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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관련/디자인 컨설팅 기업 (외국)

기업 종류_002. 한국의 빅 프로젝트 수행한 외국디자이너, Coaporate Identity

by '오지연' 2016.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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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빅 프로젝트 수행한 외국디자이너, Coaporate Identity

2008년 5월 27일 작성됨

 

 

1975년에 등장한 국내 첫 자동차 독자 모델인 '포니'는 자동차 디자인계의 세계적 거장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손에서 탄생했다.

1993년,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단행한 CI 리뉴얼 작업도 L&M이라는 외국계 디자인 회사에서 진행했다. 이 성공적인 세계 데뷔 사례는 이후 LG, CJ등 내로라하는 굵직한 대기업이 줄줄이 CI를 교체하게 되는 동인이 된다.

현재 서울 시내 중심부의 스카이라인을 따라가다 보면 SOMKPF라는 두 해외 건축설계사무소가 설계한 건물과 작가주의적 성향을 지닌 해외 건축가의 랜드마크가 여기 저기 눈에 띈다. 자본력이 막강한 대기업일수록 처음에는 디자인력을 포함한 기술 유입 차원에서 해외 디자인 회사와 디자이너를 선호했다. 그리고 여전히 선호한다. 이용하기까지 한다. 서울시가 '명품 건축'이라는 미명하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에 '자하 하디드'의 설계안을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럼 이쯤에서 한번 짚고 넘어가보자. 과연 그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해외 스타 디자이너 모셔오기는 촌스러운 사대주의인가, 아니면 그들이 축적한 디자인 노하우에 대한 존중인가? 이번 특집에서 한국에서 누가 무엇을 했는지 살펴보았다.

 

[식음료 기업과 패키지 시장에서 특히 강세를 보이는 : 그립고베]

 

한국 기업 중에서 데그림고베가 디자인한 CI중 가장 규모가 크고 유명했던 것은 CJ의 사례일 것이다. 이전까지 국내 대기업의 CI는 대개 미국 회사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프랑스 회사인 데그립고베가 CJ의 CI를 맡은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이는 CJ가 본래 '제일제당'에서 출발한 식품 관련 기업으로 시작했으며, 사업 영역의 확장 또한 홈쇼핑이나 영화, 방송 등 엔터테인먼트성이 강하고 소비자들에게 친근감을 주는 것이 중요한 브랜드로 이미지를 확장한 배경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CJ는 딱딱한 비즈니스만을 하는 기업이 되기보다는 '생활 문화기업'을 지향해 소비자들에게 건강, 줄거움, 편리를 제공하는 곳이란 기업 이밎를 부각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CJ이외에도 데그립고베에 CI디자인을 의뢰한 한국 기업으로는 유니베라, 동원로엑스 등이 있다. 주로 식음료쪽에 집중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는데, 이는 식음료 분야의 산업이 다른 산업 분야에 비해 감성적으로 접근할 여지가 많고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선호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한 가지 데그립고베가 국내에서 CI,BI 디자인 이상으로 강세를 보이는 분야는 패키지 디자인이다.

데그립고베가 디자인한 패키지 중 가장 유명하고 성공적인 것 중 하나는 2000년의 칠성사이다 패키지 리뉴얼일 것이다. 사실 칠성사이다는 한국의 자생 브랜드이고, 어떤 의미로는 한국의 전통을 담고 있는 브랜드이다. 하지만 다시 칠성사이다는 조금씩 '낡은 이미지의 브랜드'로 굳어져가고 있었다. 물론 3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는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상품으로 여전히 선호도가 높은 상태였지만, 실제 탄산음료의 주된 소비자층이 10대에서 20대에 집중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좀 더 젊고 신선한 감각을 더 할 필요가 있었다.

데그립고베로서 칠성사이다 패키지는 한국의 클라이언트를 위한 프로젝트 중 처음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첫 단계의 크리에이티브 작업부터 파리, 도쿄, 뉴욕에서 동시에 진행되었다.

