자이너들과 함께 상호작용하며 디자인 과정에 참여한다. 

그 결과 오늘날 모든 디자인 과정은 전문 디자이너와 비전문 디자이너가 함께 디자인하는 공동 디자인 과정이 되어가고 있다.

 

** 사회적 대화로서의 공동 디자인

ⓐ 일반적인 의미의 공동 디자인

이해관계자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공통의 비전이나 전략을 세우기 위해 논의하는 형식화된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

ⓑ 사회적 대화로서의 공동 디자인 

큰 네트워크 속에서 독자적 디자인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 혹은 집단 간의 방대하고 다방면에 걸치 대화에 가까운 것. 이는 다양한 주체가 다양한 방식으로 (협동에서 대립까지) 다양한 시간에 (동시에 혹은 따로) 다양한 장소에서 (온라인에서 혹은 오프라인에서) 상호 교류하는 사회적 대화이다.

 

** 연결성과 공동 디자인

모든 사람이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다른 이들과 상호작용하는 긴밀하게 연결된 세계에서, 디자인팀이 외부 세상과 분리된 채 독자적으로 일한다는 생각은 유효하지 않다. 그러므로 디자인 팀의 작업과 그들이 속해 있는 환경을 분리시키기 위해 특별히 장벽을 설치하지 않는 한, 오늘날 모든 디자인 과정은 사실상 공동 디자인 과정이다.

 

** 스웨덴 말뫼대학교의 펠레 엔 교수와 그가 속한 메데아(Medea) 연구실의 연구원들이 연구한 "참여적 디자인(participatory design)"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공동 디자인 과정을 특징지을 수 있다.

ⓐ 매우 역동적인 과정

전통적 관점의 참여적 디자인이나 공동 디자인 과정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순차적인 디자인 프로세스와 의견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론이 포함된다. 하지만 이를 넘어서 복잡하고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종종 모순적인 과정이 될 수도 있다.

ⓑ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활동

여기서 디자인 전문가의 역할은 여러 이해관계자를 중재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촉진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디자이너 고유의 창의력과 문화(가령 독창적인 디자인 아이디어나 시나리오를 고안해내는 능력)와 이를 활용해 참여자 간의 대화를 촉발시키는 일, 그리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공함으로써 토론에 자양분을 공급하는 일 또한 디자이너의 역할에 포함된다. 

ⓒ 복잡한 디자인 활동

공동 디자인 과정은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시각화하고 다양한 방식의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 직접 만지고 경험해볼 수 있는 형태로 만들기 위한 특정 도구들을 필요로 한다.

전문 디자이너들은 이런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련의 도구들을 고안하고 만들어야 한다.

 

** 네트워크와 연합체

ⓐ 디자인 네트워크 (designing networks)

개별적이고 상호 독립적인 주체들(개인 혹은 디자인 팀)의 네트워크다. 각 주체들은 결과물에 대한 공통의 비전 없이 일하지만, 각 프로젝트는 상호작용하고, 따라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결과물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경우 조율되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대립적이기까지 할 수 있는 그들 간의 상호작용 덕분에 사실상 공동 디자인 과정이 일어난다.

; 다양한 활동들이 조율되지 않는 자율적인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 느슨한 네트워크 

 

ⓑ 디자인 연합체 (designing coalitions)

무엇을 어떻게 디자인할지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고 함께하기로 결정한 여러 주체들(디자인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포함한 개인과 단체)을 사회기술적 네트워크 속에서 조율해나가는, 결과 지향적인 네트워크라 볼 수 있다. 

; 구성원들이 공동의 결과를 성취하기 위해 협동하는 결속력이 강한 네트워크

 

** 디자인 프로세스와 디자인 프로젝트

일반적인 디자인 과정과 전문 디자이너가 수행한 디자인 작업을 구분하는 일

ⓐ 넓은 의미의 디자인 이니셔티브

 다양한 주체가 종종 체계적으로 조율되지 않은 방식으로 자유롭게 참여하는 복잡한 활동.

ⓑ 디자인 프로젝트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디자인을 진행할지가 명확히 규정된, 참여하는 주체(디자인 연합체, 에이전시 혹은 개별 디자이너)가 기획하고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 디자인 프로젝트

디자인 프로젝트는 공동 디자인 과정을 촉발하고 지원하기 위해 일관성 있게 짜인 일련의 디자인 활동들이다.

ⓐ 민족지학적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알리는 일

ⓑ 특정 지역에 존재하는 물리적, 사회적 자원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일

ⓒ 지속가능한 미래를 촉진할 여러 대안들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 더 많은 대중이 이런 아이디어를 좀 더 구체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프로토타입이나 시범 프로젝트를 만드는 일

이 모두가 디자인 프로젝트 사례들이다.

 

이 프로젝트는 각각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독자적인 프로젝트로 기획되기 때문에 그 결과물은 두 가지 차원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 해당 프로젝트가 특정 공동 디자인 과정에 기여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리고 의도한 목표(가령 지역 재생이라든가 새로운 먹을거리 네트워크의 설립, 혹은 대안적 교통 시스템 구축, 일자리 창출 등)에 얼마만큼 도달했는가가 평가의 대상이다.

; 이 차원의 결과가 더 중요시될 때, 디자인 전문가는 디자인 연합체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

 

특정 연합체의 일원으로 일한다는 것은 해당 연합체 구성원 간의 논의를 활성화하고 지원하는 일, 참여자들이 그들의 잠재된 디자인 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촉매자의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 좀 더 큰 맥락에서 봤을 때 어떤 영향을 만들어 냈는가(가령 지역의 문화, 기관, 혹은 주민의 미래에 대한 비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이다.

; 이 차원의 결과가 더 중요할 경우에는 디자인 연합체를 위해서 일했다고 할 수 있다.

 

연합체를 위해서(연합체가 이미 구성되어 있을 수도 있고 아직 생겨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일한다는 것은 다른 분야의 전문가, 기관과 협력해 연합체가 활동하기에 유리한 환경(정책, 기술적 인프라, 공간 등)을 만드는 일을 의미한다. 

 

이 경우, 디자인 전문가는 특별하고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디자인 연합체가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잠재된 디자인 능력을 끌어내 키우고 다양한 디자인 프로세스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 생태계를 만든다는 뜻이다.

이 경우 디자인 전문가는 디자인 고유의 문화(그리고 건설적인 비판)를 활용해 변화 속에 놓인 우리 사회를 지속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도록 이끌어야 한다.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설명 

** 디자인은 원하는 기능과 의미를 성취하고 구현해야 할 이상적 시나리오에 관한 문화이자 실무다.

디자인은 모든 이해관계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는, 끝이 정해져 있지 않은 자유로운 공동 디자인 과정 속에서 일어난다. 디자인은 누구나 계발할 수 있고 어떤이들(디자인 전문가)은 직업으로 삼고 있는 인간의 보편적인 능력에 기반을 둔다. 디자인 전문가의 역할은 이러한 자유로운 공동 디자인 과정을 촉발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디자인 전문가는 디자인 전문 지식을 활용해 특정 목표에 집중한 구체적 디자인 프로젝트들을 계획하고 진행시키으로써 공동 디자인 과정에 기여할 수 있다.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모든 디자인은 디자인 연구 행위이고(혹은 그래야 하고) 사회기술적 실험들을 장려해야 한다.

 

3.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

 

** 21세기에 사회혁신은 디자인의 자극제이자 목표로서 디자인과 밀접한 관련을 맺을 것이다. 20세기에 기술혁신이 디자인의 자극제가 되었던 것만큼이나 21세기에는 사회혁신이 디자인의 자극제가 될 것이고, 동시에 점점 더 많은 디자인 활동의 목표가 사회혁신이 될 것이다.

사실 디자인은 사회의 변화를 촉발하고 지원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그러므로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의 가능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 

 

**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은 디자인의 새로운 분야는 아니다.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은 오늘날 디자인이 나타나는 여러 방식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에 적합한 특별한 종류의 새로운 기술이 나 방법론보다는,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그 세상 속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리고 그들과 함께 디자인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다.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

ex) 서클(Circle)

서클은 이미 잘 알려진 사례로, 사회 혁신을 위한 디자인이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과정을 도울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성과를 이루어낼 수 있는지(또한 어떤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범이 될 만하다.

영국 사례인 서클은 회원제 노인 공동체로, 지역 공동체 내 봉사자와 전문 사회복지사의 지원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서클은 영국에 있는 디자인 회사 파티시플(Participle Ltd.)이 개발했는데, 도움이나 보살핌을 주고받기 위해 친구나 동료끼리 모임을 결성한다는 흔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이를 위한 혁신적인 경제적, 조직적 모델을 만들어냈다. 그러기 위해서 파티시플은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부터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참여 동기와 활용 가능한 자원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이 아이디어에 관심이 있을 법한 다수의 사람과 함께 공동으로 디자인하는 과정을 시작했고, 이를 통해 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간단히 말해 파티시플은 공공 기관과 민간 주체, 지역 단체, 개별 자원봉사자, 그리고 노인이라는 다양한 주체가 보살핌을 주고 받는 모임이라는 아이디어에 동의하고, 각자의 상황에서 기여하는 하나의 연합을 만들어내고, 이를 실제로 구현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서클이 제시한 모델은 런던과 영국 내 여러 지역 의회의 관심을 모았고, 이를 적용한 모임의 수도 늘어났다. 하지만 공적 자금 지원이 끊기면서 일부 모임은 운영을 멈추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 데시스랩(DESIS Lab)

밀라노공과대학의 데시스랩이 협력 기관들과 진행한 협동적 주거에 관한 여러 활동.

초기에는 밀라노 지역의 공동 주거 커뮤니티들을 위해 공동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장려하는 서비스 플랫폼을 만드는 등 공동 주거에 초점을 맞춘 활동이 진행됐다. 그 후에는 좀 더 광범위한 의미의 협동적 주거라는 주제로 활동 범위가 확장되었는데, 협동적 주거는 아파트처럼 한 건물이나 단지에 살고 있는 이웃들이 함께 공유하는 공공 공간을 만들고, 공유 공간의 디자인과 유지, 관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주거 문화를 의미한다.

 

밀라노공과대학 데시스랩이 진행해온 프로그램이 초기 단계(공동 주거 프로젝트)에서 다음 단계(협력적 주거 프로젝트)로 발전해온 관정을 보면, 자유로운 공동 디자인 과정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일종의 연합체가 이끌어왔는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참여하는 파트너나 지향하는 목표가 변화하면서 연합체 자체도 계속 진화해나갔다.

 

프로그램이 시작된 2006년부터 여러 개의 개별 프로젝트가 제안되고 강화되었는데

ⓐ 밀라노 지역의 협력적 주거에 대한 잡재적 수요를 파악하기 위한 초기 설문조사

ⓑ 공동 주거 커뮤니티를 조직하기 위해 고안한 디지털 플랫폼

ⓒ 구체적인 전용 툴키트

ⓓ 협력적 주거의 가치를 홍보하기 위한 문화 프로그램

ⓔ 협력적 주거를 좀 더 깊이 연구하고 새로운 개념적 도구들과 실제 프로젝트에 유용한 실용적 도구들을 개발하기 위한 전문 석사학위 프로그램과 박사학위 연구

가 이에 포함된다. 

 

밀라노공과대학 데시스랩의 협력적 주거에 관한 활동들은 더큰 디자인 연구 프로그램의 부분으로 여겨질 수 있는 각각의 디장니 활동이 새로운 디자인 지식(하나의 프로젝트에서 다른 프로젝트로 이전이 가능한 지식)을 생산해내는, 공동 디자인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 서클과 협동적 주거 프로그램은 여러모로 다르지만, 디자인 프로세스와 디자인 역할이라는 측면에서는 일반화할 수 있는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 프로세스라는 측면에서 보면

⒜ 상대적으로 긴 시간에 걸쳐 진화해온 이 두 프로젝트는 사회혁신이 어떻게 초기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좀 더 체계적인 프로토타입, 그리고 사회적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 또한 두 사례 모두 자율적인 이니셔티브(그리고 이를 통해 생겨나는 사회적 기업들)와 공공 기관 사이의 적절한 상호작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보여준다. 

 

⒞ 사회혁신은 적합한 환경에서만 살아남고 자라날 수 있는 생명체이며, 그런 적합한 규제 환경과 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일은 국가나 지역 기관이 사회혁신의 과정에 기여할 수 있는 고유한 부분이다.

 

ⓑ 디자인의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두 사례 모두 디자인 전문가가 가장 먼저 한 일이 그들의 디자인 능력과 기술을 이용해 이미 존재하는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이를 좀 더 효과적으로 매력적인, 그리고 오랫동안 지속되고 잠재적으로 복제 가능한 솔루션으로 탈바꿈시켰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점은 일반화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디자인 전문가들의 역할은 기술적 혁신을 인식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제품과 서비스로 만드는 일을 포함했따. 물론 이러한 활동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사회혁신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술적 혁신을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형태로 변화시키는 것뿐 아니라 그 반대(사회혁신의 흐름을 인식하고 이에 맞게 기술을 활용하거나 바꾸는 일)도 필요하다. 

사회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디자인 전문가들은 주목할 만한 사례들이 나타났을때 이를 빨리 알아채고 그런 사례들을 더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해 디자인 기술과 능력을 활용해야 한다. 즉, 그 사례들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효과적이며, 지속될 수 있고, 복제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이다.

 

; 두 사례의 또 다른 공통점은 두 경우 모두 진보적이긴 하지만 여전히 '통상적인' 디자인 기술과 능력 (제품 디자인에서 서비스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에서 인테리어 디자인, 인터렉션 디자인에서 전략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디자인의 전 분야에서 차용된)이 사용됐다는 점이다. 

 

또한 두 사례 모두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에 특히 서비스 디자인과 전략 디자인이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 서비스 디자인 

 사람들 간 상호작용의 질을 고려한 해결책을 고안하고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준다.

ⓑ 전략 디자인

다양한 이해당사자 간의 파트너십을 촉진하고 지원하는 데 필요하다.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은 새로운 디자인 분야가 아니라 디자인이 여러 주제에 적용된 것(오늘날 디자인이 지향해야 할 모습)이다. 사회혁신을 촉발하고 지원하려면 모든 종류의 디자인 기술과 능력이 활용되고, 각각의 경우에 맞게 다양한 방식으로 섞여 활용되어야 한다. 모든 경우에 서비스 디자인과 전략 디자인 요소가 포함된다는 점 역시 볼 수 있다. 

 

두 사례 모두 제품과 서비스,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의 적절한 조합이 주요 활을 뒷받침한다는 점 또한 공통점이다. 

ex) 공동 주거 프로그램 사례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공동 디자인 과정을 가능케 한 것은 그에 맞게 제작된 디지털 플랫폼, 그리고 공동 주거에 관심 있는 사람들 간의 모임과 커뮤니티 형성, 사용자들이 공유할 서미스의 공동 디자인을 지원하기 위해 디자인된 일련의 서비스였다.