데그립고베는 1971년 파리에서 조엘 데그립이 설립한 37년이라는 짧지 않은 역사를 지닌 회사이다. 1985년에는 마크 고베가 뉴욕에 사무실을 열면서 본격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여, 현재는 파리, 뉴욕, 브뤼셀, 도쿄, 홍콩, 상하이, 서울에 지사를 두고 있다. 본래는 광고와 매장을 디자인하는 것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찌만, 지금은 브랜드 전략가, 그래픽 디자이너, 인터랙티브 디자이너, 저술가, 건축가, 산업 디자이너 등을 거느린 종합적인 디자인 회사로 성장했다. 국내 지사는 1994년 도쿄 지사의 영업소로 시작해, 2003년에 정식으로 하나의 법인체로 독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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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김승옥(데그립고베 한국지사장)

"좋은 디자인을 위해선 먼저 클라이언트 자신의 요구가 명확해야 한다."

Q. 데그립고베가 강조하는 감성 마케팅은 무엇인가?

A. 데그립고베가 초기에 작업했던 디자인 중 향수 용기와 그래픽 디자인이 있었다. 이러한 럭셔리 브랜드, 화장품, 패션 등의 분야는 합리적인 금전적 계산보다 소비자의 감성에 소구해야 한다. 이런 제품을 많이 했기 때문에 감성적인 디자인에 강세를 보이지 않았나 싶다. 다른 한편으로는 유럽, 그중에서도 특히 라틴 문화권에 속하는 프랑스의 특징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유럽의 디자인 회사는 형상이나 컬러의 활용에서 미국 회사에 비해 좀 더 자유로운 느낌이 있다.

Q. 프랑스 본사와 국내 클라이언트의 입장을 조율하는 데 어려은 점은 없었나?

A. 한국의 문화는 융통성이 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애매한 것도 많다. 예를들어 서구의 회사들은 계약서에 프레젠테이션을 3회 하기로 되어있다면 더도 덜도 아니고 3회의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만약 클라이언트가 나중에 추가 프레젠테이션을 필요로 하면 그에 대한 추가 비용을 청구하게 되는 것에서 한국의 문화와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또 한국 클라이언트는 자신들이 먼저 어떤 디자인을 원하는지, 기존 브랜드의 가치는 무엇인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부족하다. 우리가 한국에서 일을 하므로 모든 기준을 한국에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본사에 이해시키는 것이 고충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동시에 한국 클라이언트의 문제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국 클라이언트에게는 어떤 콘셉트의 디자인을 원하는 것인지 좀 더 분명한 사전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 그리고 사전에 맺은 계약을 준수하는 태도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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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기업 CI 리뉴얼 바람을 일으킨 : 리핀컷 머서]

SK의 CI가 지금의 모습으로 바뀐 것은 2005년이다. 제법 눈에 익숙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에 비해 의외로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가 위화감 없이 받아들이고 친금감을 받는 CI라는 의미일 것이고, 이 리뉴얼을 단행한 리핀컷 머서의 역량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SK그룹이 워낙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선도하는 대기업이기 때문에 노출 빈도가 많아서 그렇게 느껴지는 점 또한 있겠지만 말이다.

기존의 SK의 CI가 상당히 딱딱하고 중화학공업 업체라는 인상이 강했던 것에 비해, 연 혹은 나비를 연상시키는 '행복 날개'를 형상화한 지금의 CI는 상당히 감성적인 느낌으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리피컨 머서는 SK의 CI를 리뉴얼하기 전, 이미 1993년에 또 한나의 한국 최대 규모 기업인 삼성 CI를 리뉴얼한 바 있다. SK의 CI가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데 비해, 삼성의 CI는 상당히 이성적이고 차갑기까지 한 느낌을 주는 것은 대조적이다. 삼성 CI는 외국 아이덴티티 회사들이 본격적으로 한국에 진출하는 신호탄으로서의 의미도 있었다.

삼성이 외국 회사에 맡겨 CI를 교체한 것은 글로벌화가 시급하다는 절박한 위기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후 글로벌화에 초점을 맞춘 대기업들이 연달아 CI 리뉴얼을 단행했고 국내 전문회사에 맡긴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아무튼 당시 대기업의 촌스럽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지 않았던 CI가 세련되게 바뀐 것만은 긍정적으로 펴악된다. 단지 그것을 한국의 전문회사가 할 수 없었을까 하는 의문이 남긴 한다.

리핀컷 머서는 1943년에 리핀컷&머질(Lippincott&Margulies)로 설립되어 CI를 전문으로 개발해왔다. 현재는 뉴욕, 런던, 보스턴, 파리, 두바이, 홍콩에 사무실을 두고 시티그룹, 엑슨 모빌, 맥도날드, 닛산, 코카롤라 등의 바랜드를 개발했다.

 

[한화 CI디자인에 등장한 뜻밖의 캐스팅 : 카림 라시드]

 

본래 한화그룹은 제조업 기반의 보수적인 기업이었다. 하지만 변화를 원하는 욕구는 강렬했다. 기업 이미지를 혁신하는 시작은 혁신적인 CI를 만드는 것이고, 어쩌면 슈퍼스타 디자이너면서도 CI는 전혀 해본 적 없는 사람을 섭회하는 것은 그 자체로 혁신적인 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화 그룸은 스스로가 '상호 유기적인 그룹'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고, 평소 유기적인 곡선을 자주 보여준 '카림 라시드'를 기용하게 되었으며, 실제로 '카림 라시드'가 보내온 수백 개의 시안도 유기적인 곡선을 강조한 형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가구나 제품 디자인을 그에게 맡기는 것은 그렇다고 쳐도, 카림 라시드가 CI를 디자인한 것은 외국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한화그룹이 그에게 CI를 맡긴다고 했을 때 가장 놀라고 의아해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카림 라시드 자신이었다고 한다. 어쩌면 한화 CI는 한화그룹 자체보다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그래픽 디자이너'로서의 경력을 추가할 수 있게 된 카림 라시드에게 더 많은 영향을 남긴 프로젝트였는지도 모르겠다.

 

[한국타이어가 세계에 진출하기 위해 선택한 파트너 : 리서치 스튜디오스]

 

한국타이어는 국제 시장에서 수출을 늘려가고 있었고, 단순한 외형적 꾸미기에 머물러 있던 기존 CI에서 벗어나 통일된 브랜드 전략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한국의 디자인 회사를 주축으로 작업하면서도 국제적인 디자이너를 프로젝트에 참여시키고 싶어 했다. 리서치 스튜디오스는 크로스포인트의 소개로 한국타이어의 CI 레노베이션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최종 결정된 CI는 타이어를 상징하는 오렌지색 심벌과 속도감을 보여주는 기울어진 로고타이프로 구성되었다.

리서치 스튜디오는 런던, 파리, 베를린 등에 직원을 거느리고 있긴 하지만 앞서 소개한 기업들과는 달리 소규모 스튜디오에 속하는 회사이다. 하지만 한국타이어는 큰 규모의 회사보다는 오히려 실제 디자인 담당자와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기 쉽다는 장점 때문에 작은 회사를 선택했다고 한다. 리서치 스튜디오스는 비록 작은 규모이기는 하지만, 1990년대에 포스트모던한 타이포그래피로 이름을 날린 '네빌 브로디'가 대표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있는 곳이다. 살로몬, 도이치뱅크, 매크로미디어 같은 CI를 작업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타이포그래피의 전통을 한국에 소개한 : 토탈 아이덴티티]

 