 

서클의 경우 커뮤니케이션뿐 아니라 참여자 간의 활동을 조직하기 위해 이와 유사한 플랫폼을 만들었다.

두 경우 모두 이러한 

ⓐ 플랫폼과 서비스

ⓑ 공동 디자인과 공동 생산

을 위한 도구들이 한데 엮여 능력 강화형 해결책(enabling solution)을 만들어 낸다.

(저자는 사용자들의 수고를 덜어주고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사용자의 적극적인 참여나 노력 없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방식의 해결책은 장기적으로 사용자의 문제 해결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를 '능력 약화형 해결책(disabling solution)'이라 일컫는데, 사회혁신을 위해서는 사용자가 스스로의 능력과 재능을 활용해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돕는 '능력 강화형 해결책'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령 배고픈 사람에게 물고기를 주는 해결책 대신 낚시 도구 만드는 법과 낚시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은 당사자가 주체적으로 문제를 계속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는 점에서 능력 강화형 해결책에 가깝다.)

 

그 덕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좀 더 쉽게 각각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좀 더 쉽게 효과적으로 복제와 확산이 가능해졌다.(실제로 두 사례 모두 처음 시도되었던 곳 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보자면, 능력 강화형 해결책은 특정 프로젝트에 국한되지 않는 확산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유망한 해결책을 다른 장소나 상황에 적용시키는 결과를 낳는 수평적 시너지 효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 거대한 변화

지역을 기반으로 한 여러 시도를 하나의 종합적인 비전으로 엮어내고, 그 비전을 훨씬 광범위한 규모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프로젝트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사례들이다.

ex) 프랑코 바살리아

정신질환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바실리아는 공식적으로 디자이너가 아니다. 민주정신의학 운동을 시작한 탁월한 정신과 의사였다. 그는 정신질환자를 단순히 환자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능력을 지닌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았다.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을 환자로만 바라보게 되면, 그 사람은 그가 가진 질병으로 규정되어버린다. 하지만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본다면 그가 자신이 지닌 문제를 극복하고 긍정적인 활동 속에서 성취감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바살리아 덕분에 1978년 이탈리아 전역에서는 폐쇄적으로 운영되던 모든 정신병원을 개방하고 정신질환자를 새로운 방식으로 돕도록 하는 법이 통과되었다. 이 법은 이탈리아 정신질환 치료 시스템에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켜, 이후 저진적으로 이탈리아 전역의 정신병원들이 폐쇄되고 정신질환자를 사회로부터 격리시켜 정신병원에서 치료하던 기존의 방식이 없어지고 정신병원에서의 구금 치료 대신 환자가 사회 참여를 통해 지역 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치료 및 재활을 해나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였다. 그 후로 소위 '정신병자'라 불리던 사람들이 운영하는 식당, 관광지, 호텔, 목공소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상당수가 별 탈 없이 운영되고 있으며 일부는 경제적으로 굉장히 성공을 거둔 회사로 성장했다.

 

ex) 카를로 페트리니

1989년 슬로푸드 운동을 일으킨 그는 선진화된 먹을거리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으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였다. 그는 전략 디자인적 접근 방식을 취해, 영세 농부들이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정성을 기울여 고품질의 먹을거리를 생산할 수 있고, 이렇게 생산된 농작물의 가치를 알아볼 줄 아는 소비자에게 제값을 받고 팔 판매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개의 지역 조직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슬로푸드는 농부와 소비자들의 힘을 키우고, 동시에 전통 농작물의 품질을 보호하고 그럼으로써 지역 고유의 문화와 경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물리적 환경의 보호(가령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전통적 농사 방식과 상품 가치가 높은 품종뿐 아니라 다양한 종의 작물을 재배함으로써 토질을 관리하고 생태계 파괴를 막을 수 있다)를 목적으로 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 창립자의 역할 : 엄청난 사회혁신으로 이어진 일들이 리더들의 카리스마와 열정, 성격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준다.

 

ⓑ 이들의 시도가 성공하고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데는 바살리아와 페트리니의 또 다른 특별한 능력, 즉 뜻을 같이하는 능력 있고 열정적인 사람을 끌어모으고 단체를 설립하는 능력, 그리고 제도적인 차원으로까지 변화를 일으킨 능력 역시 중요했다.

 

이로부터 여러 교훈을 도출해낼 수 있는데,

ⓐ 사회혁신적 아이디어의 고안이나 사회혁신의 초기 단계들은 몇몇 특별한 '사회적 영웅들'의 열정과 능력 덕분에 시작될 수 있고 실제로 종종 그러지만, 이를 꾸준히 지속지키고 성장, 확산시키려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조직과 문화, 경제, 제도적인 면에서 적절한 환경을 형성해야 한다.

 

ⓑ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은

⒜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심도 있고 광범위한 비전

⒝ 특정 이슈에 관계된 사람들을 모아 네트워크를 만들고 그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만드는 능력

⒞ 실현 가능한 해결책을 상상해내고 사회적 에너지를 계발할 환경을 만드는 데 필요한 창의력

이 모든것의 조합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이러한 점은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이 지닌 성찰적, 문화적, 창의적 차원을 확인시켜준다. 

 

ⓒ 전략적 차원

⒜ 민주정신의학 운동이나 슬로푸드 모두 지역적 차원과 보편적 차원 양쪽에 존재하는 문제점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되었다.

⒝ 두 사례 모두 문제인식에서 출발해 깊고 넓은 비전과 지역 차원에서 실현 가능한 (그러면서 근본적인 변화를 생산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 이 과정에서 총체적인 비전은 구체적이고 성공적인 지역 차원의 활동을 통해 구체화 되었다.

반대로 지역 차원의 움직임들은 더 넓은 차원의 비전과 디자인의 일부분이 됨으로써 좀 더 강화되었다. 이런 차원의 디자인은 좀 더 우호적이고 적절한 문화, 제도적 시스템과 공공 정책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둔 '프레임워크 디자인(framework design)'이다.

 

**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이란,

사회 변화를 활성화하고, 유지하며, 변화의 방향이 지속가능한 사회를 향하도록 디자인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일컫는다.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주제를 다루기 위해서 디자인계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는 것 이상의 새로운 디자인 모델이나 정의가 필요하지는 않다.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이 책에서 사회혁신이라는 표현은 지속가능성을 향한 사회혁신을 의미한다)은 새로운 종류의 디자인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날 디자인이 이미 하고 있는 역할들 중 하나이다. 다만,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은 특별한 감수성과 약간의 개념적, 실용적 도구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고유한 특징들에 초점을 맞추는 작업이 디자이너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은 사회혁신이라는 단어와 현대사회의 디자인, 이 두 개념이 특징인 여러 종류의 활동이다. 

 

하지만 이 광범위한 다양한 활동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사회적 대화(social conversation)에 기여한다는 점이다.

즉, '인간의 조직적 활동을 조율해주는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 행동을 위한 대화들이다.(하인에게 '이 방은 춥구나'라고 말할 때 주인의 말은 단순히 방의 온도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라 하인으로 하여금 담요를 가져오거나 난로를 피우는 등의 행동을 유발하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언어 및 행동 관점은 언어와 행동의 관계에 초점을 둔다.)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은 사회 변화를 위한 공동 디자인 과정에 전문 디자인이 기여하는 바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은 (디자인 문화에서 비롯된)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비전, 실용적인 디자인 도구(그래픽 디자인, 제품 디자인, 인터렉션 디자인, 서비스 디자인 등 다양한 디자인 분야에서 사용되는 도구), 그리고 창의력(개인의 타고난 능력)과 같은 다양한 요소를 디자인적 접근 방식의 틀 안에서 조합하는 일이다.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이 아닌 것은 무엇인가

 

 

** 모든 디자인이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은 아니다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의 정의가 매우 광범위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디자인이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은 사회 변화로 추진되고 사회 변화를 지향하는, 사회기술적 변화를 수반한다. 

 

모든 변화가 이런 성격을 지닌 것은 아니다. 기술혁신에서 비롯된 전반적인(사회적 측면을 포함한) 시스템의 변화는 언제나 존재하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새로운 소재, 새로운 기술, 새로운 생산 시스템의 등장은 언제나 사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제품, 서비스, 시스템의 디자인을 초래해왔다. 하지만 이런 경우 변화의 동력이 사회 변화가 아닌 기술의 변화이기 때문에 이를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기술이 사회 깊숙이 광범위하게 침투할수록, 기술혁신은 사회 시스템에 빠르고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더 많은 사람이 테크놀로지에 익숙할수록, 다양한 용도로 테크놀로지를 활용하거나 변형시키는 방법을 이해하고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 사회적 디자인이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은 아니다.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개념은 종종 사회적 디자인과 같은 개념이거나 유사한 개념으로 여겨지곤 한다. 이 둘은 같은 개념이 아니다. 두 개념은 다른 활동을 가리키고 있고, 매우 다른 함의를 지니고 있다.

 

'사회적(social)'이라는 형용사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 먼저,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표현에서 그러하듯 '사회적'이라는 단어는 사회적 형태, 즉 한 사뢰가 구성되는 방식을 일컫는 데 사용된다.(예를 들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이라는 문장에서 '사회적'이라는 단어는 이런 의미로 사용된다.)

 

ⓑ 또 한편으로는 극심한 가난, 심각한 질병, 사회적 소외, 자연재해처럼 시장이나 정부가 해결하지 못해 제3의 주체가 긴급하게 나서야 하는 특별한 종류의 문제적 상황을 가리킬 때도 사용된다.

; 수십 년 전부터 '사회적 디자인'이라는 표현과 함게 디자인 담론에 유입된 것은 '사회적'이라는 형용사의 이러한 두 번째의 의미이다.

 

**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은 사회적 디자인과는 상당히 다른 전제에서 출발한다.

ⓐ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에서 '사회적'이라는 단어는 인간이 사회적 형태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일컫는 의미로 사용된다.

ⓑ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의 결과물은 의미 있는 사회혁신, 즉 새로운 사회 형태와 경제 모델에 근거한 혁신적인 해결책이다.

ⓒ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은 지속가능성을 향한 모든 종류의 사회 변화를 다룬다.

그 중에는 물론 빈곤층에 관련된 변화도 있을 수 있지만, 중산층이나 상류층과 관련된 사회 변화도 포함된다.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공공의 가치를 재생산하면서 사회 구조를 강화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사회 변화가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의 영역이다.

 

그러므로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은 본질적으로 디자인계의 주류 흐름이 충족시키지 못한 영역을 보완하려는 활동이 아니다.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은 21세기 디자인의 전신(혹은 적어도 전신의 가능성)에 가깝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은 일부 특별한 디자이너들이 아니라 대다수 디자이너들이 참여하고 생업의 수단으로 삼을 수 있는 디자인 활동이다.

(저자는 사회적 디자인을 하는 디자이너들이 윤리적 동기에 기반해 거의 무보수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디자인만으로는 디자이너가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전통적으로 사회적 디자인이 다루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사회혁신에 있음을 인식하게 되면서 사회적 디자인은 점차 사회혁신을 향하고 있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경제 위기 앞에서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은 사회적으로 시급한 문제들을 다루는 활동에 점점 더 많이 관여하고 있다.

 

** 사회적 디자인.

사회적 디자인의 본래 의미는 시장이나 정부의 관심 밖에 있는 문제들, 그리고 문제의 당사자가 정신을 ㅗ문제 제기를 할 경제적 혹은 정치적 수단이 없는 소외 계층이기 때문에 누구도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문제들을 다루는 디자인 활동을 일컫는다. 이로부터 사회적 디자인의 숭고한 윤리적 성향이 생겨난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사회적 디자인의 한계이기도 하다. 만약 사회적인 문제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이 정식으로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디자인을 위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고, 따라서 디자인 전문가는 기부 형태로 무료로 일해야만 한다.(디자이너들이 자선단체를 위해 일하고 돈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 본질적으로는 자선 활도의 성격을 지니는 큰 프로젝트의 틀 안에서 이루어진다.) 이는 결국 경제적 논리 아래 진행되는 일반적 디자인과 윤리적 동기에서 시작해 기부 형태로 진행되는 디자인이 따로 존재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회적 디자인은 디자인에 필요한 비용을 후하게 지불할 능력과 의향이 있는 제3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본질적으로 보완적인 성격을 지닌 디자인 활동이 된다.

 

**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은 공동 디자인 과정의 윤활유 역할을 의미하지 않는다.

공동 디자인 과정에서 디자인 전문가의 역할은 종종 관리자 역할로 축소되곤 한다. 창의적 아이디어나 디자인 문화는 사라지고, 디자인 전문가는 한발 뒤로 물러서 그들의 역할이 공동 디자인 과정에서 이해당사자 간의 대화를 촉진하는 윤활유가 되어주는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달리 말하자면, 디자인 전문가는 자신의 역할을 아주 한정된 의미로 받아들인다. 가령 어느 정도 형식화된 다음과 같은 과정을 따르는 식이다.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과 희망사항을 물어보고, 이런 사항들을 포스트잇에 적어 벽에 붙인 다음 그 내용을 종합한다. 이런 방식은 포스트잇 디자인이라고 부를 만하다. 하지만 공동 디자인 과정(그러므로 사회혁신의 과정)에서 디자이너는 이보다 훨씬 많은 역할을 해야한다.

 

디자인은 하나의 특별한 문화이고, 디자인 전문가는 그의 창의력 때문에 선택되고 그 창의력을 활용해 디자인 문화를 미래에 대한 비전과 새로운 제안으로 만들어 내도록 훈련받아야 한다. 이러한 디자인 문화와 창의력이야말로 디자인 전문가가 사회혁신, 그리고 사회혁신을 지원하는 공동 디자인 과정에 기여해야 하는 바이다.

 

** 공동 디자인은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이 허락된 과정이다. 결국에는 복잡하게 얽힌 시도들을 디자인 과정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참여자들이 자신의 생각을 바꾸고 성취하고자 하는 결과물에 대한 공통의 관점을 향해 통합해 나아가기 위해 상대방의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일 수 있고 그러고자 한다는 사실이다. 간단히 말해, 이는 참여자들이 대화적 협동, 예를 들면 "특정한 종류의 개방성을 포함한" 사회적 대화를 수립하고자 하고, 그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대화에서는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일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 만큼 중요하다. (경청은 대화에 참여한 사람들이 다른 관점을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해주고, 이를 토대로 해결책을 찾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자인 전문가는 비판적이고 창의적이면서 동시에 대화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디자인 전문가는 그들의 개인적인 기술과 특정 디자인 문화를 활용해 미래에 대한 비전과 아이디어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대화를 자극하고, 다른 참여자들과 전체 환경으로부터의 반응을 경청하고, 그 반응을 토대로 새롭고 좀 더 성숙한 제안을 제시해야 한다.