하나로텔레콤 CI를 디자인하면서 혜성처럼 한국에 이름을 알린 토탈 아이덴티티는 전통적인 그래픽 디자인의 강국 네덜란드의 회사답게 세련된 색체 사용과 타이포그래피를 보여준다. 대표적인 사례인 현대카드의 경우만 보아도 그것을 알 수 있다. '유앤아이(Youandi)'라는 전용 서체를 개발하고, 이를 카드 디자인의 전 영역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현대카드는 또한 국내 크레디트 카드 시장에서 컬러풀한 색채로 디자인이 마케팅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신용카드라고 하면 금색과 은색 일색으로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이었다는 것을 기억해보면, 토탈아이덴티티가 진행한 현대카드의 디자인이 한국 디자인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 수 있다. 토탈 아이덴티티는 1963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토탈 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었지만 2000년대부터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통합적인 아이덴티티개발을 강조하게 됨에 따라 토탈 아이덴티티로 회사명을 바꾸었다. 현재는 네덜란드 4개 도시 이외에 독일, 벨기에, 한국에 각각 해외 지사를 두고 있다. 토탈 아이덴티티라는 이름 답게, 단순히 CI만 디자인하는 것은 아니다. 네덜란드의 공간 디자인 그룹인 콘크리트(Concrete)와 함께 현대카드 '파이낸스 숍'을 디자인했다.

 

[한국 대기업이 가장 선호하는 : 랜도 어소시에이츠]

'랜도 어소시에이츠'와 한국의 인연은 198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금호(주)가 삼양타이어를 인수하고 새로운 BI를 개잘하던 때였는데, 국내 디자이너들에게 만족하지 못한 금호(주)는 LA에 있는 회사를 섭외해 일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금호(주)가 보기엔 그 회사의 결과물조차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러자 LA의 회사가 추천해준 곳이 바로 '랜도 어소시에이츠'였다. 그렇게 맺어진 인연은 금호(주)가 금호아시아나라는 거대 그룹이 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 밖에도 랜도가 디자인한 국내 기업의 CI, BI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이다.

금호아시아나 외에 대표적인 클라이언트로는 LG, GS, KB, 신라호텔, 아모레퍼시픽, 삼성에버랜드 등이 있는데 대체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로 진출하려는 목표를 가진 대기업이거나 혹은 업무 분야 특성상 외국인과 자주 상대하는 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랜도의 작업물은 그림만 놓고 봐서는 뭐가 그렇게 대단한지 언뜻 알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모든 작업물에는 랜도 브랜드 전략 팀의 치밀한 연구가 있었다는 차이가 있다. 이는 창립자인 '월터 랜도(Walter Landor) 자신이 디자인 프로세스의 한 부분으로 리서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랜도의 전통에서 유래한다. 그 중 하나가 '브랜드 드라이버(Brand Driver)'라는 브랜드 분석 도구로, 모든 브랜드의 표현물을 하나로 일관된게 묶어주는 핵심 콘셉트를 뽑아내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것은 짧으면서도 감동을 줄 수 있는 단어나 문장, 혹은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된다. 2002년에 선포된 국민은행 CI의 경우, 당시 국민은행과 H&CB 간의 합병을 놓고 두 은행의 화합이 구성원들 간에 중요한 목표로 떠오르고 있었다. 브랜드 드라이버는 이렇나 구성원들의 바란과 비전을 담아 '리딩 더 웨이. 투게더(Leading the way, Together)'라는 문장으로 만들었다. 더불어 이는 기존의 보수적이고 서민적인 이미지에서도 탈피해 도전적이고 용기 있는 리더십으로 세계 시장에서도 금융계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려는 비전을 담은 말이기도 했다. 브랜드 드라이버는 해당 브랜드 전개를 휘한 모든 아이디어와 구심점과 원동력이 되며, KB의 CI는 물론 다른 모든 기업의 CI 또한 각자 브랜드 드라이버에 의해 개발되었다. 이 전략은 단순한 CI 개발뿐 아니라 이어지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한 가이드라인으로도 활용된다는 면에서 특히 유용할 것이다.