 

** 디자인 전문가는 창의력과 교양 그리고 대화능력을 키워야 한다. 디자인 전문가는 대화적 방법을 통해 자신들이 지닌 창의력과 문화를 다른 주체들의 디자인 능력을 지원하기 위한 도구로 여겨야 한다. 다시 말해, 디자이너는 광범위한 디자인 과정의 일부분으로써 이를 촉발하고 지원할 수 있지만, 일방적으로 지휘할 수는 없다는 데 동의해야 한다. 

 

"변화를 실제로 일어나게 만들고, 타인들의 반응에 귀를 기울이고 행동의 방향을 이끄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리키는 공동 디자인의 과정에서 디자인 전문가가 해야 할 역할을 가장 정확하고 간결하게 설명하는 방법이다.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프로젝트를 통해 생각하고 행동하기

전문 디자인 활동은

구체적 프로젝트를 통해 생각을 발전시키고 행동하는 행위이다. 기존 관습과의 고리를 끊고 더 나은 현실을 상상하고, 이를 어떻게 실현시킬지 생각하는 것이 디자인 행위인 것이다.

디자인 행위의 본질은 언제나 이와 같았지만 디자인이 주로 제품에 치중되어 있던 지난 세기에 디자인 전문가의 활동은 제품을 디자인하는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디자인 활동은 제품의 디자인 과정이 시작될 때 시작되고, 제품이 만들어지면 디자인 활동도 끝났다. 

오늘날 특히 사회혁신의 영역에서 디자인 활동은 더 이상 이런식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시각각 변하는 오늘날의 환경 속에서 조직들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일하는 방식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

 

제품이 완성되면 디자인 활동도 끝나던 시절의 디자인 과정과는 달리, 이제는 일정 단계에 이르면 디자이너가 아닌 이해당사자들이 자발적인 주체가 되어 공동 디자인 작업과 공동생산 활동을 이어받아 지속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프로젝트에서 디자이너가 적절한 시점에서 퇴장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신중하게 계획되어야 하는 작별 행위이다. 

 

디자이너가 오롯이 디자인을 완성해 사용자에게 전했던 전통적 방식과 달리 오늘날에는 사용 단계에서 사용자 주도로 디자인이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담론이 필요하다.

 

** 이니셔티브를 실현하고 디자인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연합체를 디자인하는 일이야말로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이 하거나 해야 하는 일의 가장 까다롭고 중요한 측면이라는 것.

 

연합체는,

사용자이자 공동 생산자(이들이 실제로 디자인팀의 일부를 구성한다)를 포함해, 프로젝트에 필요한 기량을 보탤 수 있는 주체들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하지만 연합체에 빠져서는 안되는 또 하나의 주체는 정치인이다. 정치인은 정책 입안이나 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사회혁신적 아이디어를 정치적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데 필요한 존재다. 

그러므로 연합체를 구성하느 일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세우는 능력과 대화 능력이 결합되어야 하는 전략 디자인 행위다. 

 

사실 연합체는 미래에 대한 비전 혹은 무엇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계획을 중심으로 형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이러한 비전과 계획은 참여 주체 사이의 대화를 통해서만 구체화될 수 있다. 

 

디자이너 자신의 아이디어를 추진해야 할 필요성과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수렴해야 할 필요성 이 둘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디자인 전문가가 증명해 보여야 하는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능력이다. 

 

** 조력자, 운동가, 전략가, 문화 기획자

가장 보편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가장 두드러진 역할은 디자인 전문가가 이미 존재하는 사회혁신 사례들을 도울 때 나타난다. 디자인 전문가는 사회혁신 사례들을 좀 더 효과적이고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잠재적으로 복제를 통해 확산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 과정에서 디자인 전문가의 특권은 미래에 대한 시나리오와 아이디어를 제시함으로써 사회적 대화를 촉진하는 것이다. 시나리오와 아이디어는 각양각색의 대화 참여자로 하여금 공동의 비전으로 통합되도록 촉진하는 도구, 혹은 여러 대안 중 한 가지를 선택할 때 좀 더 확실한 동기를 갖도록 돕는 도구로 작용한다.

 

디자인 전문가는 디자인 고유의 문화를 활용해 현실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가치를 제안함으로써 사회적 대화를 살찌울 수 있다. 이 점에서 디자인 전문가는 이론과 성찰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와 동시에 디자인 전문가는 행동을 실천할 필요도 있는데, 이는 새로운 성찰의 토양이기도하기 때문에 행동과 성찰 사이에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 즉 디자인 전문가는 그들의 경험, 그리고 경험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한 건설적 능력을 행사해야 한다.  

 

새로운 디자인 지식

** 사회혁신을 위해 필요한 디자인 지식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 질까?

지속가능한 사회를 향한 변화의 과정 속에서 이에 대한 수요는 불가피하게 늘어날 텐데, 앞으로 어디서 어떻게 이런 지식이 생산될 것인가? 전통적으로 이는 공공 연구 기관과 사립 연구소의 몫이라 여겨졌다. 하지만 이런 관점은 불충분하기도 하고, 더 중요하게는 이러한 생각이 우리로 하여금 디자인 연구는 일부 전문 연구자에게 국한된 일이라 생각하게 만들 수 있다. 이제 상황은 그렇지 않다. 오늘날 디자인 네트워크는 건설적인 연구를 생간하는 디자인 연구 네트워크도 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ex) 가령 세계 곳곳의 창의적 인재들이 지구 차원의 어떤 문제를 고민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공모전 형태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문제를 제시하고 해결 방안을 제출하도록 할 수 있다. 제출된 아이디어를 검토해 추리고 또 추려서 채택된 아이디어는 아이디어를 실현하고자 하는 후원 업체나 공동체 회원(혹은 둘 다)을 통해 실제로 구현될 수 있다. 이런 방식은 온라인 디지털 플랫폼이 제공하는 가능성을 활용한, 연구로서의 디자인이라는 개념과 일맥상통할 것이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 디지털 플랫폼의 장점과 피어투 피어 방식을 활용해 디자인 연구 활동을 유발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열린 디자인 연구 프로그램 덕분에 복잡한 사회적 이슈들이 해결될 수 있고, 명확하고 토론 가능한, 전수와 축적이 가능한 지식(예를 들어 공동 디자인 과정에 기여할 수 있는 시나리오나 솔루션, 도구, 방법론)이 생산될 수 있다. 이런 네트워크는 네트워크 안에서 서로 연결된 여러 디자인 팀들이 하나의 거대한 에이전시처럼 작동하면서(그러면서도 각 디자인 팀은 지역적 문화, 사회, 경제적 상황에 촉각을 유지하게 된다.), 분산형 시스템이 그렇듯 아주 유연한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다. 이런 독특한 시스템 구조 덕분에 지역적 시각과 세계적 시각을 통합할 수 있는 특별한 가능성이 생기고, 또 다양한 프로젝트가 합쳐져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시나리오와 해결책을 생산하는 열린 디자인 프로그램을 촉진할 수 있게 된다. 

ex) 데시스네트워크, 특히 데시스 산하의 주제별 모임

데시스는 데시스랩이라 불리는 회원들(디자인 팀)이 진행하고 있는 활동들을 정리하고, 프로젝트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 플랫폼을 통해 프로젝트에 사용된 도구와 결과물을 비교할 수도 있고, 회원들이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다.

 

** 데시스 주제별 모임

데시스는 독립적이지만 서로 연결된 여러 디자인 랩들의 네트워크다.(2014년 봄을 기준으로 마흔 개가 넘는 랩이 참여하고 있다) 각 디자인 랩은 사회혁신에 초점을 맞춘 디자인과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디자인 학자, 연구자, 그리고 학생으로 구성되어 있다.(대부분의 데시스랩은 디자인 대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데시스랩은 지역 내 파트너와 함께 지역 차원에서 활동하는 동시에 네트워크 내 다른 랩과 협력해 더 큰 차원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한다. 주제별 모임은 데시시네트워크가 추진한 프로젝트 중 하나로, 비슷한 주제에 비슷한 관점이나 접근법을 갖고 활동하고 있는 데시스랩들의 소규모 네트워크이다.

 

비슷한 주제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토론하고, 방법론이나 결과물을 비교하기 위한 공간을 만들고, 새로운 협동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즉 특정 주제에 집중된 디자인 연구 환경을 형성하기 위해 생겨났다. 그곳에서 특정 주제에 관한 디자인 지식이 생산되고 축적되며, 담론을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공통의 언어를 형성하고, 개념적, 실용적 도구와 시나리오 및 솔루션들이 개발된다. 주제별 모임은 데시스랩 간 공통의 관심사를 발견한 일부 회원(데시스랩)들이 비슷한 주제의 프로젝트를 한데 모으고, 포럼이나 출판물의 기획 등 협업 계획을 수입하고, 가능한 경우 새로운 공통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로 결정하면서 생겨났다.    

 



2부 변화 일으키기

4. 가시화와 구체화

 

** 누군가의 삶을 현재 익숙한 방식이 아닌 새로운 존재 방식과 행동 양식을 향해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무엇보다 그 사람이 자신의 관점에서 무엇을 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즉, 그 사람이 현실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기회들을 자각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의 첫 단계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서 시작한다.

ⓐ 복잡한 현실과 현실을 움직이는 원동력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 어떻게 우리의 시각과 바람을 명확하게 만들 수 있을까?

ⓒ 현실에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 가능한 무언가를 어떻게 상상해낼 수 있을까?

즉, 미래에 대한 사회적 대화를 위한 자양분을 어떻게 공급할 수 있을까?

 

 

** 근대성과 인생 설계

근대성이라는 개념은 개인에게 선택의 자유가 있는, 따라서 개인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디자인할 수 있느 환경이다. 근대화 이전 사회에서 이는 거의 불가능한 일어었다. 앤서니 기든스가 말했듯이 근대 이전 사회에서는 전통과 관습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무에 대부분 사람에게 자신의 삶을 스스로 디자인할 가능성이 주어지지 않았다. 전통의 위력이 약해지면서 사람들은 여러 가능한 서택지 중에서 어떤 삶의 방식을 택할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야 함을 깨달았다. 그래서 전근대사회에서 근대사회로 넘어가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대자인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울리히 벡(Urich Beck)은 스스로 삶을 디자인하는 일은 오늘날 더는 선택사항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여러 선택지와 맞닥뜨릴 때 우리는 어떤 것을 선택할지 결정해야 한다.

 

20세기를 거치면서 스스로 삶을 선택해야 할 필요성과 함께 개인주의라는 또 하나의 현상이 점점 강화되었다 (개인주의의 강화 역시 전통, 그리고 전통을 특징짓는사회적 연대망이 점차 약해진 현상과 관계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이중의 변화가 낳은 결과는 이제 근대화된 사회에서 사람들이 스스로 삶을 디자인해나가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많은 경우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을 좌절에 빠트리기도 한다.

 

우리가 여기서 다루고 있는 사회혁신은 (특히 사회혁신이 협동적 조직의 형성으로 이어질 때) 다른 방법도 있다는 사실을, 삶을 디자인하는 일을 혼자서 해야 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최근 몇 년간 나타난 사회혁신 사례들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디자인하는 일이 꼭 개인적으로 이루어질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타인과 함께 삶을 디자인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삶을 협동적으로 디자인하는 일은 타인과 함께 일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그리고 훨씬 더 흥미롭고 즐거울 수 있다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  

 

 

지도 만들기와 증폭시키기

 

 

** 증폭시키기와 활성화하기

시각화 작업을 사회적 조직 도구로 활용하는 둘째 방법은 약한 신호 증폭시키기(weak signal amplifuation) 작업이다. 이 과정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의미 있는 사례(각 사례의 특징과 결과, 그리고 내재된 근본 가치)를 부각시키는데, 사회적으로 의미 있다고 여겨지는 가치들에 대한 폭넓은 담론을 촉진할 수 있다. 

 

어느 점으로 보나 이 역시 디자인 활동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로 묻혀버릴 법한 사례를 더 많은 사람의 눈에 띄게 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떤 사례를 '부각'시킬 것인가 결정하는 일의 기저에는 디자인적 선택이 깔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회의 움직임을 살펴보고 주목할 만한 사례를 고르는 데 사용할 기준을 정하느 일은 디자인적 선택이다. 많은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런 디자인 활동은 디자인 전문가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여러 사례를 수집하고, 이를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고, '주목할 만한 사례'라고 내세우는 일은 호기심 많고 이런 일을 하고자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디자인 전문가는 약한 시그널을 좀 더 효과적으로 증폭시키고, 이를 통해 사회적 담론을 촉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일은 여러 사례를 동일한 형식으로 정리해 수집할 수 있또록 템플릿을 디자인하는 일처럼 상대적으로 간단한 작업을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좀 더 복잡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통해 이뤄낼 수도 있다.

디자인 프로젝트는,

웹사이트나 동영상(혹은 영화), 전시나 축제 등 주목할 만한 사례를 홍보할 수 있는 매체를 디자인하거나 이 사례들이 새로운 프로젝트의 자극제가 되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워크숍이나 세미나, 강의처럼 정보 교환과 공동 제작의 기회를 마련하는 일들을 기획할 수 있다.

 

ex) 데시스쇼케이스(DESIS Showcase)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세계 각국의 디자인 학교가 진행하고 있는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 프로젝트 사례들을 한데 모으고, 이 사례들을 전시하고 토론할 수 있는 행사들을 기획하는 것이다. 

 

ex) 앰프리파잉크리에이티브커뮤니티(Amplifying Creative Communities)

이 프로젝트는 우리 주변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사회혁신 사례들을 부각시키는 것이 새로운 사회혁신 프로젝트들을 촉발하기 위한 좋은 전략적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혁신적인 풀뿌리 사례들은 종종 대중의 시야 바깥에 있기 때문에 알려질 필요가 있으며, 때로는 효과적이고 바람직한 관행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 '일상화'할 필요가 있다.

 

이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는 소위 증폭화라는 방식을 정의하고 실험해보고자 했다. 

⒜ 흩어져 있는 지속가능한 사회혁신의 사례를 한데 모아 지도화하기.

⒝ 공통의 비전을 중심으로 시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한 시나리오와 새로운 사회혁신 프로젝트를 활성화하기 위한 툴키트 디자인하기.

⒞ 지역 공동체 내 전략적 대화를 촉진하고, 사회혁신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 그리고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서 지속가능한 사회혁신 사례를 전시, 워크숍, 웹사이트를 통해 홍보하기.  

 

 스토리 만들기

 

 

** 스토리텔링

현재의 모습과 우리가 바라는 모습을 함께 놓고 생각할 수 있으면서, 어려운 주제를 다루는 데 도움이 되는도구 중 하나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다. "스토리는 특정한 구조와 스타일, 인물로 짜인, 완결정을 지닌 이야기이다. 우리는 이야기를 이용해 축적된 지혜, 믿음, 가치 들을 전달한다."

 

스토리텔링은 인류 역사상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행위지만 오늘날 상당히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스토리텔링은 복잡한 아이디어와 가치 들을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데, 이는 오늘날 공동 디자인 과정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뉴미디어의 발달로 누구나 쉽게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스토리텔러가 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급증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 디자이너의 활동 영역 역시 넓어지고 있다. 즉 디자인 전문가가 기술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스토리텔링을 지원할 수 있다는 뜻이다. 

 

ⓐ 기술적 측면에서 보자면,

디자이너는 전문 기술을 이용해 스토리텔링을 도울 수 있고 (예를 들어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는 스토리텔링에 도움이 될 시각적 자료나 웹사이트, 동영상 제작에 필요한 능력을 갖고 있다)

 

ⓑ 문화적 측면에서 보자면,

사회적인 주제나 환경에 관련된 내용을 스토리텔링에 제안함으로써 기여할 수 있다. 또한 디자인 전문가는 사회혁신에 관심 있거나 활동 중인 사람들이 스토리텔링이라는 도구가 지닌 가치를 인식하고 스토리텔링을 새로운 방식으로 그들의 프로젝트에 활용해 보도록 도울 수 있다.

 

ex) 이매진밀란(Imagine Milan) 프로젝트_지역 정체성의 재건

지역 정체성을 재건하는 작업에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사례.

이 프로젝트는 밀라노공과대학 디자인학부의 리서치 그룹인 이마지스랩(Imagis Lab)이 기획하고 주도한 프로젝트로, 밀라노 시의회와 협업으로 진행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도시 개혁의 과정에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활용할지 실험하고자 하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그 일환으로 진행된 프로젝트 중 하나가 밀라노 내 스무 개 구의 관한 짧은 동영상 스무 편을 제작해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하고 강화하는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의 바탕이 된 아이디어는 한 지역의 아이덴티티는 '그 지역 주민들의 개인적이고 집단적 역사', '과거의 기억, 현재의 복잡성,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들의 끊임없는는 병치 속에 존재하는 다채로운 이미지, 사람들의 얼굴, 목소리, 몸짓, 성격의 집합' 으로부터 만들어진다는 생각이었다. 이 동영상들은 도시 인프라스트럭처와 디자인에 관여하는 정책 결정자와 시민,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속가능한 도시로서의 밀라노에 대한 새로운 이아디어를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의 대화를 위한 도구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성격에 따라 여러 종류의 포맷과 장르의 영상물이 제작되었는데, 특히 시민의 개인적인 일화를 소개하고 현재 도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의 현장과 바람직한 사례를 기록하기 위해 자료 화면과 인터뷰를 활용한 짧은 다큐멘터리들이 제작되었다. 그리고 특정 행동들이 장려되고 보편적인 행동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된다면 도시는 어떤 모습이 될지 그려보기 위해 가상의 시나리오를 담은 영상도 만들어졌다.

 

ex) 라이프스토리(Life Stories)_디지털 스토리텔링

지역 공동체와 관련해 비디오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또 다른 사례는 라이프스토리이다. 라이프스토리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의 활동 부문 중 하나인 모바일포디벨로프먼트(Mobile for Development)가 제작한 일련의 동영상이다. 라이프스토리 웹사이트에는 자연재해에서부터 일자리, 농업, 여성의 사회 진출에 이르기까지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이런 다양한 이야기가 한데 모여 휴대전화 기술이 어떻게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긍정적인 비전을 제시한다.

 

ex) 스토리뱅크(Storybank)

인도에서 시행된 스토리뱅크 프로젝트의 목적은 사용자들이 뉴미디어를 이용해 손쉽게 비문자 정보(사진이나 동영상처럼 문자가 아닌 시청각 정보)를 만들고 공유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가능한지 검증하고 이떤 방법으로 가능할지 연구하는 것이다. 인도 부디코테라는 시골 마을 주민들이 휴대전화의 카메라를 이용해 시청각 스토리를 만들어 공유하는 일이 가능한지, 그리고 어떤 방법이 가능할지 경구하고자 했다. 마을 주민들이 휴대전화로 촬영한 사진과 영상들로 만든 이야기들은 마을 내 정보통신센터가 설치된 화면을 통해 마을 주민과 공유되었다. 이 프로텍트는 도시로 이주하느 사람들이 늘고 있는 추세를 돌려놓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문맹률이 높은 인도 시골 지역에 정보 공유에 대한 지원과 경제 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추진되었다. 

 

** 이야기와 이야기가 제시하는 현실과 가상이 뒤섞인 하이브리드 리얼리티가 지닌 의미, 그리고 사회혁신을 위한 담론에서의 역할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야기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에서 스토리텔링의 역할에 대해 논하는 것은... 스토리텔링이 사람들의 마음을 교묘하게 조종하는 수단이라 여겨지지 않도록, 그리고 단순히 겉만 번지르르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수단이 되지 않도록 스토리텔링이라는 아이디어를 잘 활용하는 방법을 살펴보는 일을 의미한다.

 

 
시나리오 만들기

 

**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려면 하고자 하는 일과 방법에 대한 비전을 공유히야 한다.

따라서 여러 주제가 공유할 수 있는 비전(미래에 대한 전반적인 비전과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비전)은 사회혁신에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데 필요한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런 비전들은 아무 노력 없이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비전은 여러 주체가 참여한 사회적 대화의 결과이다. 시나리오 만들기는 그 과정을 촉진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 시나리오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진척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커뮤니케이션 도구, 즉 좀 더 효괒거인 공동 디자인 프로세스를 지원하기 위한 도구의 의미로 사용된다. 그러므로 여기서 우리는 디자인의 방향을 이끄는 시나리오, 즉 어떤 조건이 이루어진다면 우리 사회와 삶의 어떤 모습일 수 있을까, 무엇을 어떻게 성취할 수 있을까에 대한 비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 디자인을 이끄는 시나리오

시나리오란 현재의 세계와 다른 가능한 세계, 그리고 어떤 이들에게는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세상에 대한 비전이다. 어떤 비전이 허무맹랑한 것인지, 실현 가능한 것인지는 그 비전을 성취하기 위해 밟아가야 할 단계, 그리고 그 과정을 지탱해줄 가치를 보여줌으로써 알 수 있다. 시나리오가 사회적 대화를 위해 유용한 도구인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디자인을 이끄는 시나리오는 디자인 과정에 참여한 다양한 주체의 에너지를 자극하고, 공통의 비전을 마들고 그들의 노력을 한 방향으로 모으기 위한 체계적인 비전의 집합이다. 이런 시나리오들은 비전, 동기, 전략이라는 세 개의 기본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 첫째, 비전은 시나리오의 가장 고유한 구성 요소다.    

비전은 '만약 ~ 하다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라는 간단한 질문에 대한 답니다. 비전은 만약 일련의 노력이 행해졌을 때 세상이 어떤 모습이 될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그림으로 그려 보임으로써 위 질문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 둘째, 동기는 시나리오를 정당화하고 시나리오의 의미를 전달하는 요소다.

동기는 해당 시나리오를 만들 때 의도했떤 바, 전제가 되었던 사실, 고려된 주변 상황, 그리고 추후 여러 디자인안이 제시될 때 이들을 어떤 기준과 도구를 통해 평가할 것인가에 대해 합리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왜 이 시나리오가 의미 있는가?' 라는 질문에 답한다.

 

⒞ 셋째, 전략은 비전에 일관성과 실현 가능성을 더해주는 요소이다.

전략은 '어떻게 실현시킬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시나리오에 따라 다른 전략, 즉 시나리오를 실현시키기 위한 주요 단계가 구성된다.

 

ex) 존 타카라(John Thackara)는 생테티엔시테뒤디자인 측의 의뢰로 시티에코랩(City Eco Lab)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이는 2008년 프랑스 생테티엔에서 시도된 시나리오 제작 프로젝트의 사례로, 당시 전시의 목적은 좀 더 많은 대중에게 생테티엔과 그 외 지역에서 발견한 주목할 만한 사례를 보여주고, 생테티엔 시민이 이에 대해 토론하고, 나아가 그들 스스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의 제작 과정은 '생테티엔에서 누릴 수 있는 좀 더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이란 어떤 것일까?'라는 아주 광범위한 질문에서 시작했다. 이 주제에 대한 토론을 촉진하기 위해 여러 시나리오가 만들어졌는데, 이 시나리오들은 생테티엔에 살고 있는 여섯 가구가 만든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시나리오의 토대가 된 이야기들은 이 여섯 가구에게 만약 전시에 소개된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다양한 솔루션에 참여한다면 그들의 삶이 어떤 모습이 될지 상상해보도록 부탁해 만들어졌다.   

 

- 사회적 논의를 위한 시각적 도구들

 

 

** 디자인 도구란

디자인 도구란, 사회적 논의를 촉발하고, 지원하며, 그 내용을 요약하기 위해 디자인된 것들이다.

이런 도구들은 다음의 세 가지 범주로 나뉠 수 있다.

ⓐ 화두

ⓑ 대화 촉진

ⓒ 솔루션 체험

 

모든 공동 지아니 과정에는 무엇을 할지, 그리고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공통의 생각을 함께 구축하는 일이 포함된다. 공통의 생각은 관련된 사회적 주체 사이의 대화를 통해 만들어진다. 이런 대화를 시작하고 대화에 자양분을 공급하기 위해서 '만약 ~ 한다면 세상은 어떤 모습일 수 있을까?'를 그려 보이는 여러 종류의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종류의 도구를 화두(Conversation subjects)라고 부를 수 있다.

⒜ 화두는,

잠재적으로 참여 가능성이 있는 주체들이 반응하고 상호작용하도록 고안되었다. 세미나와 워크숍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고, 사회적 논의에 다양한 방식으로 도입될 수 있다.

ex) 디자이너가 도발적인 방법(디자인 액티비즘 터치포인트)을 통해 현실에 직접 개입하거나 전시, 영상, 책(가능한 미래에 대한 비전)과 같은 전통적인 소통 채널을 혁신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 대화 촉진(Conversation prompts)

이에 속하는 도구는 공동 디자인 과정의 여러 단계에서 사회적 논의를 촉진하기 위해 고안된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ex) 이런 도구는 현재나 미래의 상황을 그려 보인다거나(상황의 시각화) 아직 존재하지 않지만 실현 가능한 대안을 좀 더 쉽게 접근할 수있는 형태로 보여주고(실현 가능한 대안의 시각화, 대안 카드)혹은 아이디어를 종합하여 정리하고, 그 아이디어를 복제 가능한 형태로 제공하기 위해 (솔루션 복제 툴키트) 사용될 수 있다.

 

⒞ 솔루션 체험(Experience enablers)

이에 속하는 도구는 프로토타입, 소규모 실험, 혹은 실제 규모의 파일럿 프로젝트 등의 형태일 수 있따. 솔루션 체험 도구들은 두 가지 목적을 지니고 있는데

ⓐ 하나는 특정 솔루션을 구체적으로 그려내는 것이고

ⓑ 또 하나는 관심 있는 사람들이 특정 솔루션을 직접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여 건설적인 비판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따라서 디자인 과정에서 언제 어떤 방법으로 고안되고 활용되느냐에 따라 솔루션 체험 도구는 다양한 형태를 취할 수 있다. 솔루션 체험 도구가 제공하는 체험의 정도는 콘셉트 수준에 머물 수도 있고 실제 솔루션에 가까울 정도로 구체적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도구의 용도는 대화와 상호작용을 촉발하는 역할(콘셉트 솔루션 프로토타입)에서부터 구현 가능한 실제 솔루션에 가까운 시범 프로젝트(최종 솔루션 프로토타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 SDS가 고안하고 만든 몇 가지 사례

브뤼셀을 기반으로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디자인 에이전시인 SDS는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 분야에서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그리고 나와 오랫동안 생산적인 협업을 해오 디자인 에이전시이기도 하다.)

소개할 열두 개의 사례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세 범주(화두, 대화촉진, 솔루션 체험)로 분류되었고, 원래 프로젝트에서 사용된 모습대로 실려 있다.

 

(몇 가지만 소개한다. 나머지는 책을 통해서 사진과 함께 정독하기!)

 

ex) ⓐ [화두] 디자인 엑티비즘 터치포인트 : 도시 변화 상상하기

휴먼시티(Human Cities, 브뤼셀, 2012

; 휴먼시티 2012 페스티벌 기간 중 참가자들은 공공장소를 개선하는 방법을 탐색했다. 이런 활동 중 하나는 생보니파스 구역에 마련된 거리 전시를 살펴보며 함께 거리를 걷는 것이었다. 거리를 걸으며 전시를 살펴봄으로써, 참가자들은 전시에 소개된 참가국들의 공공장소 개선 사례들을 알아가는 동시에 이런 사례들을 생보니파스 거리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도록 자극을 받았다.

참가자들이 동네에 무엇을 만들 수 있을지 상상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툴키트가 제공되었는데, 투키트에는 공공장소 개선 프로젝트 사례들을 보여주는 카드들이 담겨 있었다. 참가자들은 툴키트를 들고 거리를 걷다가 해당 장소를 개선하는데 활용할 수 있을 법한 커드를 골라 그 카드와 해당 장소를 함께 담은 사진을 찍었다. 이는 실제 거리, 장소, 혹은 가게의 모습을 컴퓨터 없이 수동으로 간단하게 일종의 '포토샵'처리를 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또한 특정 장소와 툴키트에 담긴 카드를 합성하듯이 활용함으로써 실제 장소에 가상의 새로운 모습을 부여하는 손쉬운 방법이기도 했다.

참가자들이 이렇게 만든 사진들은 웨사이트에 공유되어, 부분적으로 바뀐 이 직역의 미래 모습을 만들어냈다. 이런 청사진은 지역 이해관계자들이 공공장소 개선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ex) ⓑ [대화 촉진] 대안의 시각화 : 솔루션 카드

VAP 어반 히치하이킹(VAP Urban Hitchhiking, 브뤼셀, 2008

; 도심에서 히치하이크로 목적지까지 이동한다는 건 그닥 가망이 없어 보이는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대중교통의 부족, 이웃 간의 연대감, 동승자 없이 혼자 자가용을 이용하는 운전자가 느끼는 죄책감을 바탕으로, 지역 차원에서 추진된 몇몇 흥미로운 히치하이크 사례가 존재하긴 한다. 그런 사례 중 하나인 브뤼셀의 비히클앤드파트너스(Vehicles and Partners, VAP)는 운전자와 보행자 들이 소속 회원들을 알아보고 안전하게 히치하이크할 수 있도록 회원 카드를 제공하는 단순한 형태의 히치하이크 모임으로 시작되었다. 

 

브뤼셀 교외 지역에 히치하이크를 확산시키기 위해 디자인팀은 이런 풀뿌리 혁신이 현실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분석했다. 디자인 팀은 이런 분석을 통해 히치하이크 솔루션의 성공에서 결정적인 요소들을 규정하고, 각각의 요소를 개선할 수 있는 대안들을 제시하고자 했다.