랜도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본부는 홍콩에 있지만, 1987년에 설립된 랜도의 한국 지사는 2004년 3월부터 샌프란시스코 본사에 직접 소속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만큼 한국 클라이언트들이 본사와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고객의 선택에 따라 랜도의 글로벌 네크워크(17개국 24개 사무소) 중 어느 곳과도 일할 수 있는 유연한 체제로 되어 있다. 홍콩 지사에서 총괄한 신라호텔 CI와 아모레퍼시픽 CI의 사례를 보면, 8개국의 사람이 근무한다는 홍콩 지사도 충분히 글로벌한 요구를 소화할수 있으며 수준 면에서도 떨어지지 않는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업 디자인 세계의 전설이 된 폴 랜드와 솔 바스는 그들의 죽음 이후 자신들이 만든 디자인 전통을 더 이상 계승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랜도 어소시에이츠는 월터 랜도의 죽음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이는 개인의 창조성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보다 시스템과 팀워크를 확립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글/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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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조무형 (랜도어소시에이츠 한국 사무소 대표)

"랜도의 경쟁력은 오랜 역사로 축적된 경험과 치밀한 전략에서 나온다."

Q. 왜 한국의 클라이언트가 랜도를 선택했다고 생각하나?

A. 무엇보다도 65년이상 각 산업 분야의 다양한 고객들과 일하면서 축적된 노하우, 그리고 실적으로 검증된 실력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다른 외국 디자인 회사와 비교할 때, 우리는 한국에서의 경험이 상대적으로 길다. 이곳 한국사무소도 1987년에 생겼으며, 그 이전에도 홍콩에 랜도의 지사가 있었으니 20년 이상 한국 기업과 관계를 맺어온 것이다. 우리도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있었다. 예를 들어 미국 본사에서 기획한 디자인에 당시의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자재나 기술을 사용한 것 등의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랜도는 이제 그러한 무제를 해결하는 노하우를 터득했고 동아시아의 문화와 정서에도 익숙해졌다.

Q. 한국 클라이언트들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A. 한국 회사들은 대체로 시간이나 경비의 계획에서 여유가 부족한 편이다. 이는 먼저 언제까지 완성해서 선보인다는 날짜를 잡은 후에, 프로젝트 마감 날짜로부터 역순으로 일정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외국 회사도 경우에 따라서는 마감 기간을 정하고 급하게 일정을 잡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한국 회사가 그런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이 어려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Q. 국내 디자인 회사에 부족한 점이 있다면?

A. 국내 디자인 회사들은 아직 열악한 환경에 있기 때문에 불리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고객에게 풀 서비스(Strategic services, Creative services, Management services)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고,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하다. 오로지 소수 디자이너의 창조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 또 하나 문제는 한국에서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개발할 때 먼저 외국의 사례들을 참고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점이다. 랜도는 결코 기존의 사례에 편승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려면 먼저 어려서부터 창조적인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커리큘럼을 갖추어야 하는데 학교 교육에서부터 그런요소가 부족하다. 디자이너들에게 마케팅과 같은 비즈니스 적 관점에서 디자인을 연관시켜 생각시키는 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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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디자이너가 참여한 한국 기업의 CI]

[아모레퍼시픽이 외국에 디자인을 맡긴 이유]

지난 2002년 태평양은 '아모레퍼시픽'으로 사명을 바꾸고 세계 시장을 향해 출사표를 던졌다. 바뀐 것은 회사의 이름뿐만이 아니었다. 아이덴티티, 패키지 디자인도 모두 바뀌었고 이 과정에서 랜도, 에스테테, IDEO와 같은 회사와 손잡았다. 국내 기업들이 외국 회사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에는 클라이언트의 관점에서 들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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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채정권(아모레퍼시픽 디자인경영실 사업부장]

Q. 국내의 디자인 및 그랜딩 회사 대신 외국 회사를 택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A. 첫 번째는 글로벌 마케팅에서 보편적으로 설득력 있는 결과물을 만들려면 글로벌 프로젝트 경험이 풍부한 회사와 협업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길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CI를 바꾸는 일은 상당한 기간과 예산을 필요로 하는 일이고 한 번 실패한다면 그 결과는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글로벌 시장에서 어필하려면 외국인이 해석한 아모레퍼시픽의 모습이 오히려 더 적합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Q. 외국 디자인 회사에 맡긴 것은 어떤 장점이 있었나?