 

이런 대안들은 카드 세트로 만들어져 활용되고 있는데, 마치 레고 블록을 조합해 원하는 것을 만들어내듯이 , 카드 세트 중에서 적절한 카드들을 선택하여 조합함으로써 히치하이크 솔루션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거나 참여자들이 지역 상황에 맞는 최적의 방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에 맞게 구성된 시스템에 동의할지 결정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ex) ⓒ [솔루션 체험] 최종 솔루션 프로토타이핑 : 정교한 테스트

힉스HiCS,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지원 연구 프로젝트, 2001-2004

; 힉스 프로젝트의 초점은 거동이 불편한 사람(노인과 장애인뿐 아니라 다리가 부러지거나 아픈 아이 때문에, 혹은 바쁜 업무 때문에 일시적으로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모든 사람들)을 위한 음식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의 바탕에 깔린 아이디어는 '고도의 맞춤형 솔루션(Highly Customerized Solutions HiCS)' 이라 불리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시험하는 것이었다. 이 솔루션의 목적은 단일 서비스 인프라를 활용하여 다양한 소비자의 특성과 필요에 부합하는 여러 가지 맞춤형 서비스들을 제공하는 플렛폼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의 연구 팀은 스페인, 벨기에, 이탈리아에서 세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했다. 그중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는 동일한 배달 시스템으로 두 종류의 사용자 그룹(지역 내 사회보장서비스에 의존하고 있는 장애 노인 그리고 인근의 중소기업 직원들)의 필요를 만족시키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프로토타입 개발 후 솔루션이 실제로 구현 가능한지, 사용자들이 이 솔루션을 받아들일지, 그리고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으로 실현 가능한지 확인해보기 위해 디자인 팀은 프로토타입을 한달 동안 실제로 시험했다.

 

5 사회혁신을 육성하는 환경 구축

 ** 사람들의 행동을 디자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특정한 존재 방식과 행동 방식을 북돋우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적극적이고 참여적인 행동 방식 역시 마찬가지이다.

ⓐ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적극적이고 참여적으로 행동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

ⓑ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적극적이고 참여적인 행동을 기꺼이 선택하고, 이를 좀 더 나은 삶을 위한 한 걸음이라고 여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은 사회혁신을 지원해줄 생태계 형성에 여러 차원에서 개입함으로써 이러한 질문들에 답한다.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의 이런 노력은 새로운 인프라스트럭처를 형성하려는 목표를 지닌다. 이런 인프라스트럭처는 자율적이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지속시킬 수 있는, 복잡하지만 체계적인 플랫폼이다.

 

** 사회혁신을 가능케 해주는 인프라스트럭쳐

ex) 메데아리빙랩(Medea Living Labs)

메데아리빙랩의 목표는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어떻게 개발할 수 있을지 탐색해보기 위해 여러 이해당사자와 협력하는 것"이다. 메데아리빙랩은 일련의 디자인 및 디자인 연구 활동의 근간이 되는데, 그 주축이 된 연구원들은 이런 활동이 "우리가 '인프라스트럭처렁'이라 규정하는 것에 주도되었다"고 설명한다. "이 과정은 여러 관계자들의 장기적인 참여와 관심을 이루는 데 중점을 두고 있지만, 특정한 목표나 기간을 정하지 않은 자유로운 열린 디자인 구조도 포함한다. 인프라스트럭처를 만드는 일은 지속적으로 다양한 주체 간의 관계를 설립하는 과정, 그리고 자유로운 시간과 자원의 활용이 특징이다. 이런 유기적 접근 방식은 중간중간 새로운 가능성이 생겨나도록 촉진하고, 여러 이해당사자 사이에 지속적으로 다리를 놓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디자인의 기회가 생겨날 수 있다."

 

ex) 

메데아리빙랩 중 하나는 심각한(적어도 스웨덴의 기준에서는 심각하다고 여겨지는) 사회적 문제들을 안고 있다고 여겨지는 말뫼의 다민족 거주 지역에 있었는데, 인프라스트럭처링을 통해 여러 이니셔티브가 생겨 났다.(해당 지역은 이란, 이라크, 보스니아,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이민자 혹은 그 자녀들이 다수 살고 있는 곳으로, 스웨덴에서는 이민자들의 사회적 소외와 이 때문에 파생된 여러 문제들을 중요한 사회적 이슈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

이 이니셔티브들은 참가자들의 자유로운 만남(그리고 때로는 다툼)이 이어진 결과 드러나기 시작한 가능성과 기회들을 포착하면서 시작되었다.

 

 ex)

⒜ 자신들이 지닌 능력과 재능이 가치 있게 쓰일 수 있는 기회를  찾아 스웨덴 사회에  좀 더 편입되길 바라는 이민자 여성의 생산 활동 강화

 

⒝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공공 공간을 새롭게 바꾸기 위해 지역 주민과 ICT 기업이 함께 진행하고 있는 공동 디자인

 

; 이런 이니셔티브들은 규모는 작지만 조직적 구조나 수익 모델, 제도적 파트너십, 필요한 능력이나 기술이라는 측면에서는 굉장히 복잡하다

 

** 결과적으로, 인프라를 형성한다는 것은 디자이너가 완결하지 않고 사용자가 추후 계속할 디자인 과정의 속상과 그 과정 속에서 세부 디자인 프로젝트가 담당할 역할(전체 디자인 과정 중 어느 시점에서 어떤 결과를 얻기 위해 실행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산업 디자인이 주류를 이루던 과거에는 디자이너가 하나의 제품을 완성하는 순간 디자인 과정이 끝난다고 여겨지던 것과 달리 오늘날 디자인은 서비스나 사회혁신처럼 완제품이 만들어질 수 없는 대상을 다루게 되면서 디자인 과정에 끝이 정해지지 않고 열려 있다고 말한다.)

 

ex) 크리에이티브시티즌(Creative Citizens) : 서비스 디자인을 위한 지역 실험실

시민과 함께 공공 서비스를 공동 지아니하고 공동 생산하는 과정에서 전문 디자인이 기여할 수 있는 바를 참색하기 위해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밀라노의 한 지역에서 공공 기관에 준하는 역할을 하며 진행되었다.

 

서비스를 디자인하고 일반 시민들과 디자이너, 이해관계자, 단체를 연결하기 위한 일종의 공공 사무실 역할을 하는 공간이 기반이 되고 있다. 이 공간에서 여러 프로젝트와 연관된 다양한 주제를 다루기 위해 일련의 공동 디자인 활동이 진행되어왔다. 주요 목적은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공동 디자인, 공동생산된 일상생활 관련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이를 통해 공공 부문과 협업의 여지를 그려보고, 독창적인 서비스 사업의 탄생을 촉진하고자 한다. 공동 지아니 활동은 네 가지 서비스 영역(공유 네트워크, 법률 행정 자문, 먹을거리 시스템, 문화 활동)을 다루는데, 이 모두 품앗이, 공동 구매, 구멍하게, 박무관, 시장, 박람회처럼 이미 존재하는 서비스나 공간, 그리고 일상적으로 해야 할 일과 관계된 것들이다.

 

현재까지의 결과물은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공동 디자인된 여섯 개의 일상생활 관련 서비스 모음이다. 이 서비스 아이디어들은 해당 지역, 그리고 이해관계자와 관련 기관의 네트워크에서 발견된 기회의 정도에 따라 현재 각기 다른 속도로 개발되고 있다.

 

** 디자인 역량 강화하기

다양한 사회 주체가 공동 디자인 과정에 전문적인 방식(예를 들어 개념적, 실요적 디자인 도구들을 이용해)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련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

ex) 디아이와이(Development, Impact, and You, DIY)

디아이와이는 영국의 네스타(NESTA)가 제안한, 사회혁신을 촉발하고 지원하기 위한 툴키트다.

"이것은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고안하고, 채택하거나 응용하는 방법에 대한 도구 모음이다. 바로 사용할 수 있고, 적용하기 쉬우며, 개발을 위해 바쁘게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이 툴키트의 목적은 사회혁신에 관심이 있지만 전문가는 아닐지도 모를 다양한 주체가 사회혁신을 상상하고 개발하도록 도울 수 있는 최근의 디자인 도구들을 선별해 제공하는 것이다. 

 

ex) 아이데오가 개발한 휴먼세터드디자인툴키트(Human-Centered Design Toolkit. HCD)

HCD툴키트는 비전문가가 디자인 과정에서 좀 더 느력을 발휘하고 좋은 결과물을 성취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를 만듦으로써 디자인 업체(이 경우 아이데오)가 어떻게 그들이 지닌 능력과 기술을 좋은 목적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는 '수년간 기업들은 혁신적인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 인간 중심적 디자인 방법론은 활용해왔다. 비영리 영역에 산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똑같은 접근 방식을 적용해보면 어떨까?" 라는 간단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이에 대한 답으로 아이데오는 비전문가가 "이야기를 잘 듣는 기술의 함양(HCD는 디자인 과정에서 잠재적 사용자들이나 이해당사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워크숍의 개최, 아이디어의 구현과 같은 활동을 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툴키트를 고안해냈다.

 

이 툴키트는 세 부분과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부분은 현장 연구와 문제의 탐색에서부터 시범 프로젝트 개발에 이르기까지 공동 디자인 과정의 여러 단계에서 사용자를 도울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이 툴키트가 나중에 온라인 플랫폼 HCD커넷트와 통합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덕에 인간 중심적 디자인 방법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툴키트를 다운로드할 뿐 아니라 비슷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다른 사람들과 경험을 교환하고 사용자들끼리 직접 질문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 툴키트의 한계

ⓐ 만약 모든 사람이 툴키트가 쓸모 있다고 생각할 때 각자 필요한 방식으로 사용하게 되면, 이들 사용자는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해야 할 것이고, 그러면 툴키트를 부적절한 방식으로 사용하거나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툴키트 그리고 틀키트와 비슷한 종류의 도구(메뉴얼, 사용지침서, 온라인강좌 등등)는 무엇이든 사용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방법론적인 도구를 갖춰주는 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러한 방식이 지닌 내재적 한계는, 주어진 주제에 집중하고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효과적인 지침을 제공하지만 그 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어떻게 동기부여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점이다.  

      

지원 환경 조성
네트워크형 거버넌스
실험 공간

** 공공혁신 공간은,

다양한 분야(디자인, 경제, 정책, 사회 연구)의 전문가가 만나고 수평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는 공간이다. 이공간은 정부기관의 특정 임무, 정책적 이슈나 절차상의 한계와 같은, 혁신에 제약이 되는 많은 요소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롭다. 이런 공간을 늘려 디자인을 도구로 사용해 공공 영역에서의 혁신을 추진하고, 실험적인 시도를 해볼 수 있도록,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혁신의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관련된 모든 이해당사자가 전 과정에 협동적으로 통합되도록 만들려는 발상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공공 혁신 공간이 하나의 사례인 이런 실험 공간들은 물리적 환경과 디지털 환경이 혼합된 하이브리드 환경이다. 여기에서는 공무원을 포함한 다양한 주체가 만나 상호작용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논의하며, 그 가능성을 증명하기 위해 프로토타입을 개발할 수 있따. 이런 공간은 차업 지원 육성 기관이자 유망한 아이디어의 발판으로 운영될 수 있다. 혹은 이들은 상향식 프로젝트와 공공기관 혁신 사이에 선순환의 고리가 생겨나고, 따라서 더 많은 협력적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확산될 수 있는 긍정적인 환경을 만드는 씨앗이 될 수도 있다.

 

 

 

 

6 효율성과 가치의 배양

 

** 협동적 조직은,

협동적 조직은 어떻게 목표를 성취할지, 그리고 누구와 협력할지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어떤 프로젝트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과 의미(특히 사회적 의미)를 추구하는 것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문제 해결

 

** 협동적 조직이 활동을 시작하는 초기 단계에, 필요한 사물은 새로 만들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사물들을 필요한 용도에 맞게 기능과 의미를 변형시켜 조합하여 사용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활용한 제품이나 서비스는 본래 다른 용도로 디자인되었던 것이기 때문에, 이를 조합하면 다소 비효율적이 된다. 따라서 협동적 조직을 추진하는 사람과 참여하는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상당한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한다. 그 결과 협동적 조직은 목적의식이 뚜렷하고 굉장히 열성적인 사람만 수용할 수 있는 조직이 되어버린다.

 

** 접근성, 효율성, 유연성

ex) 카셰어링(car sharing) 

시간이 흐르면서 카셰어링이라는 아이디어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효율적이며 여러 맥락에 따라 재생산이 가능해지고 있다. 이 모든 일은 지난 수십 년간 진행되어온 혁신 과정을 통해 가능해졌다. 그 과정 속에서 카셰어링이라는 솔루션의 여러 부분이 조금씩 재정의되어왔다. 

 

30년 전 초창기 카셰어링이라는 아이디어(특정 지역에 사는 일부 사람들이 필요할 때만 사용하고 사용한 만틈 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자동차 몇 대를 공유한다는 아이디어)는 평범한 자동차와 전화, 종이와 펜, 그리고 참여자들의 강한 의지를 바탕으로 개발되었다. 

 

그 후 혁신의 과정을 통해 카셰어링과 관련된 여러 요소(유형의 요소에서부터 무형의 요소에 이르기까지)가 개선되었다. 이제 사용자는 디지털 플랫폼과 앱을 이용해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차를 검색하고 연료나 충전 상태를 확인한 뒤 바로 예약하여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카셰어링이라는 아이디어가 처음 실현된 당시의 초창기 모델이 기능, 비용, 참여자에게 요구되는 행동이라는 측면에서 다양한 방향으로 진화해왔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한 가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다양하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기능적인 측면에서 필요로 하는 바가 다른 여러 지단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 역량 강화형 솔루션

위와 같은 사례들을 일반화해보면, 대강 틀만 갖춘 시스템에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모아 활용하는 방식에서 목적에 맞게 특별히 디자인된 제품과 서비스 시스템으로 구성된 역량 강화형 솔루션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점차 진화해왔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역량 강화형 솔루션은 사람들이 스스로 가치 있게 여기는 결과를 성취하도록 역량을 키워주는 지적, 기술적, 조직적 도구들을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 시스템이다.

 

문제 해결이라는 측면에서 역량 강화형 솔루션의 주 목적은 참여자들이 개인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을 줄여줌으로써, 그리고 사람들이 협동적 조직에 참여하고 공동 생산자로 활동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을 늘림으로써(이를테면 사용자의 관점에서 효용성을 늘림으로서) 협동적 조직을 좀 더 접근하기 쉽고 효과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협동적 조직이 실현하고자 하는 특정 아이디어는 역량 강화형 솔루션과 함께 사회 기술적 혁신의 과정 속에서 진화할 수 있다. 이 진화 과정은 여러 갈래로 갈라질 수도 있고, 따라서 구성요소나 참여자 간 협동적 성격의 측면에서 전혀 다른 솔루션을 낳을 수 있다. 이는 이런 진화 과정의 여러 단계에서 전문 디자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새로운 솔루션의 도입이 협동적 조직 전체의 성격(효용성과 관련해서든 사회 문화적 의미와 관련 해서든)에 큰 변화를 일으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때 전문 디자인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협동적 조직의 진화 과정은 참여자의 헌신적인 기여를 필요로 하는, 따라서 참여자의 강한 동기와 의향을 필요로 하는 초기 시험적 모델에서 참여자들이 가볍게 참여하는 방식(따라서 참여 동기가 강하지 않은 사람들도 참여하는 방식)으로 변해간다고 볼 수 있따. 

 

1990년대 유럽에서 처음으로 카셰어링을 추진한 사람들은 분명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러기도 했겠지만, 한편으로는 도시 교통수단의 변화와 좀 더 지속가능한 도시에 대한 안목을 바탕으로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정치적 행동의 일환으로 그런 것도 분명하다. 오늘날 카셰어링에 참여하는 데는 더 이상 사회나 환경에 대한 그런 대단한 관심이나 동기가 필요치 않다. 

 

사회적 혹은 환경적 동기가 전부 사라져버렸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카셰어링이 진화해왔고 이제는 다양한 양식으로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협동적 조직이 진화하고 다양한 운영 방식이 생겨나게 될 때 다양한 의미도 생겨나고, 따라서 여러 종류의 참여 동기를 적절하게 조합할 필요가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논의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의미 생산

 

** 협동적 조직을 이끄는 것은 '어떻게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라는 단순한 물음보다는 '어떻게 우리가 원하는 삶을 이룰 수 있을까?'라는 좀 더 광범위한 물음이라는 점이다.

 

** 역량 강화형 솔루션은 의미 생산이라는 측면에서 신중하게 디자인될 수 있다. 여기서 이 두 차원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협동적 조직의 의미와 그들이 만들어내는 솔루션은 상당 부분 그들이 등장하게 된 문화적 환경과 규정된다.

한편 협동적 조직과 그들의 솔루션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시화하고 구체화함으로써, 향후 다른 프로젝트들이 생기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즉, 협동적 조직들은 지향하는 바가 같은 새로운 프로젝트들이 생겨날 수 있을 만한 문화적 환경을 만든다.

 

** 슬로푸드

슬로푸드 사례는 지역 차원의 조직을 발전시키고 수를 늘리는 데 비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역으로 지역적 조직의 발전이 비전 형성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슬로푸드는 먹을거리와 농업, 그리고 시간과 질에 대한 전반적인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독립적이지만 지향하는 바가 같은 여러 프로젝트가 생겨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슬로푸드는 더 빨리,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농업 방식, 그리고 패스트푸드로 대변되는 질 낮은 먹을거리 소비문화에 반대하며, 천천히 시간을 들여 생산한 질 좋은 농산물과 이를 소비하는 생활방식이 지닌 가치를 확산시켜왔다.) 이와 동시에 농부들이 자신이 재배한 농산물을 직접 내다 파는 농부시장, 그리고 공동체지원농업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시민과 농부 모두에게 새로운(하지만 실현 가능한)세상을 현실적으로, 그리고 즉각적으로 체험하게 해준다. 

 

** 친목감과 친목감의 조성

협동적 조직이 지닌 사교성과 매력에 대해 이야기할때, 그 지향점이 마케팅의 차원이 아니라 진정한 인간관계라는 의미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진정한 의미의 '사회성'이 내포하는 의미를 포착할 수 있는 새로운 디자인 문화다. 이런 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이 역시 경험과 이론적 성찰의 양방향적 선순환이 답이 될 수 있다.

ex) 협동적 주거 프로젝트

이 연구의 일환으로 밀라노의 한 아파트 단지 주민들과 함께 협동적 주거의 가능성이 실험되었다. 이 프로젝트의 의도는 새로 건축된 아파트 단지 주민들에게 지속가능한 생활 방식과 친목 관계를 촉진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주민과 함께 여러 활동을 디자인했고, 이를 지원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었따. 이 프로젝트의 디자인 연구적 요소는 (니콜라 부리오의 '의도적으로 조성된 친목감의 순간'처럼) 주민 간의 친목 관계를 촉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교적 만남의 기회를 만듦으로써, 사교성이라는 개념을 다자인의 목표로 시도해보고 성찰한 것이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의도적으로 디자인한 환경적 요소가 없었더라면 아마도 생겨나지 않았을 주민 가의 친목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이는 주민들이 여러 종류의 활동을 함께하는 과정을 통해서, 그리고 관심있는 활동을 조직하고 교류하는 데 유용하게 쓰인 디지털 플랫폼 덕분에 이루어졌다. 

 

친목 도모의 긍정적 성과는 여러 흥미로운 일들로 이어졌다.

"원래 우리의 가설은 주민 간의 친목감 형성이 일상의 현실적 문제를 협동적으로 해결하도록 이끄는 원동력이 되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민 간 친목 도모는 (아파트와 관련된) 현실적 사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후 서서히 이루어졌따. 다시 말해 주민들이 자기 소개나 미래의 옆집 주민에 대한 질문 등 친목 도모의 목적으로 디지털 플랫폼을 사용할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현실적인 사안에 대한 활발한 협동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후에야 친목 도모 활동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의도적으로 조성된 친목감'이라는 표현이 제시하는 바에 대해 명확하고 구체적인 그림을 제시한다. 이는 무언가를 함께함으로써 형성되는, 즉 친목감을 키워나갈 기반이 되어줄 활동들을 활성화함으로써 만들어지는 친목감이다. 

 
신뢰 형성

7. 사회혁신의 재생산과 네트워크화

 

** 정말로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효과를 발휘하려면 협동적 조직은 사회 곳곳으로 확산되어 광범위한 차원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  만약 가능하다면 협동적 조직이 비인간적인 거대 조직이 되지 않으면서도 광범위한 영향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간단히 말해 협동적 조직이 본래 그렇듯 쇼규모로 유지되면서 세상을 바꿀 능력을 갖출 수 있을까? 네트워크의 시대인 오늘날,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전략이 강화되어야 하고, 거시적인 비전이 있어야 한다.

 

작고, 지역적인, 열린, 네트워크화 전략

 

 

** 40년 전쯤 씌여진 에른스트 슈마허(Ernst Schumacher)의 유명한 저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

 

이 책을 쓸 당시, 에른스트 슈마허는 자신이 목격한 거대화, 탈지역화의 흐름에 반발하며 소규모와 지역적인 것을 옹호했다.  오늘날 우리는 같은 이유로, 그리고 또 다른 새로운 이유로 슈마허의 선택을 따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난 40년 동안 상황이 많이 달려졌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슈마허의 시대에는 그저 이상향일 뿐이었던 것이 오늘날에는 창의적 공동체와 네트워크화된 시스템이 합쳐지면서 하나의 구체적인 가능성이 되었다.  40년 전에 슈마허가 말한 '작은'것은 광범위한 규모의 영향을 일으킬 가능성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정말 작은 것에 불과했고, '지역적'인 것은 다른 지역 공동체와 동떨어져 고립외어 있었기 때문에 정말로 지역에 국한된 것이었다.  작은 것은 이제 거대한 전세계 네트워크 속 하나의 노드로 영향력을 지닐 수 있고, 하나의 지역 역시 사람과 아이디어, 정보의 전 세계적 흐름에 열러 있을 수 있다. 즉, 오늘날 '작은 것은 더 이상 작지 않고, 지역적인 것은 더 이상 지역적인 것이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있다.

 

 

** 네트워크로 연결되면 작은 것도 작지 않은 영향력을 지닌다.

작은 것과 지역적인 것의 본질적인 변화는 엄청난 함의를 지니고 있다. 네트워크의 등장이 지역적이고 작은 규모의 활동을 매우 효율적인 방식으로 가능케 해주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유연한 시스템이 복잡하고 급변하는, 상당히 불안한 오늘날의 환경에서 안정하게 작동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키워드는 분산형 시스템이다.

분산형 시스템은 서로 연결된 여러 요소로 만들어진 사회기술적 시스템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지속될 수 있다.

 

이런 분산형 시스템은 기술적 혁신에 뿌리 깊게 기반하고 있지만, 확산될 때는 기술적인 측면이 사회적 측면과 분리될 수 없다. 그러므로 분산형 시스템은 사회적 혁신 없이는 실현될 수 없다.

 

따라서 이 경우 기술적 그리고 사회적 혁신은 서로 강화하며 사회, 생산, 삶의 질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현실적인 기회들을 낳는 선순환을 만든다. 간단히 말해 기술적이고 사회적인 혁신은 우리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현실적인 시나리오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준다. 

 

 

** SLOC 시나리오

최근 등장하고 있는 시나리오의 핵신은 사회혁신과 분산형 시스템이다. 나는 이 시나리오를 SLOC 시나리오라고 부르는데, 

이는 ⒜ 작고(Small)

⒝ 지역적이며 (Local)

⒞ 열려 있고 (Open)

⒟ 연결된 (Connected)

을 의미한다. 이 네 가지 형용사가 모여 이 시나리오의 특징을 규정한다. 각각의 형용사는 따로 놓고 보면 단순한 의미를 지니지만, 넷이 합쳐지면 지속가능하고 네트워크화된 사회가 어떻게 구체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 낸다. 

SLOC 시나리오를 실현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아래 질문에 대한 답이다.

ⓐ 협동적 조직처럼 작은 움직임이 지닌 영향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 협동적 조직이 본래의 협동적 속성을 잃지 않으면서 규모를 키우는 방법은 무엇일까?

 

SLOC 시나리오 자체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시나리오가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나의 틀 안에 아우르는 종합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복제와 연계로 요약될 수 있는 두 개의 기본 전략을 제시한다고 생각한다.

ⓐ 복제

이는 네트워크 시대에 작고 지역적인 활동들이 광범위한 효과를 낼 수 있게 해준다. 복제는 SLOC 시나리오 안에서 협동적 조직들이 규모를 확장시키는 주된 방법이다. 

복제라는 아이디어는 실험과 정반대의 아이디어처럼 보일 수 있고, 실제로 어떤 면에서는 그러하다. 하지만 복제와 실험은 상호 보완적일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는 같은 아이디어의 복제라 해도 항상 새로운 환경, 새로운 상황에 맞게 수정되기 마련이다. 즉 모든 복제의 과정은 항상 지역적 상황에 맞게 변형시킨 새로운 솔루션의 디자인이기도 하다. 복제는 보편적 디자인 능력을 필요로하는 활동이지만 전문가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 전문가는 실험의 질을 평가하고 어떤 것을 복제할지 선택할 수 있는 전문가이자 복제하는 방법을 디자인하고 이를 가능케 하는 도구들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 연계

연계 덕분에 작고 지역적인 활동들은 광범위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이런 광범위한 영향력은 많은 수의 작은 프로젝트가 모여 생겨날 뿐 아니라 여러 프로젝트를 적절한 방식으로 연계함으로써 영향력이 배가 되는 데서 생겨난다. 

이러한 영향력은 

⒜ 인프라를 만들어 연계하는 방식으로, 지역 프로젝트의 리더들이 다른 프로젝트와 연계, 조율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최적의 방법을 스스로 찾도록 놔두는 방식이다.

이 경우 연계 전략은 연계의 가능성을 제공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들이 생겨나기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자율적으로 연계하도록 하는 것이다.

 

⒝ 적절한 프레임워크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것이다.

프레임 워크 프로젝트는 새로운 지역 단위의 프로젝트를 촉발하고, 이 프로젝트 간의 협업과 시너지를 유발할 수 있도록 특별히 기획된 프로젝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이끌 수 있는 대규모의 연합이 필요하다. 이런 연합은 공동의 비전과 전략을 현실적으로 가능케 할 실용적 도구들을 만들어 내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지난 세기에는 작고 지역적인 프로젝트의 영향력을 키우려던 노력이 불가피하게 조직의 규모가 거대해지고 관료주의적 구조를 낳은 결과로 이어졌찌만, 오늘날 네트워크의 시대에는 다른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소규모 프로젝트를 다양한 맥락에 맞게 복제함으로써 만들어내는 확산(scaling out)(혹은 수평적 확대), 그리고 여러 프로젝트를 하나의 큰 프로그램 안에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냄으로써 성취할 수 있는 확장(Scaling up)(혹은 수직적 확대, 이는 전통적 확대 방식을 요즘 시대에 맞게 업그레이드한 것이라 할수 있다.)이 그것이다. 이는 소규모 프로젝트 혹은 조직들과 비슷하거나 상호 보완적인 다른 조직들과 수평적으로 연결시키고,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다른 종류의 조직들을 수직적으로 연결시킴으로써 이룰 수 있다. 


확산 전략으로서의 복제

 

** 밀라노의 공동 주거 이니셔티브, 베를린의 카셰어링, 뉴욕의 농부시장, 중국의 공동체지원농업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협동적 조직 사례는 그 자체 그대로 복제될 수 없다. 각 이니셔티브가 특정 환경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고, 많은 부분이 창안한 사람의 개인적 자질과 노력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사례들은 기본적으로 어떤 아이디어(공동주거, 카셰어링, 농부 시장, 공동체지원이라는 아이디어)를 구현한 것이다. 그 아이디어에는 해당 이니셔티브가 생겨난 이유와 성취 목표, 그리고 작동 방식(가령 시스템의 구조)에 대한 윤곽이 있다.

그러므로 협동적 조직들을 어떻게 복제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이 아이디어를 어떻게 확산시킬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다양한 사람들이 그 아이디어를 인식하고 받아들여 자신들의 환경에 맞게 적용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의다. 

 

** 아이디어의 전파와 네트워크 효과

 

오늘날 협동적 조직에 관한 아이디어는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갈 뿐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효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 첫째는 유망한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전파할 수 있고, 무엇보다 그런 아이디어를 알아보고 실현할 수 있는(감수성, 디자인 역량과 기술, 기업가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에서) 전문성을 갖춘 사용자 수의 증가다. 네트워크의 노드에 이런 주체들이 존재함으로써 아이디어의 확산과 협동적 조직의 복제가 쉽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 

 

⒝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의 중요성.

일반적으로 네트워크 효과는 해당 네트워크에 추가되는 각각의 새로운 노드(즉 협동적 조직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다른 노드(다른 협동적 조직들) 모두에게 이득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모든 새로운 협동적 조직들이 각각이 지닌 개별적 힘보다 훨씬 더 많이, 전반적인 아이디어를 강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넓은 의미에서 네트워크 효과는 모든 협동적 조직에 해당된다. 협동적 조직의 아이디어가 새로운 프로젝트로 실현될 때마다 공동의 비전이 강화되고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면서, 일종의 문화적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한다. 이는 굉장히 중요한 점이다. 관심 있는 협동적 조직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한 예측은 잠재적 참여자들이 여기에 참여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하나 실현될 때마다 성공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공고해지고 다른 사람들도 참여할 가능성을 키워준다. 즉 자기 실현적 예언처럼 작동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믿기 때문에 가능성으로 존재하던 미래가 실제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 네트워크 효과

네트워크 효과는 시스템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면 다른 사용자들이 느끼는 가치가 직접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대표적인 예가 전화다.