A. 외국 회사의 가장 큰 강점은 콘셉트를 풀어내는 노하우와 장기적인 관점에서 튼튼한 디자인 콘셉트를 도출해낸다는 것이다. 기업과 문화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향후 진화할 브랜드의 방향에 맞게 디자인 콘셉트를 정리하고, 디자인 트렌드 및 소비자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를 거쳐 마케팅과 디자인 콘셉트를 합께 도출해내기 때문이다. 외국 디자인 회사의 가장 큰 강점은 체계화되고 믿을 수 있는 프로세스를 통해 이견이 있을 수 있는 이 두 가지 요구사항을 동시에 해결하는 능력에 있다.

Q. 외국 회사와 일할 때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했나?

A. 외국 회사는 특히 유명한 회사일수록 중간 과정 공개를 꺼리는 경향이 심하다. 첫 시안을 제시할 때 방향이 어긋나면 다음 과정부터 일정에 부담이 생기기 시작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재다자인 비용을 요구함으로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한국적인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중국이나 일본 색을 띠는 디자인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이르 대비해 국내 시장조사 자료 제공, 한국 내 본사 방문 및 박물관 관람 등의 기회를 줌으로써 한국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게 했다. 또한 브랜드의 철학과 디자인 콘셉트, 전략에 대한 동영상 및 브랜드 북을 공유하여 클라이언트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적극적으로 제공했고, 화상 채팅 프로그램이나 3자 통화 같은 시스템을 이용하기도 했다.

Q. 방대한 양의 어플리케이션 개발은 한국의 전문회사에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 인한 문제는 없었나?

A. 외국 회사에서 기본 디자인과 15종 남짓한 키 애플리케이션(Key application)을 제시하면 국내에서 나머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데 이 과정에서 디테일한 부분에 다소 차이가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근래 국내 디자인 회사들도 이국 회사와 합작함으로써 이런 격차를 극복하고 있다. 사실 더 어려운 부분은 영문과 한글이 주는 느낌의 차이다. 이전에느 한글 글꼴이 영문 글꼴처럼 다양하지 않았고, 획의 구성 또한 복잡한 편이라 외국 회사의 작업물과 비례를 유지하면서 조화시키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기업 단위로 다양한 한국 글꼴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개 때문에 이런 어려움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Q. 외국 회사의 디자인 비용은 합리적인 편이라고 생각하는가?

A. 유럽 회사의 경우에는 생각만큼 비용이 높지는 않다. 반면에 미국 디자인 회사의 비용은 글로벌 디자인 기업들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러나 미국의 디자인 회사는 마케팅 전략을 디자인 전략으로 풀어내는 데 강점이 있고 그런 점에서 본다면 그 비용은 수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Q. 만약 아직 국내 회사에 부족한 점 있다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까?

A. 한국 회사들은 디자인 능력에서만 보면 손색이 없는 경우가 많다. 어떤 회사는 외국보다 훨씬 뛰어난 결과물을 제시해 클라이언트를 놀라게도 한다. 그러나 아직 전략 측면에서 외국 회사와 차이가 난다. 기질 탓인지, 외국인들은 조그만 것에도 깊은 고민을 하고 파악한 원인에 대해서는 마치 논문 발표처럼 공을 들여 설명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프레젠테이션에 약하고 말을 아끼는 경향이 있다. 좋은 디자인을 해놓고도 그런 디자인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한 설명이 없이 스케치만 가지고 오곤 한다. 그러니 마치 콘셉트를 뚜렷이 정하고 작업한 것이 아니고 스케치 하다가 우연히 멋진 선이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하지만 여러 번 질문을 하면 사실은 그들도 여러 아이디어를 가지고 고민했음이 드러난다.

겸손한 것도 좋지만 자신의 작업을 정확히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능력은 클라이언트를 설득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따라서 디자인 전문회사에서도 디자인에 관한 이해도가 높은 마케터를 기용하고 보완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멋져 보이는 스타일과 렌더링 스킬만을 우선시하기 보다는 먼저 시장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보와해야 할 가장 큰 부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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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cafe.naver.com/intiarch/3899

2008년 5월 27일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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