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날수록, 전화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이 받는 혜택은 더욱 커진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상에서 네트워크 효과는 범위도 넓어지고 중요성도 커진다. 사용자의 수가 늘어날수록 더 유용해지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가 좋은 예이다.

사용자끼리 도움을 주고받거나 필요한 물건을 교환하는 플랫폼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주택 교환(house eschange)'(휴가 기간 동안 가보고 싶은 지역에 사는 회원의 집을 빌리는 대신 해당 회원에게 자신의 집을 제공하는 회원제 서비스)이나 품앗이, 자동차 공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플랫폼이 이에 속한다. 

 

넓은 의미에서, 네트워크 효과는 모든 협동적 조직에서 발생한다고 말할 수 있다. 카셰어링, 공동 주택, 농부시장이라는 아이디어가 새롭게 적용될 때마다 그 하나하나의 사례가 전체적인 생태계를 좀 더 유리하게 만들어준다.(제도나 정책의 측면에서, 그리고 관련 제품이나 서비스의 측면에서 역시 그러하다) 더욱이 각각의 프로젝트가 해당 아이디어 자체를 강화하고 참여자(그리고 참여할지도 모를 사람들)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데 영향을 미친다.

 

 

** 공동체를 위한 툴키트

공동체 중심의 툴키트는 협동적 조직의 어던 아이디어가 가진 가치를 알아채고 자신이 속한 환경에 맞게 변형시킴으로써 적용하고자 하는 다양한 집단의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복제가 가능한 역량 강화형 솔루션이다. 

ex) 미국의 소아 비만 예방 문제에서부터 아프리카의 말라리아 예방에 이르기까지 공중 보건을 위한 툴키트, 그리고 DIY 개발(가령 공동체 전력 시스템이나 수자원 관리) 툴키트들이 그러하다.

 

이런 사례들이 보여주듯이 ,툴키트는 명확하게 규정된 타깃 사용자들의 실제 역량과 동기를 감안해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신중하게 디자인되어야 한다. 역량 강화형 솔루션에 관한 모든 사항이 툴키트에서도 적용되는데, 하나 추가되어야 할 점은 툴키트는 그 자체로 복제 가능하고 다른 추가 요소 없이도 사용 가능한 형태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는 타깃 사용자 그룹에 속하는 누구나 사용하기 쉽고 추가적 지원 없이도 사용 가능해야 함을 의미한다.

 

 

** 툴키트를 활용한 전략의 강점과 약점

이는 누구나 사용하게 될 동구라는 점과 관련되어 있다.

툴키트의 장점은 제대로 홍보되고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다면, 수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같은 이유로 약점이 생겨나는데, 툴키트를 이용하는 사람이 혼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점(혹은 툴키트 자체에 담겨 있는 전문 지식만 활용할 수 있다는점)이다.

 

툴키트 전략을 사용한다는 것은 사용자들이 이미 의욕에 차 있고 툴키트가 지닌 가능성을 믿고 있음을 가정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툴키트 활용에 필요한 지식이 부족해서 툴키트를 잘못 사용하거나, 사용자의 의욕이 부족해서 툴키트를 사용하지 않고 방치해둘 위험이 있다. 

 

이런 점은 다음과 같은 좀 더 일반적인 문제로 이어진다.

ⓐ 툴키트 전략에 깔려 있는 '역량 개발'이라는 목표는 한 가지 방식의 디자인 노력으로 다루기는 어렵다는 문제다. 툴키트를 보급하는 풀뿌리식 접근법만으로는 사람들과 공동체의 역량을 키울 수 없다는 의미다.  여러 전략을 바탕으로, 다양한 종류의 디자인 노력을 함께 시도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 툴키트는 좀 더 거시적인 서비스와 커뮤니케이션 도구의 세트 중 일부여야 한다. 툴키트의 적절한 사용을 촉진할 뿐 아니라 사용자들이 툴키트를 사용하도록 의욕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툴키트가 이런 폭넓은 서비스와 커뮤니케이션의 일부로 관리될 때, 우리는 순순한 툴키트 전략에서 프랜차이징, 혹은 좀 더 정확한 사회적 프랜차이징(social franchising)이라 불리는 전략으로 나아가게 된다.

 

 

** 사회적 프렌차이징

사회적 프랜차이징이란 사회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프랜차이즈 시스템의 원칙을 적용하는 일을 말한다. 유망한 협동적 조직들을 복제해 확산시키려는 목표와 관련짓자면, 사회적 프랜차이징은 특정단체(프랜차이즈 본부)가 지역 단위의 여러 운영자(가맹점들)에게 협동적 조직의 아이디어와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관리하는 과정(이는 툴키트가 하는 일과 같다고 볼 수 있다)을 제공하는 복제 전략이다. 

ex) 타이즈(Tyze)

타이즈는 돌봐줄 누군가가 필요한 사람(가령 심각한 병을 앓고 있는 환자, 노인, 장애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친척, 친구, 이웃(혼자 전담해서 돌볼 수는 없지만 힘이 닿는 한 도움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자 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이 아이디어를 홍보하고 실천 가능성을 알리기 위해 타이즈는 잠재적 사용자들에게 이를 위해 개발된 소프트웨어와 사용 설명(사실상 툴키트)을 제공한다. 여기에는 이 돌봄 네트워크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또록 필요한 경우 제공되는 부가적인 지원 서비스, 그리고 신뢰감을 형성해줄 브랜드의 활용이 포함되어 있다.          

 
확장 전략으로서의 연계

 

 

** 수평적 그리고 수직적 연계

연계 전략에 기반한 대규모 프로젝트는 비슷한 구조를 보여준다. 하나의 프레임워크 프로젝트로 촉발, 조율되고 시너지 효과를 내는 다수의 지역 프로젝트가 존재하게 되는데, 지역 프로젝트들은 지역적 상황의 특수성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구체적 성과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지역 내 물리적 사회적 자원들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독립적인 프로젝트다.

 

프레임워크프로젝트는 디자인과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로, 여기에는 여러 지역 프로젝트에 일관성 있는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시나리오, 시나리오를 실현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전략, 지역 프로젝트들을 시스템화하고 힘을 실어주고 전체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특정 지원 활동이 포함된다. 

 

연계 전략은 본질적으로 굉장히 유연하고, 규모를 키울 수 있으며, 시대에 맞게 변할 수 있는 대규모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전략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처럼 격동의 시기에 그리고 지역 시스템 혹은 거대 기관이 참여할 때 특히 적합한다.

 

연계전략은 프로젝트에 의한 계획(planning by projects)이라고도 불린다.



8 지역화와 개방화

 

** 사람들은 사회적 공간과 물리적 공간에서 동시에 살아간다. 따라서 사람들의 상호작용 역시 이 두 공간에서 일어난다. 사회적 공간에서 사람들은 사회적 형태를 만들어내고, 물리적 공간에서는 장소를 만들어낸다. 이 둘이 합쳐져 사회가 만들어지고, 사회가 공종하는 환경이자 사회의 영향을 받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사회혁신, 그리고 사회혁신이 만들어내는 협동적 조직들에 대한 논의는 장소의 형성과 장소의 새로운 생태계에 대한 논의와 연결된다. 따라서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은 지금까지 논의한 것 이외의 또 다른 차원, 즉 장소 만들기(place making)라는 차원을 포함한다.

 

 

** 장소와 공동체

ex) 콜티반도(Coltivando) 프로젝트

밀라노공과대학 디자인학과 교수와 학생들로 구성된 디자인 팀의 적극적인 역할과 지역 주민의 활발하고 협동적인 참여 덕분에 콜티반도 프로젝트는 의미 있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냈다. 이 프로젝트의 결과, 주민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없던 공간은 의미 있는 공간, 즉 장소로 변화했다. 

콜티반도는 밀라노공과대학의 보비자 캠퍼스 내에 조성된 공동체 텃밭이다. 디자인팀은 지역 주민과 공동체 텃밭을 함께 다자인하기 위해 여러 차례 워크숍을 주최했고, 처음 두 차례의 공동 디자인 작업이 끝날 무렵에는 여든 명이 넘는 지역 주민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 후 텃밭 만들기가 시작되었고, 점차 텃밭 공동체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곧이어 주말마다 참여자들이 함께 텃밭을 가꾸고, 동시에 공동체의 관계를 돈독히하는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텃밭과 공동체를 모두 키워가기 위해 공동 디자인 작업이 계속되어야 했다. 이 프로젝트의 리더 중 한 명인 다비데 파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제 콜티반도는 주민들이 여가 시간을 즐기는 장소이자 자신들이 먹을 채소와 과일을 재배하는 장소, 그리고 세미나, 학교 방문, 기타 학습 활동 등 부가 활동을 통해 사회적 경험을 풍부히 하는 곳이다."

 

 

** 장소와 회복력

회복력(resilience)이란,

한 시시틈에 스트레스나 국소적 실패 상황이 생길 때 시스템 전체가 붕괴하지 않고 이를 헤쳐나가는 능력이라고 규정된다. 따라서 회복력은 우리가 생각해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지속가능한 사회의 전체조건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 사회가 지속가능하려면 그 사회가 직면하게 될 위험화 스트레스, 실패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을 겪으면서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회복력 있는 사회'라는 표현은 '지속가능한 사회'의 동의어가 아니다.

회복력은 기술적인 전제조건을 가리키는 말에 가깝다. 이 같은 조건이 갖추어질 때, 서로 다른 사회적 문화적 특성을 지닌 여러 회복력 있는 사회들이 존재할 수 있다. 더 중요한 점은, 현재의 사회기술 시스템이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이를 회복력 있는 시스템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은 시스템 모델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현재의 모델을 좀 더 유연하게 만든다는 의미에서 '회복력'과 반대되는 생각이다. 

 

 

** 두 가지 상반된 방향

지난 세기부터 이어딘 주류의 흐름과 우리가 여기서 다루고 있는 새로운 흐름이 공종하면서 서로 경재하고 있다. 

ⓐ 대량생산 공장, 수직적 시스템 구조, 과정의 획일화와 단순화 같은 20세기의 거대한 공룡이다.

; 이들은 새로운 터전은 만들지 않으면서 기존의 터전을 파괴하고 있다. 그 결과 생물학적, 사회 문화적 다양성을 감소하고, 이 때문에 일어나는 전반적인 자연환경과 사회 문화적 환경의 사막화로 전체 시스템의 취약성을 커진다.

ⓑ 반면 그 반대 방향(가볍고 유연한, 상황에 적합한 분산형 시스템)으로 나아가고 있는, 새롭게 등장한 세계 속 작고 서로 연결되어 있는 존재들도 발견할 수 있다.

 

 

** 새로운 지역 생태계

각자의 행동에 대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시선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지속가능성'이라는 문제를 다룰 때, 그리고 (인간에게 특별히 쓸모 없어 보이는 부분일지라도) 생태계의 모든 측면이 고려되어야 함을 인식할 때, 그리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시간의 범위를 넘어선 먼 훗날까지 고려하고자 할 때, 이런 시각은 특히 중요하다. 요약하자면 지구란 우리가 사용할 것이 아니라 존중하고 보호해야 할 생태계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 이런 시각은 필수 불가결하다. 그러므로 지역에 대해 다룰 때 사회기술 시스템의 복잡하고 생태계적인 특성뿐 아니라 지역의 역사, 정체성, 수명 역시 고려되어야 한다. 

 

더욱이 어떤 장소가 고유한 정체성과 역사를 지닌 공간이라면, 지역의 존재는 이를 형성해왔고 인정하는 공동체의 존재와 분리될 수 없다. 따라서 지역의 존재와 퀄리티, 그리고 그 속에 살고 있고 살아감으로써 장소를 만들어내고 살아 숨 쉬고 만드는 공동체의 존재와 퀄리티, 이 둘 사이에는 긴밀한 관계가 존재한다.

 

협동적 조직이 장소 만들기의 주체로 활동할 때, 협동적 조직은 좀 더 살기 좋은 장소를 만들 뿐 아니라 그들이 속한 도시나 지역의 지역 생태계를 개선하는 데도 기여한다고 할 수 있다.        

 
장소 만들기
장소와 회복력

 

** 미시적 프로젝트들을 통한 거시적 기획

비전은 미시적 차원의 장소들을 거시적 차원의 사회기술 생태계로 통합한다. 이런 방식의 접근법을 미시적 프로젝트를 통한 거시적 기획(planning by projects)이라 부를 수 있다.

ex) 도트07(Design of the Time 2007. ott07)

이 프로그램의 디렉터인 존 타카라는 이 프로그램을 이렇게 소개한다.

"일 년간 영국 북동부 지역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 프로젝트와 행사, 전시가 진행된 도트07은 지속가능한 지역의 삶이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그런 삶에 도달하기 위해 디자인이 어떻게 기여할수 있는지를 탐색했다. ㆍㆍㆍ 이 프로그램의 초점은 풀뿌리 공동체 프로젝트에 있었다."

 

2010년에 진행된 유사한 프로그램 도트콘월(Dott Cornwall)과 마찬가지로, 도트07은 여기서 소개한 방식으로 전문 디자인 능력을 사용하기 시작한, 다시 말해 지역 전체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목표로 다수의 지역 프로젝트를 추진한 초기 사례 중 하나다.

 

이후 세계 곳곳에서 진행된 다른 여러 프로젝트에서 전문 디자인이 비슷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 빈민가의 생활 환경개선

⒝ 좀 더 안전한 사회 만들기

⒞ 새로운 분산형 인프라 구축

⒟ 지속가능한 지역 개발 추진

위와 같은 다양한 주제로 전문 디자인이 활용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서로 다른 문제를 다루는 각기 다른 규모의 디자인 프로젝트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지역을 '장소들로 이루어진 생태계'로 여기고 이 장소들의 다양성,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능력, 장소 간의 긴밀한 연결 관계 등을 키움으로써 새로운 지역 생태계에 기여하는 지역 프로젝트들을 추진한다는 점이다.

 

 

** 두 가지 사례

새로운 지역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디자인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 이탈리아에서 진행된 디자인 프로젝트 사례인 '피딩밀란:에너지포체인지(Feeding Milan:Energy for change)'

; 이 프로젝트는 밀라노 도심에 살고 있는 시민과 밀라노 남부 외곽에 외치한 농업공원을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 실행 연구(action research) 프로젝트이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이 프로젝트는 다목적 농장을 육성하고, 직거래 서비스를 통해 생산에서 소비까지 먹을거리의 경로를 단축하며, 협동적 방식으로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관행을 도입하고, 도시민에게 먹을거리를 구입하는 새로운 방식을 장려하고, 새로운 종류의 직역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새로운 지역 생태계를 촉진하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의 디자인 파트 책임자인 안나 메로니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프로젝트는 지속간으한 식품 유역(foodshed)(인근도시나 마을에 먹을거리를 공급하는 지역)을 형성함으로써 지역 생태계를 개발하고자 하는 한 공동체의 노력이라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프로젝트는 다양한 활동 모델과 작업 방식을 실험하는 플랫폼이다.

 

이 프로젝트의 디자인 과정은 해당 지역에 존재하는 사회, 문화, 경제적 자원을 파악하고, 좋은 사례를 수집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이를 토대로, 참여자가 공유하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비전이 세워졌다. 농업이 번창하고, 도시민에게 필요한 먹을거리를 공급하는 동시에 도시민이 농장 및 자연과 관계된 활동을 즐길 수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도시와 농촌 지역에 대한 비전이 그것이다.

 

ⓑ 디자인하베스트(Design Harvest) 프로젝트

; 디자인 프로젝트 사례로 중국 상하이 총밍(chongming)섬에서 진행된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도시와 시골에 존재하는 자원과 기회를 통합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개발을 추진하기 위한 상향식 전략을 실험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한 루용치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프로젝트는 중국 시골 지역의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아이디어를 촉진시키는 새로운 수단으로 디자인을 활용하고자 한다. 여러 분야의 팀이 모여 협업함으로써 향후 수십 년간 총밍과 총밍 주민의 미래를 개선하는 방법에 대한 지식을 생산하고 있다."

 

이 경우 역시 마찬가지로 디자인 프로세스는 지역에 있는 쓸 만한 자원을 파악하는 일, 그리고 시골과 도시 간의 새로운 관계에 대한 전반적인 비전에서 시작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삼아 콘셉트 개발과 시나리오 구축, 지역 주민과의 대화, 먹을거리 생산과 유통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 실험 및 프로토타입 제작, 지역 수공예, 관광 서비스, 기반 시설과 사업 강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디자인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 두 사례가 주는 교훈

두 프로젝트 모두에서 지역 계획(territorial planning)의 한 형태인 열린 공동 디자인 과정(open co-design process)이 시작되었다는 점이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사례 모두 사회적 촉매제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는데, 이 프로그램은 원래 프로젝트 참여자뿐 아니라 그 외의 다양한 주체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도 기여할 수 있는 폭넓은 공동 디자인과정을 촉발한다. 

 

예를들어 시안차오 마을에서는 디자인팀이 아닌 다른 주체가 시작한 자발적인 프로젝트가 원래 디자인팀이 제안한 전체적인 방향과 어울려 진행되고 있다. 밀라노 남부 농업공원의 경우도 피딩밀란 프로젝트가 공식적으로 끝난 이후에도 프로젝트가 추구하던 방향과 일맥상통하는 활동들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두 프로젝트에서 진행된 디자인 프로젝트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풍성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특정 문제(현실적 문제 혹은 문화적 문제)의 해결에 초점을 맞춘 특정 프로젝트에서부터 다양한 프로젝트를 한 방향으로 조율하고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프레임워크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프로젝트는 다양한 능력, 특히 디자인 능력을 필요로 한다.

 

가령,

⒜ 공동의 비전을 중심으로 여러 주체가 통합하도록 이끄는 시나리오디자인

⒝ 이 비전을 실제 실행 가능한 프로젝트로 조직하는 전략 디자인

⒞ 서비스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상호작용을 디자인하는 서비스 디자인

⒟ 프로젝트 전 과정에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과 홍보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이 필요하다.

또한 두 사례 모두 이런 다양한 활동이 비교적 독자적으로 진행되면서도 하나의 큰 흐름 속에 공존한다는 점에 주목할 수 있다. 이 과정을 '사회혁신 여정(social innovation journey)이라 일컬으며 "(사회혁신 여정은) 점차적으로 공동체의 참여를 이끌고, 공동체가 사회혁신을 시작하고 이를 구현해보도록 돕는, 순서없는 여러 단계와 활동" 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여정에서 "디자이너의 역할과 퇴자 전략은 분명애햐 한다" 다시 말해, 디자인의 역할과 디자인 작업의 결과물은 사회혁신 여정의 모든 단계에서 분명하게 규정되어야 한다. 특히 디자인 팀의 경우 사회혁신 여정은 궁극적으로 프로젝트의 전권과 결과물을 이해당사자들의 손에 넘겨주면서 끝을 맺어야 한다.

 

두 사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공통점은 디자인 팀이 프로젝트 전 과정에서 촉진자의 역할과 디자인 활동가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다는 점이다. 물론 디자이너가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이나 어느 쪽에 더 무게가 실렸는가는 두 프로젝트의 환경적 차이에 달렸다.

 

** 미시적 프로젝트들을 통한 거시적 기획은 광범위하면서도 유연한 프로그램을 고안하고 개발하는 일을 가능케해주는, 기획의 한 형태이다. 지역 생태계를 개선하기 위해 설계된 이런 방식의 기획은 세월이 흐르면서 확장 가능하며 상황에 따라 변형 가능하다.

 

 

** 기획자와 디자이너

지역 생태계를 위한 프로젝트의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는 일은 전문 디자이너에게 여전히 새로운 일이다.(과거에는 디자이너의 업무가 장소 개념과 무관한 경향이 있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볼 때, 기획 과정에서 디자이너와 다른 참여자, 특히 기획자와의 관계를 명확히 하는 일이 유용할 수 있다. 즉, 기획자와 디자이너는 그들이 지닌 차이점에도 최근 여러 사례에서 비슷한 프로젝트 그리고 유사한 접근 방식을 향해 모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큰 규모의 대상을 다루던 기획자는 작은 부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장소와 장소에 살아가는 공동체에서 싯작하는 방향으로 작업을 재정립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전통적으로 작은 규모의 대상, 그리고 장소와 무관한 듯 보이는 프로젝트를 다루던 디자인 전문가는 점차 장소만들기 과정에 참여하고 결과적으로 광범위한 지역의 변화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사회기술적 혁신이 디자인에 미친 영향과 그것으로 생겨나는 뿌리 깊은 변화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

 

디자인, 특히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이 이런 새로운 양상의 도시 디자인과 지역 디자인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디자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특별한 기여는 디자인이 채택하는 '관점'이다.

 

디자인은 사람들과 공동체의 눈을 통해 장소, 그리고 나아가 도시와 지역을 바라본다.(이는 인간 중심적 접근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사회혁신가로 활동하고 있거나 활동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 그들의 관심사와 사회 전체의 관심사, 나아가 지구 전체의 관심사를 연결하는 데 특히 주목한다.

 

이런 사람들은 다시 말해 새로운 개념의 웰빙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한 사람들(혹은 그럴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다. 새로운 개념의 웰빙, 즉 지속가능한 웰빙 개념은 이 책에 소개된 여러 사회혁신 사례에ㅐ서 보여지듯이 우리를 둘러싼 환경의 퀄리티, 그러므로 장소와 지역 전체의 퀄리티와 연결되어 있다. 

 

       

세계주의적 지역주의

 

 

** 퇴행적 지역주의(regressive localism)

폐쇄적 공동체가 만들어내는 퇴행적 지역주의는 '타인'을 향해 경계선을 긋고 벽을 쌓는 데 몰두한다. 

이런 위험에 맞서 어떻게 하면 지역을 재생하면서도 퇴행적 지역주의(그리고 이런 지역주의가 만들어낼 사회적 재앙)의 덫에 빠지지 않는 지역주의를 제안할 수 있을까?

이 경우에도 역시 사회혁신과 협동적 조직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해준다. 그들이 보여주는 지역 지향적 프로젝트는 특정 장소와 공동체에 뿌리내리는 것과 아이디어, 정보, 사람들의 국제적인 흐름에 열려 있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지역'개념을 생산하고 있다.

 

** 장소와 공동체의 퀄리티에 기반한 웰빙의 개념을 통해 사회혀ㄱ신이 제시하는 것은 새로운 문화의 씨앗이라고 생각한다. 혹은 다양한 문화가 꽃필 수 있는 토양을 위한 메타 문화의 씨앗이라면 더 좋다. 볼프강 작스의 표현을 빌려 나는 이를 '세계주의적 지역주의'라 부른다. 이는 장소와 공동체가 특정 지역에 고립된 존재들이 아니라 다양한 네트워크 속 노드가 되는 사회의 문화다. 이런 장소와 공동체들 속에서 단거리 네트워크는 지역의 사회 경제적 구조를 생산하고 재생하는 한편, 장거리 네트워크는 특정 장소와 주민 공동체를 지구의 다른 부분들과 연결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지구 전체의 전반적 생태계에 다양성을 가져다주는 것, 우리와 앞으로의 세대가 잘 살아갈 회복력 있는 지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이런 장소들과 공동체라는 점이다. 

 

작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결국, 다양성은 장소에서만 생겨난다. 사람들이 현재를 그들 고유의 역사로 엮어나가는 곳은 장소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문화를 위한 디자인
이것은 결론이 아니다

 

끔직하지 않은 방식으로 지속가능성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세 가지 경우를 상상해볼 수 있다.

ⓐ 사람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행동을 바로잡을 수밖에 없도록 법률이 생겨서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다.

ⓑ 외부의 강압 없이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해서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다.

ⓒ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이 모두에게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서 사람들이 스스로 행동을 바꾸어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다.

 

ⓐ의 경우, 이런 법률을 만들고 시행하는 데 입법가와 경찰의 역할이 필요하다.

ⓑ의 경우, 모든 사람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이 경우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의 역할을 한다)

ⓒ의 경우, 모든 개개인이 스스로 생각하는 웰빙의 개념을 따르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행동해야 한다.(그러려면 이런 식의 행동이 당연하게 여겨지도록 만드는 문화가 피요하다)

 

현실은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계속 이 세 가지 경우의 혼합일 것이다. 만약 ⓐ의 방식이 주류를 이룬다면, 우리는 슬프고 억압적인 방식으로 지속가능성을 향해 나아가게 될 것이다. 

이 책이 주로 다루고 있는 ⓑ의 방식은 좋든 싫든 우리가 매일 일상 속에서 어려운 선택(우리와 사회, 그리고 지구 모두에게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함을 암시한다. 전문 디자인은 여기에 필요한 끊임없는 공동 디자인 과정을 지원함으로써 이런 고군분투를 덜 힘들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의 방식은 한결 가벼운 방법이다. 사람들이 웰빙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을 따르고, 스스로를 위해. 사회를 위해, 그리고 지구를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존재하기는 할까? 이런 일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는게 현실적일까?

 

사람들의 개인적 이익이 사회의 이익, 그리고 지구의 이익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은 이상적인 생각처럼 보일 수 있다. 부분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과거 많은 사회가 관습, 믿음, 터부 등을 통해 개인이 사실상 전체 집단의 단기적 그리고 장기적 이익에 부합하는 행동을 선택하도록 이끄는 행동 규범을 지녔다. 오늘날 이와 유사한 무언가를 제안할 수 있을까? 물론 이는 과거 시대처럼 맹목적인 믿음이나 터부로 돌아간다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행동의 변화는 개인의 자율적 선택의 결과다. 그러므로 새로운 종류의 관습이 필요하다. 사람들 그리고 공동체가 일상 생활속에서 내리는 선택의 토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받아들이기로 선택 할 수 있는)자발적 관습 말이다.

 

이런 관습은 광범위한 사회적 학습의 과정 속에서 생겨나는 대화적 관습이기도 하다.

 

이런 관습을 만들 사회적 학습 과정은 분명 디자인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 자양분을 공급하고, 도움을 줄 수는 있다. 적절한 디자인 문화를 발전, 확산시킴으로써 전문 디자인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전문 디자인은 시나리오와 새로운 의미의 웰빙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구체화할 수 있는 적절한 디자인 문화의 개발과 확산을 통해 새로운 문화에 자양분을 공급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이런 문화를 성취해낸다면, 이 문화는 모든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느끼는 웰빙과 지속가능성을 좀 더 쉽고 부담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통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전문 디자인은 두 가지 차원에서 작동한다.

한편으로는 하루하루 각각의 이슈에 대해 사회 주체들이 지속적인 공동 디자인 과정을 계속해나가도록 지탱해준다. 우리 모두가 이 공동 디자인 과정에 포함되어 있다. 또 한편으로 전문 디자인은 새로운 개념의 웰빙이라는 아이디어가 녹아 있는 이미지와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 운용자로 작동한다.

 

이 책은 이 둘 중 주로 첫째에 기여하고자 쓴 책이다. 둘째 차원의 경우, 우리는 이제 막 발걸음을 떼었다. 나와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ㆍㆍㆍ.

 

 

 

 

[블로그지기의 서평]

처음 이 책을 집중해서 일(一)독하고 또 블로그에 책의 내용과 서평을 남기기 위해 표시한 부분 중점으로 이(二)독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모르겠다. 그 정도로 디자인을 전공한 나에게도 어려운 내용이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 책의 중점은, 앞으로는 필연적으로 '모두가 디자인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거다. 지구의 자원은 무한하지 않고 유한하다. 하지만 전세계인들은 그 사실을 마치 모르는 사람인 양 모든 자원을 과소비하고 있다. 또한 하루가 머다하고 터지는 자연적 사건사고에서 부터 사회적 사건사고까지 병들어 있지 않은 곳이 없다. 앞으로는 지금처럼 무한한 듯 자원을 낭비하다간 내 다음 세대가 아니라 당장 나부터 불편과 위험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또한 사회 깊숙한 곳까지 병들어 있는 근본적 사회문제들도 더이상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나만 아니면 되라는 태도로 넘기지 못할 것이다.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돌고 돌아 결국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광범위한 네트워크 시대를 넘어 이제는 4차 산업혁명을 겪고 있는 우리는, 나 혼자만 잘 먹고 잘 살면 문제없는 시대를 지나 협업하지 않으면, 네트워킹하지 않으면, 새로운 혁신을 디자인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로 넘어왔다. 보편적 디자이너부터 전문적 디자이너를 비롯하여 정치가까지 각 사회 주체들이 함께 포함된 공동디자인 과정을 문제사항 앞에서 이룩해 나가야 할 것이다.

 

나부터가 참 고민이 많다. 시각디자인과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내가 사회혁신가로서 사회 각처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만연해 있는 사회, 경제적 문제들을 어떤 전문디자인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하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관련 섹터들이 많이 생기고 전문디자이너는 물론 일반인들도 보편적 디자이너로서 참여하여 연합조직을 쉴세 없이 만들어가고 또 관련 문제를 쉴세 없이 풀어나가며 보람과 재미를 공유하고 싶다.

 

 

 

 

구입하여 줄을 그어가며 정독해야 할 책!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